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홀릭
애플TV+ 파친코 7부 (윤여정, 김민하, 이민호 주연 ·이민진 원작) 본문
원작과 다른 길을 가는 드라마
드디어 원작(원서)를 다 읽었다.
선자의 할머니에서부터 선자의 손자에 이르기까지 5대의 인생과 질곡이 대하가 되어 거침없이 흐르던 원작의 감동이란 !!!!
분명 결말부가 남았던 당시만해도 드라마는 별개로 감동이 있었다.
막상 대미의 주제를 깨닫고 보니 7부에서 전개된 드라마의 전혀 다른 플롯에 심리적 거리가 두어지더라 ...
원작의 주제
일본은 나빴고 선자의 삶은 참으로 고단했다.
그러나 마침내 견뎌냈다.
사랑하는 자식들이 있었으니까.
선자의 손자 솔로몬도 미국이냐 일본이냐의 선택의 기로에서 일본에 남기로 한다.
파친코라는 삶을 택하는 결정.
솔로몬 역시 자신을 사랑해주고 스스로도 사랑해왔던 사람들이 비록 일본인이었다해도 자신에게 진실했던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원서 리뷰 )
어쩌면 소설의 결론은 소극적이다 여겨질 수도 있겠다.
솔로몬이 누린 그 만의 조건 속에서 누린 특별한 혜택 덕일 수도 있었다.
그런 혜택과 조건에 있지 못한 이들에게 주위의 일본인들은 얼마나 자이니치들에게 가혹했던가
솔로몬도 당장에 일본인 상사로부터 기만당하고 회사도 쫓겨났다.
그 위태한 벼랑 끝에서 솔로몬은 아버지의 파친코를 붙들었다.
드라마가 선택한 길
7부를 보며 많이 당황했다.
순전히 한수의, 선자를 만나기 이전의 삶만 부각한 회였다.
그런 고난을 겪은 한수가 결국 민족주의적 각성을 했단는 것인가?
그가 생존후 처음 맞는 새벽에 증오의 눈빛을 태우며 일본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기라도 했다는 것일까?
물론 고한수는 선자에게 한때 스쳐간 인물이 아니다.
원작속에서 고한수는 선자의 평생에 크고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때문에 고한수라는 캐릭터의 깊이를 다지기 위해 그의 전사를 그려낼 드라마적 당위는 이해한다.
그러나 7부의 진짜 목적은 보다 정치적이다.
실제 있었던 관동대지진 당시 자연의 대재앙앞에 엄청난 참화를 겪은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공연한 희생제물 삼은 일은 역사적 팩트다.
드라마는 이런 일본의 만행을 전세계에 폭로하려는 저의를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낸 회였다.
아깝다
지금껏 6부까지 잘 달려오던 드라마가 삐끗 궤도이탈을 하는 순간이다.
물론 드라마는 이미 1부에서 어린 선자네서 하숙하던 어부를 통해 드라마의 반일성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선자조차 일본을 이겨야 할 대상이라고 말해왔었고 .( 2부)
나 역시 이제는 일본이 너무 싫고 일본사람들도 참 한심하다싶긴하고 아예 일본인이란 인종 자체에 뭐가 있는거 아닌가싶은 답답함이 있다.
그 방식이 세련되지 못했기에 문제다!
소설에서도 메세지는 분명했다.
일본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한국인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인들도 그말을 했다.
이 시점에서 여명의 눈동자가 얼마나 위대한 드라마이던가
여명의 눈동자는 물론 파친코 이상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참상을 아주아주 신랄하게 고발해왔다.
제주43항쟁과 반민특위의 비극도 생생히 담겨있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들이 정치적이고 선동적이지 않았기에 그런 시대를 살아간 드라마속 인물들의 생사고락에 시청자들이 그렇게 가슴아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거기서 대치와 하림이 각각 만난 관동군 동지와 731 부대내 화가.
일본인이냐 조선인이냐의 인종적 민족적 구분이 아니라 인간대 인간으로 전쟁과 제국주의의 비인간성을 증언한 위대한 캐릭터들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 파친코는...
