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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플랜 072 단테 신곡 천국 Paradiso 본문
장장 한달 남짓
단테와 함께 지옥의 문 입구에서 시작한 여정이
마침내 천국의 최상단 정화천 한가운데를 응시하며 끝이 났다.
천국편은 마지막니까니 더욱 특별한 열심을 다한답시고 역시나 필사에
도전하였는데 그래서 더 고되었단 서른여시간들이었다....
지옥편은 불교의 지옥도를 연상케 하여
인간 만상이 살면서 지은 주요 죄악들과 그에 상응하는 징벌의 종류들을 관람한다.
그리고 연옥.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성경에 명시되지 않은 중세기 카톨릭의 독특한 세계관인데
한마디로 지옥에 보내기엔 뭣하지만 천국에 가기엔 택도 없는 영혼들이 죄업을 완전히 떨치도록 수련한다는 곳.
그런데 여기서는 종교적인 분위기보다는 단테가 속한 피렌체의 정치적 혼란을 드러내면서
바람직한 국가와 사회상을 고민하게 되는 곳이기에 다소 철학적 윤리적인 느낌이 강했었다.
천국.
내가 이 마지막 편에 와서 넘 고된 필사에 진저리가 나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보다 핵심적인 종교적 교리가 설파되는 이곳에서 내 집중력은 상당히 흐려지는 것이다.
우선 나를 당혹케 한 4가지.
첫째, 지옥보다 낯선 천국.
개신교 성경을 열 일곱번 읽는 동안 그 안에 필사를 세번인가 하면서 성경 어느곳에서도 천국이 이리 화려하게 묘사된 곳은 없었다.
그리고 성경 전체를 읽으면 후반 신약에 와서야 바울사도가 쓴 책들이 신학적인 메세지가 강하지만 구약과 신약 초반 다섯권은 역사서로 봐도 무방할 듯.
즉 성경은 예수님이 사두개인들에게 말했듯이 살아있는 인간을 위해 for the living people, 살아있던 인간들에 대해 of the living people, 살아있던 인간이 by the living people 쓴 기록이다.
물론 성경에도 인간이 아닌 신비한 존재들이 언급이 된다.
루시퍼Rucifer, 가브리엘Gabryel, 스랍Seraphim, 그룹Cherubim, 사단Satan 등등.
그러나 그들 이야기는 성경 구석구석을 뒤져서 찾아내야 한다.
성경 기자들은 확실히 이 초월적 존재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었던 듯 하다.
그러나 에스더서에서는 아하수에로 왕이 한 밤중에 잠이 오지 않았다는 일, 다윗왕이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음모를 꾸몄던 것, 그리고 그렇게 얻은 자식이 병에 걸리자 금식하며 기도할때 신하들이 귓속말로 주고 받은 이야기까지 세세하게 적혀있다.
(그래서 에스더서랑 사무엘서를 제일 좋아한다. 넘 박진감넘치고 서스펜스 충만인 것.)
하긴 그러고보면 에스겔서랑 요한계시록은 참 재미없었지.
그러니 단테가 그리는 그 복잡한 천계가 낯설고 상상이 안되는 것.
게다가 천동설 기반이다.
가장 날 혼미케 한 것은 중세 카톨릭의 너무도 황당한 천국관과 그의 기반이 되는 중세 카톨릭의 종교관.
월천에서 정화천에 이르는 8등급의 천상계에 바울이 없다!!!!! ㄷㄷㄷ
구원의 통로는 오직 예수그리스도 그 이름 뿐인 것은 동일하다만 살아 생전의 공덕에 대한 평가는 너무도 자의적이라는 거.
그리고 마리아가 어찌 예수와 동급이 될 수 있을까.
마리아는 그저 성배 Holy Grail일 뿐이었는 걸.
지옥편과 연옥편은 그저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으로 마음문을 열 수 있었다.
그러나 신학의 핵심을 설파하는 각 등장인물의 대사와 출연을 보니
나로서는 몰입하기가 힘이 들었다.
