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홀릭
시카고플랜 071 단테 신곡 지옥편Inferno 본문
단테의 신곡
도서관에 여러 출판사 버전이 있었는데
내 손은 어쩔 수 없이 젤 두껍고 무거운 책을 집는거다 ㅠ
더 난감한건
신곡이 서사시 곧 시라는 사실!
아 ,
난 시를 필사로 읽는다 ㅠ
30분간 5쪽을 손으로 읽었다.
남은 900여페이지를 이 속도로 읽으면
90여시간이 필요한 거구
하루최대 5시간씩 읽는다로 계산했을때
18일이 소요된다!.
일단 첫날 마저 5시간 추가했을 것을 포함하여ㄷㄷㄷ
앞으로 18일간 영화도 못보고 유튜브도 못보고 아침잠 줄여서 정신 바짝 차릴 일이다!
그런데
이런 긴장이 좋아지는 요즘이다~♥
불교 이야기
인간이 만든 최고의 종교가 불교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슬람교나 힌두교는 문화사의 영역이라 할 수 있지만
불교는 사상사에서 취급되는 것이 당연하다.
인간 한 개체의 생사화복과 운명이 인간의 행위와 의지에 달려있다는 중심교리는
확실히 인본주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개신교의 대척점에 이 불교가 서있는 거다!
신곡을 읽는동안 나는 이 불교와 개신교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가톨릭이 너무도 유사한 것에 매 장을 넘길때마다 놀라는 거다!
천주와 그 독생자 예수를 보좌하는 이들이 왜 이리 많아?
베아트리체나 마리아는 부처를 보좌했던 문수보살이나 관세음 보살과 같은 등급같고.
혹은 사천왕상들에 비유할 존재들도 있는 것 같구.
신곡의 첫권이 지옥편인데 천상 불교 지옥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인간이 살아있을 적 저지른 죄에 그대로 상응하는 벌을 내리는 곳.
단테 이 천재도 자신의 시대적 종교적 패러다임은 뚫지 못했던 것일까?
진정 루터를 능가하는 이는 없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그러니까 아담 이하 모든 인류가 죄인이라는 복음적 정의가 옳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죄인이라는 말이 그저 흉악하고 형법상의 죄를 지은 자들이란 뜻으로 오해를 받는데
나는 약한 것 그 자체로 원죄고 떨칠 수 없는 본연의 죄성이라고 생각한다.
사도바울처럼 루터도 그렇게 완벽한 의인이기를 구하고 몸부림쳤다고 한다.
아까 말한대로 중세 수도사나 스님이나
(그러고 보니 특별한 옷을 입고 머리를 삭발하는 것도 비슷하다 ㅎ)
고행을 통해 정진을 했던 것처럼
마음에서 끓어오르는 죄를 떯지지 못해 그날도 피멍이 들도록 수없이 무릎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던 그 순간에,
행위로서 의로워질 수 없고 오로지 믿음의 외피만이 구원의 통로인 것을 깨달았다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의 공을 이룬 루터, 오 루터!
그러나 루터의 성공도 결국 루터를 구원한 하나님께 공로를 돌려야 하듯이
루터나 단테나 나나 ‘평등하게’ 죄인이기에 ㅎ
단테가 묶여있던 종교적 프레임, 그 ‘인간적인’ 오류에 위로를 받는 거다.
아직 지옥의 끝까지 다 가지 못했는데
단테의 신앙속에서 우상숭배죄는 취급하지 않고 있는 듯. (마지막 9원이 우상숭배자들의 지옥일까? )
어찌되었건 첫 원에서부터 8원까지 가는 여정의 모든 죄인들은 단테가 철저히 가톨릭적 신념에 의해 정죄한 자들이다.
그런데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단테의 파트너들이 온통 그리스 다신교 신도들이거나 그 주인공들이다 ㅎ
그래서 처음엔 이 신곡의 의도, 곧 단테의 집필의도가 감이 잡히지 않았었다.
그러나 읽는 내내 확실하게 알겠는 것은 단테가 고대 그리스 로마의 지성들을 엄청 동경하고 있다는 것 ㅎㅎ
그래서 단테가 소망하는 인간상, 세계상은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처럼 온 인류가 지성과 덕성을 갖춰 흉악하고 천박한 죄악을 끊고 천상계 절대자의 의와 질서를 이 땅에 구현시키는 것.