물론 한수의 오야붕 료치가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것과 조선인 탈주자들을 대피시키려 애썼던 일본인 농부도 보였지만
드라마 궁극의 목표는 일본의 잔인함에 대해 소리높여 외치려는 웅변성.
그리고 무엇보다 한수가 맞딱뜨린 운명의 불명확성.
한수는 아버지의 인생역전을 위한 희망.
때문에 사랑하는 아들 혼자 미국에 보내는 일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그런 아버지가 쓰레기같은 일본인 기생에게 마음을 빼앗겨
오야붕의 재산을 횡령했다.
그런 한수 아버지에 대한 오야붕의 단호한 대처.
영화 록키에서 록키의 사채업자 사장도 록키더러 제발 사장 체면을 위해 채무자들 혹독히좀 다루라고 으름장을 놓아댔지.
그 사채업자 록키에게 한없이 인정많고 합리적인 성품의 사람이지만 그 역시 사채업을 하는 입장에선 채무자 관리에 있어 엄격함이 생명인 것을 아는지라 그런 말을 해왔던 게 생각이났다.
드라마속 오야붕도 개인적으로는 한수 부자를 아끼지만 사업자로서의 룰을 위해 한수 아버지 종렬을 응징하려 했다.
한수는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를 떠나 미국행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던 상태다.
오야붕에게 목숨을 잃을 위기의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오야붕 밑에 들어가는 것을 감수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 한수.
그러나 아버지가 지진으로 먼저 돌아가시고나니 그제서야 미국행을 결심하고 과외봐주던 미국인 모자를 따라나선다.
그러나 그 미국인 모자도 끝내 지진에 희생되고 그에게 남은 것은 모자의 주머니시계뿐이다.
고한수가 그걸 부두에 먼저 가있는 미국인 주인에게 내밀며 그의 미국행 티켓으로 쓸지는 아직 알수 없는 일이긴 하다
결국 한수의 인생을 망친 것은 지진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실수일 뿐이다.
아버지가 여자에 눈이 멀어 야쿠자의 돈을 횡령한 일을 민족의 수난사와는 해당 없는 일이지.
이야기를 억지로 끼워 맞추느라 한수 아버지 고종렬의 평소 성품과 어울리지않는 짓을 저지르게 두다니...
실제로 아버지를 죽인 건 지진이었다!
그리고 지진만 아니었으면 그래도 미국인을 따라 성공적인 삶을 개척할 수도 있었다.
그런 한수의 운명 앞에 비극적으로 희생당한 조선인 동포들 모습.
한수는 다만 그들의 목격자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 새벽에 눈을 부라리며 증오를 곱씹는 한수.
그의 증오의 대상은 지진이 아니라 일본에게겠지?
이렇듯 빌런의 정체는 모호하다.
어거지로 민족주의를 끌어온 것이다.
이래가지고 한수가 이후에 얼마나 대단한 민족주의자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우린 이미 9년 뒤에 선자를 만나던 당시의 모습을 봐왔지 않았나.
그가 생선 중개인으로서 뒷돈과 후려치기 없이 공정한 거래를 추구해 온 일이 그래서였다고 이해할 수 있을까?
다음주 시즌 1 마지막회다.
다시 선자의 고단한 삶이 펼쳐질 것이다.
잠시 곁길로 간 드라마는 선자네 본격적인 일본살이를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솔로몬은 회사문제와 요시이 마모루의 제안을 두고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시즌 1이 주는 전체의 메세지를 각인시키면서 말이지.
아버지 고종렬의 직업.
일본인 야쿠자 회계담당 직원이다.
제주도 출신으로 주판알을 튕킬 수 있는 능력이라면
당시에도 이미 초엘리트 기능인인 셈.
그러나 아버지는 자신의 주산 기술 따위보다 자식의 머리에 더 큰 기대를 갖고 있다.
그 아버지의 희망, 고한수의 젊은 시절.
자신이 모시는 오야붕에게 아들을 소개시킨다.