아, 나도 단테와 같은 고민은 한적이 있었다!
인더스 강에서 더 동쪽으로 가면 살았던 이순신장군과 세종대왕은 천국에 왜 못갔을까?
천국 편을 써내려가다 나도 사념처럼 새삼 드는 의심이 들었다.
아담 이하 말라기 선지자들까지는 과연 천국에 있을까?
노아, 요셉, 다윗, 느헤미야, 예레미야 , 다니엘 등 이 쟁쟁한 바이블 스타들.
신약에서 예수 이후의 믿음도 하나님의 은혜 곧 선물Talant 이었다고 하였으니
결국 은혜 안에서 오직 은혜로 구원받은 우리들. 그 은혜는 결국 사랑이었다.
하나님이 사랑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사랑을 자만하였지.
이 놀라운 깨달음을 신곡을 읽다 얻었도다 ㅋㅋ
마지막으로
문체에 대하여!
왜 단테는 이렇게 은유가 아닌 직유를 어렵게 썼는가
가뜩이나 현실세계에 없는 환상 문학인 것을
보카치오가 그려준 그림이 없었더라면
상상도 못할 세계로 여행하면서 말은 왜 그렇게 어렵게 하는거야?
백번 양보해서 대유법, 만연체, 복문과 겹문 등등 다 감당하겠단 말이지.
시의 형식을 갖추려고 문장 중간에 행을 바꾼 번역과 편집 때문에 더 혼란스러웠다지.
내가 조금만 마음이 열렸더라면 아마 이 신곡체가 몸에 배이고도 남았겠지 ㅎㅎ
그러나 한편 문체란 것은 그리고 표현법이나 비유라는 것은
글을 많이 써본 창작자만이 표출해 낼 수 있는 당대의 필~Feeling 아닐까
신곡을 읽으면서 딱 한가지 단테에게 부러운 거 !
신곡 전체가 고대문화에서 중세 가톨릭 세계관과 당시 역사를 아우른 바탕위에
놀라운 상징체계로 마치 씨실과 날실을 정교하게 얽고 섥은 양탄자같아서
이걸 자유자재로 구사해낸 창작자로서의 능력.
게다가 그렇게 구성해낸 그림이 참으로 버라이어티하단 거지.
천국의 8단계 하늘을 오르는 과정은
얼핏 연옥에서처럼 각 단계별로 사연을 전해주는 상징적 영혼을 만나 중요한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단조로운 순서가 예상될 수 있었는데
목성천에서 영혼으로 이루어진 거대 독수리의 등장은 참으로 신박했음!
그리고 토성천에는 엄청난 길이의 계단이 등장!
단테로서는 천국 구경이 결코 심심하지는 않았겠음 ㅋㅋㅋ
가장 민감한 종교적인 메시지와 관점의 차이가 나의 몰입을 막기는 하였으나
이걸 써내려간 단테의 노고가 어떠했을지는 감히 단정짓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자체가 놀랍고 기적이다!
평생을 고향 피렌체의 평화와 안정을 희구했던 집념으로 태어난 신곡.
쇠약해가는 방랑자가 감당하기엔 엄청난 대업이었으니
비록 조국에서는 버림받았으나 시대는 그를 넉넉히 품었던 것이기에 가능했다는 걸로.
각 장마다 역자 해설을 꼼꼼히 읽고 포인트를 잡고 읽었다.
다 읽어가면서 더욱 난감했던 것.