그래서 베르길리우스는 세례를 못받아서 천국에 가있지는 못했지만 지옥에서의 그 험한 여정동안 아리스토텔레스나 소크라테스 , 소포클레스 등은 만나지 않았다는 거 ㅎ
그런데 저 유명한 알렉산더 대왕은 지옥에 보내버렸다 ㅎㅎ
그래서 단테가 이리도 ‘소박한’ 유토피아를 그려보는 절박한 심정을 이해할 것도 같았구.
단테가 어떤 인간상을 추구하는지도 알아가는 과정이 되었다.
그러나 점차 읽어나가면서 단테가 부럽고 놀랍고 점차 감탄을 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 625 특집극 “비극은 없다”를 추억한다.
남과 북, 전쟁과 사랑, 우정과 배신, 집착과 헌신, 치열한 이데올로기 갈등.
이 5부작에 다 있어서 그 후로 내게 드라마, 시대극의 전형이 되었던 것 같다.
최근 방영후 30년만에야 완주한 “여명의 눈동자”는 1988년에 깔고 있는 반공이데올로기를 벗어버리고 휴머니즘을 장착한 세련된 1992년판 “비극은 없다 “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관을 말하는 거다!
내 학창시절 빈약한 세계사 지식에 근거하자면 단테의 신곡은 중세를 끝내고 근대 르네상스의 문을 열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중세가 어떠한 곳인가.
로마 카톨릭이 세속 정치까지 좌지우지하며 왕까지 파문시켜버리는 절대권력을 휘두렀던 시대.
신 앞에, 밀실에 고이 모셔둔 성서 앞에 그 어떤 불경한 문화도 허락되지 않아 암흑의 시대로 불렸던 때.
그런데 이렇게 잊혀진 고대 지성과 문화속 아이콘들이 기독교 아이콘들과 떼거지로 어우러진다?!
그것두 기독교의 핵심교리인 천국과 지옥 곧 중생과 영혼의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든 이 장대한 환상문학은 김만중의 구운몽이나 사도 요한의 ‘계시록’ 혹은 다니엘의 예언서와는 그 파급력이 정말 달랐으리라는 게 계속 실감이 되는 거다!
신곡이 발표된 이후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지성들은 전율하였을 것이다.
신곡 안에 펼쳐진 기독교와 그리스 신화의 핵융합적 조합은 모든 지성과 예술인들의 뇌에 어마무시한 스파크를 일으켰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금기를 벗어버리고 너도 나도 그리스신화 속 온갖 세속적이고 육감적인 존재와 에피소드들 다 불러 들였을 것이다.
그것은 좋게 말하면 영향을 받았다 하는 것이요, 속된 말로 표절과 모방의 충동을 불러일으켰겠지.
그러니까 신과 인간이 만나는 전혀 다른 세계가 창조된 거다.
근대에도 이런 급의 놀라운 세계를 창조한 이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J.R.R.톨킨!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
여긴 하나님, 천사, 이런 거 없다 (약하다 ).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우론조차 죽음이라는 약점을 가졌지만
아무튼 이 또한 전대미문의 세계관인 것은 분명하다!
톨킨 이후의 판타지 작가들은 그저 좋게 말해 톨킨의 제자들인거고, 절대 형만한 아우들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면에서 단테의 신곡은 진짜진짜 위대하다!
충분히 칭송받고 영원히 고전의 반열에 올려져 찬양받기 마땅하다!
아, 마저 읽고(쓰고 ) 와야겠다.
일주일후
다 썼다. 지옥편만!
그리고 손으로 신곡 읽기는 여기까지^^;
하루 다섯시간 매달리려니 조급하다.
내가 시를 손으로 읽는 것은
심상을 캣치하려는 이유때문이다.
눈으로만 읽으면 우뇌(좌뇌?) 약한 내 뇌는 아무 감흥을 생산하지 못하니
손끝에서 볼펜이 움직이며 그려내는
시의 이미지와 정서가
그렇게 이 우매한 독자에게 효과적인 통로가 되어주는 것!
하지만 며칠을 매달려 읽었는데도
당췌 지옥의 구조가 가늠이 안된다...