고종렬의 일솜씨도 믿음직하지만
그 아들 한수가 더 맘에 드는 오야붕 료치
이렇듯 미래에 대한 꿈이 있고
그 꿈을 위한 능력들도 갖고 있는
행복한 부자 종렬과 한수
그들이 누비는 1923년 요코하마의 시장통 거리
공부할 의지도 머리도 딸리지만 한수의 능력만큼은 인정하는
미국인 학생.
지금은 고등학교 수학 개인레슨을 받지만
미국에 데려가서 대학수업도 레슨을 받으려는 잔머리가 놀랍다.
이때 미국의 유행가가 흘러나오는데
여기는 아마도 캐나다에서 찍은 장면이지 않을까
이렇게 어마무시한 규모의 저택을 소유한 미국인 부자.
그들이 지금 한수에게 미국행을 권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선진국,
미스터 션샤인에서 유진은 진즉에 미국으로 건너가 세력을 키워가지고는
당당한 미국인으로서 조선에서 굵직한 활약들을 할 수 있었지.
이렇듯 미국인 세 가족 모두 한수에 대한 신임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한수는 차마 아버지를 혼자 두고 떠날 수 없다.
아버지는 떨어져 있어도 같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아들의 성공을 위해 그렇게 한수를 설득한다.
그래도 한수는 마음을 쉬이 잡을 수 없다.
아버지의 뼈아픈 실수.
일본인 야쿠자의 돈을 횡령했다....
이런 된장녀 같은 게이샤한테 정신줄이 나가서는
이런 아버지를 두고 어떻게 혼자 잘 살겠다고 미국으로 떠나는가
아버지는 그러니까 더더욱 한수가 미국서 성공해서 이런 신세 벗어나길 소망하는 것.
한수의 아버지 종렬은 끝내 오야붕으로부터 징벌을 받을 위기에 처하고
그런 아버지를 위해 다급한 마음으로 료이치에게 아량을 비는 한수
그러다 갑자기 흔들리는 천지.
마룻바닥이 찢어질정도 땅이 갈라진다.
이게 그 유명한 1923년 관동 대지진.
그 시작 시점이 오후 12시 10분
아버지는 이때 바로 사망하고
여진의 위험을 뚫고 미국인 부자의 집에 왔더니
이들도 지진으로 위태로운 일본을 당장에 뜰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한수는 결국 이들과 미국행을 함께 하기로 결심하고 길안내를 한다.
그러나 가는 동안에도 여전히 계속 되는 지진.
곳곳에서 무너져 내리는 땅과 건물들.
아버지도 잃었는데 미국으로 데려다줄 마지막 끈 미국인 모자도 놓친 한수
그제서야 절규하는 한수.
이제 한수에게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
그 와중에 다시 만난 오야붕
1차때보다 더 혹독한 여진이 몰아친 시각은 같은 날 오후 8시 48분이었다고 ㄷㄷㄷ
그 평화롭고 번영하던 요코하마가 지진과 화재로 온 도시가 쑥대밭이 되어버렸음
그때 희생된 미국인 모자들을 발견한 한수
미국인 심즈 부인의 주머니 시계만 챙겨들고 그저 시신만 겨우 가려줄 수 밖에 없는 한수의 애통함
공포와 불안에 떨던 일본인들이 유언비어에 부화뇌동하기 시작했다.
공연히 조선인들만 희생양 삼으며 자체 심판과 응징을 이어가는 일본인 폭도들
그 속에서 조선인 도피자들과 한수를 지켜주려는
오야붕 료치와 일본인 농부
그러다 창고에 숨어있던 조선인들이 끝내 들켜 통째로 화형을 당하는 모습.
동포들이 죄없이 죽어나가는데도 숨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던 한수의 비참함
다행히 료치는 온 가족이 무사하다.
아버지도 잃고 미국행 티켓도 잃어버린 새벽.
자신의 모든 것을 뺏어간 운명에 대해서냐
내 동포를 잔인하게 학살한 일본인들에 대해서냐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두 눈에는 온통 증오와 복수의 결의만이 가득한
한수
그리고 자막을 통해 드라마는 말한다.
일본인들이 조선인 수천명을 공연히 학살했다라고!
일본은 숨겨왔지만
우리는 애플TV+ 드라마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에게 고발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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