천국편이 끝나가는데 지옥편이랑 연옥편에선 무슨 이야기를 했더라? ㅎㅎㅎ
그래서 나는 신곡을 다 읽었노라 확답을 못하겠다 ㅎㅎ
남는 건 한형곤 번역자의 주석창에 담긴 라틴어들이다 ㅎ
습관과 본성이 훤칠하게 탁월했으므로
죄이은 머리가 세상을 비틀어도 홀로
곧바로 걸어 악한 길을 질책한다. p 410
사랑이란 너희 안에 온갖 덕을 심어 주기도
하고 벌받게 될 모든 행동을 심어 주기
마련임을 너는 여기서 이해할 수 있겠지. p 492
그러므로 사랑이란 제 주체가 되는
행복으로부터 떨어져 나갈 수 없으므로
모든 것은 제 자신을 미워할 수 없으며,
또 무엇이든 으뜸인 자로부터 갈라져 나와
저 스스로 존재한다고 여길수 없으므로
그를 미워함으로 모든 감정이 사라진다. p 492
이제야 진정 내 정신 안에 보물로
간직할 수 있었던 거룩하고 성스러운
나라의 일이 내 노래의 소재가 될 것이다. p 646
이전에 사랑으로 내 가슴을 뜨겁게 하던 저 태양(베아트리체) p 664
우리들의 의지 자체를 하나로 되게 하시는
하느님의 의지 속에 자신을 가두고 있음이
이 축복받은 상태의 근본 p 668
진리가 지성을 밝혀 주지 않는 한 언제나
우리의 지성이 결코 흡족해 하지 못함을 내 아노니 p 678
사람들이여, 서원을 가벼이 여기지 마시고 성실히 지키십시오 .p 684
그리스도교인들이여, 더욱 무겁게 행동하시라 p 685
가지가지 목소리가 달콤한 가락을 이루듯이
우리의 삶에 있는 가지가지 층계도
천구들 사이에서 부드러운 조화를 이룬다. p 697
저 아래 세상에서의 내 삶이 짧았는데 행여 안그랬더라면 잊어서는 아니 될 악이 무던히도 많았을 것이도. p 712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밭을 일구는 데 돕도록 선택하신 농부 p749
성급한 판단이 거듭거듭 그른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대하리니 후에 감정이 지성을 묶업리기 때문이라오 p762
언제나 살아 계시는 하나와 둘과 셋p767
내 당신의 이름으로 배를 채우게 하옵소서 p778
옴병이 옮은 곳은 실컷 긁게 놔둘 일이다.
p801
빛이란 전혀 어지러워지지 않는 고요함 없이는 오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어둠이나 육신의 그림자 아니면 독약일 뿐이다. P815
지상의 것 이외를 생각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옳은 사람이라 불릴 것이다. p846
sono(is)와 este(are)가 화합하도록 p 865
신곡 천국편 라틴어 한줄
Il primo amore 첫사랑
il nostro Diletto 우리네 환희
DILIGITE IUSTITIAM 정의를 사랑하라 P808
QUI IUDICATIS TERRAM 땅을 심판하는 자들이여 P 808
dolce vita 달콤한 삶 p 823
dio laudamo 저희는 하느님을 찬미하나이다. p 864
O danna in cui la mia speranza vige
e che soffristi per ka mia salute
in inferno lasciar tue vestige,
di tante cose quant’ I’ ho vedute,
dl tuo poder e dalla tua bontate
riconosco la grazia e la virtute.
Tu m’hai di servo tratto a liberlate
per tutte quelle vie, per tutt I modi
che di cio’fare avi la potestate.
La tua magnifecenza un me custodi,
si che l’anima mia, che fattt’ hai sana,
piacente a te dal corpo si disnodi
오, 여인이시여. 그대 안에 내 희망이 힘을 얻고
그대 나의 구원을 위해 저 지옥 속에
발자취를 남기시는 괴로움을 겪으셨습니다.
내 보아왔던 그 많고도 많은 것들을
그대의 힘이며 그대의 선에서 온
은혜와 덕으로 나 이제 받아들입니다.
그 모든 길과 그 모든 방법으로써
나를 속박에서 자유로 이끄신 그대,
모든 것을 이루시는 힘을 지니셨습니다.
그대의 너그러움을 내 안에 간직해
그대가 건강히 치유해준 나의 영혼이 그대의
뜻을 따라 육체에서 풀려나게하소서. p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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