물론 각 원에서의 수평 거리는 그림이 그려지지만 전체 구조를 알아야하는데.
단테와 베르길리우스의 여정에서
자주 나오는
' 내려가는 ' 것과 ' 왼쪽으로 ' 돌아가는 길이
상상이 안된다 ㅜ
누가 단테의 지옥도 그린거 없을까 구글링해보았더니
심봤다? 아니 그래도 모르겄다 ㅜ
그림을 눈앞에 보고도 오리무중이다 ㅜ
그나마 연옥편, 천상계는 나았다.
필사를 한 의미가 없었다고는 말 못한다.
단지 속도를 내고 싶고
서사시의 형태이긴 하여도
장엄한 대하드라마 격이라 속도감있게 몰입하야겠다는 소망도 있구 ..
그동안 내 수고의 증거들이여 bye bye
아무튼 지옥편.
마지막 9원의 지옥은 내가 생각한 그 지옥이 아니었다!
단테와 나의 종교 혹은
단테의 가치관과 나의 것이 다른 이유에서였겠지.
세계사시간에 배운 스콜라 철학 혹 스콜라 신학이 이런거구나!
그래서 단테는 기독교보다 아리스토텔레스 곧 그리스 다신교문화의 원리 속에 지옥도를 배치했다는 것!
그러니까 여러가지 태클거리가 생기넹
이슬람의 창시자는 제6원의 지옥에 가두고는
그리스로마의 이교도는 추앙했었다니....
단테의 눈에 이슬람은 천하고 야만적이었지만
그리스로마문화는 하나님이 허락하지않고서는 그리도 지적이고 우월할 수 없었으리라고 믿었는가보다.
그러나 단테, 위대한 시인이시여!
그대가 아리스토텔레스(이 냥반은 그냥 천재임!!!!)의 합리성을 그토록 숭배하는데
중세에 자연과학의 생명수를 공급한 것은 이슬람이었다오.
중동에서 넘 약하게 흘러들어가서 잘 몰랐나?
그리고 이 복잡한 지옥도...
그러니 난 다시한번 성경에 묘사된 그대로
지옥은 그저 불구덩이 하나뿐이라는 사실에 위로를 얻고 좋기도 하다^^;
단테는 지옥의 입구에서부터 종점까지 넓게는 11단계 그리고 각 세부의 여러단계로 죄를 구분했지만,
우리 하나님 보시기에 가롯 유다나 마호메트, 브루투스나 알베리고 다 똑같다.
여왕과 수캐미와 일개미가 논공행상을 따지면 뭐하겠노 .
똑같이 눈곱같은 개미들 세상인걸!
연옥편 그림을 보니 단테는 크게 마음의 죄와 외형의 죄로 나누었다.
내가 처음 본 지옥도는 외형의 죄이고 내면의 죄는 이후 연옥편에서 다스려질 것인데
연옥은 수련을 통해 천국으로 갈 여지가 있는 천주교만의 가상의 저승세계랬다!
그러니까 마음의 죄는 결국 죄가 아니란 셈이네?
예수가 분명
남의 여자에 대해 마음으로 음욕을 품어도 간음죄와 똑같다 했고
바보라고 욕했어도 살인죄와 같다 말한건을 단테는 몰랐을까?
그 유명한 ' 너희중에 죄없는자가 돌을 던지라' 는 에피소드.
내가 지은 마음속 많은 죄가 저 여인의 간음죄보단 낫겠지하는 무지에 대한 통렬한 경고였었다!
죄인으로서도 평등이요
지옥도 평등한게 나는 좋다구!
내가 저 놈 죄보다 덜하니까 저놈은 나보다 더한 지옥에 가야한다는 것도 오만이고 또 죄다!
지옥이 지옥이지!
덜 고통스럽고 더 고통스럽다는 분류도 어불성설같다.
무엇보다도!
큰아들이 동생은 자신보다 더한 죄를 지었으니 동생을 더 때리라고 말하는 아들이라면,
그걸 보는 부모 마음이 과연 기쁠까?
그러나 이 모든 지적들이 가능한 것은
나같은 무식쟁이라도 이후 역사와 문학과 철학 그 모든 문화를 아우른 학교교육과 '대중'문화 혹은 이 민주주의사회라는 거인의 어깨위에 올라타있는 덕분이지!
13세기 문명과 종교의 타락의 정점을 달리던 시대에 이런 등대같은 문학작품을 쓴 단테의 위대함을 깎아내리러는 의도는 절대 아니올시다!!!!
그 복잡한 지옥도를 보니
그 이름을 믿기만해도 내 죄가 사해진다는
루터 이후의 그 단순한 진리가 그저 고마운거다!
오해는 마시라!
난 살아생전 자체가 지옥만큼 끔찍하다는 주의 .
그러니까 구원받았대놓고 방종하는 백성에게 하나님의 인생레슨이 얼마나 쓰디쓴지를 잘 알고 있다고요~~~
더 놀라운건 구원이란
마음을 하나님께 저당잡히는것!
예수님의 피로써 구원을 받은 자가
계속 죄를 지으려면
뇌주름이 맨들맨들해지도록 치매에 걸렸던가
심장 좌우심방이 뚫려 거널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마저도 안되면 미쳐 불던가!
이쪽계통 전문용어로 ' 양심에 화인맞는' 다는 거지 쯧
요즘 텔레비전서 그런 놈녀들을 많이 본다. 물론 나랑 같은 식구인진 모르겠지만~
지옥편이 아쉬운 점 또 한 가지!
신곡은 시다!
(이번에 알았다 ㅎ)
눈 딱감고 읽자면 그냥 읽을 수는 있다.
그치만 나는 그리스 로마 문화와 역사 철학 신화 등에 정통하지 않아서
단테가 이 모든 재료를 아낌없이 갈아넣은 이 중세문화의 향연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거!
꼭 부페가서 김밥이랑 겉절이로 배채우곤 아쉬워 했던 거랑 똑같은 기분 ㅎ
다행히 내가 집어든 이 한형곤 번역본은 매 장마다 주석이 꼼꼼히 매겨져있어서
이야기의 배경이나 단테의 은유법의 본뜻을 이해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했다.
이 내가 단테의 신곡을 읽네.
그런데 읽은 만 하네?!
처음 소포클레스의 비극으로 시작했던 시카고플랜의 고전 읽기가 넘 어렵고 고되었는데
몇년을 읽어대니
내 뇌에 주름이 많이생긴 효과를 느끼는 거다
무엇보다 고전읽기의 마력!
내가 중세의 이 위대한 시성과 교우하면서 이렇게 길게 시비를 걸 수 있었던 자체에 참 감사하고 말할 수없이 뿌듯하다
정의는 지존이신 나의 창조주를 움직이시어
성스런 힘, 최고의 지혜와
태초의 사랑으로 하여금 나를 이루셨도다. p 60
너는 지성의 선을 잃어버린 고통스런 무리들을 보게 될 것이다 p60
한뉘 부끄러울 것도 칭찬받을 것도 없는사람들
p61
달콤한 빛: 태양
감미로운 세계 : 현실 p 125
너의 윤리학이 널리 밝혀내는 저 말씀들,
즉 하늘이 원치아니하는 세 가지 성향이 있으니
부절제,악덕, 미친듯한 수심 p134
너 창세기를 처음부터 잘 새겨보면 알리니
이 두 가지 (자연과 재주)로부터 인간은 스스로의 삶을 취하고 진보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 p136
오 눈먼 탐욕이여, 바보같은 분노여.
짧은 인생동안 우릴 휘둘러놓고
그뒤 영겁속에서 그리도 고통스럽게 덮치는구나 p141
이제야말로 너 태만을 벗어 버려야겠다.
털 속에서나 이불밑에 누워서 명성을 얻을 수는 없으니. p245
순후하게 스스로 느끼는 갑옷 아래에서
인간을 솔직담백하게 하는 양심이라는 좋은 친구 p285
가랑이 아래의 다리가 몸체로부터 몽땅 잘려나간 채였다.
심한 수종이 흉물스럽게 빨아들인 물기로 인해 그의 사지가 이상하게 변했으니
입술 하나는 턱을 향하고
다른 하나는 위로 쳐드는 것과 같았다.
(필사덕에 넘 생생히 연상이 되었다 ㅠ
아오 끔띡해라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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