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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타 주의] 강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약해지는 이야기 영화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2017 본문

영화/설경구 필모그래피로 달리기

[데이타 주의] 강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약해지는 이야기 영화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2017

혜성처럼 2023. 11. 20. 21:52


내가 유튜브를 끊던지 해야지 .
또 영화에 낚여 버렸다.
것도 제대로 낚여서 ,
내 온 마음과 시간과 정신이 온통 이 불한당들에게, 설경구에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일주일되었나..
그렇게 유튜브 영상 덕질을 하다가
블로그로 정리를 해놓으면 완전한 배설과 해소가 되리라 싶어
결국 또 하루를 여기다 다 쏟아놓는다.

2017년에 이 영화를 두고 두 가지 난리를 치는 동안 나는 다른 싸움으로 바빴던 추억 소환하기.

조작된 도시로 시작해서 군함도, 미옥, 강철비, 1987
이 리스트에 내 취향 드러나는군 ㅎ
그러니 내가 불한당을 봤겠어?
추잡스런 일베감독(?)영화를!
물론 명작이고 불온한 로맨스란 실체까지 다 알고 있었어도
설경구, 임시완 이 착한 남자들보다 감독의 그 경박한 언사가 더 얄미워서 끝내 안갔다.

그러다 군함도 사태를 만났다.
헐!
이렇게 쓰러질 영화가 아닌데,
댓글테러와 친일오명에 침몰하는 군함도 붙들고
인터넷 게시판에서 한여름 내내 덥게 보냈다.
극장에서 군함도를 두 번 더 봤다.
그다음에 나온 영화들이 괜히 미워서 안갔다가 어찌어찌 다행히 연말은 훈훈했다.
(친구가 김혜수 배우 광팬이라 영화보기 모임에서 미옥을 골라 봤다.
그후로 5년이 다되도록 이 영화모임은 더이상 영화를 본다고 모이지 않았다 ㅋㅋ)

그리고 5년이 지나 나는 불한당(원)이 되었다.
처음 봤을 때는 설명할 수 없는 알싸함에 취했다.
사랑이야기인 것, 중독성 있는 위험한 이야기인 것도 알았다.
두번째 봤을 때는 설경구가 분한 한재호에 빠졌다.
참 잘 늙었다, 설경구 배우.
나 조차도 내 어린 날의 모습은 사랑스럽고 이쁘더구만
설경구 배우는 어째 김영호, 강철중 이 핏덩이 시절이 더 못생겼다 ㅋ
셋번째 봤을 때는 더욱 한재호에 중독되어간다.
그는 너무도 강한 남자였지만 조현수에게만은 한없이 약해져가는 것이
그의 사랑의 치명적 약점이고
나란 여자가 빠져드는 환타지의 실체였다는 것을 실감한다.
한번도 현수가 먼저 재호에게 온 적이 없다.
늘 재호가 먼저 현수에게 다가갔고
재호가 현수를 불러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기다린 쪽도 늘 재호였다.
재호가 처음으로 능동적으로 현수를 부르던 날
방금전까지 초조해있던 그가 금새 기가 살아서 꼬리 흔들듯이 넥타이 바로 잡고 일어서는 그 장면!
그리고 처음으로 현수가 재호를 기다리는 날은 재호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오늘은 (이것이 부디 마지막이길 희망하면서 ㅎ)
즐기면서 봤다.
임시완이란 배우를.
그의 섬세하고 진중한 연기를 마음껏 누렸다.
적도의 남자에서부터 느와르 연기를 충분히 감당해낸 임시완 배우인 것을 알기에 그가 자랑스럽다.
감독의 카메라 무빙을 도무지 따라갈 수 없으면서도 따라가려고 애쓰면서 헤롱헤롱 대기도 했다.
앵그리맘에서 내 맘을 이미 훔쳤었던 김희원 배우와
전혜진 배우의 낭랑한 목소리를 실컷 음미했다.

그리고 변성현 감독.
어쩜 내게 위로를 준 것일 수도.
인간성과 예술성은 별개일 수도 있다는 걸로.
모차르트의 천박함을 못견뎌한 살리에리의 마음을 백분 이해한다 .
한편으론 그때의 경험이 한창 젊었던 변성현 감독에게 인생레슨이 되었기를.
누구나 실수하고 나도 그렇게 경박하고 또 천박하다.
그는 SNS로 실수했지만
난 내 상사앞에서 , 가족들앞에서 많이 저질러본 급의 실수들이라
이해도 한다.

그렇게 영화덕에 변성현이란 감독과도 화해를 한다.
(물론 그의 전작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ㅎ)
이제 곧 킹메이커 개봉이다.
한재호가 사투리 쓰긴 해도 수트간지가 나오는 영화 포스터에 벌써 맘이 설렌다.

그전에 보내야지, 영화 불한당.



이름 한재호.
고아원 동기 병갑이랑 병갑이 삼촌이랑
마약밀매업 하며 해피하게 살고 있었다.


재수 없게 잠시 감옥에 이 몸을 의탁하게 된다.
감옥, 아니고 학교다.
사회에서 죄를 저질렀다고 격리되어 온 곳이지만
이곳에서도 폭력으로 질서를 잡고
나는 그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선 것이다.
하교 종소리 나기 전까지 교문 밖으로 나가지만 않는다면
학교 안에선 맘 놓고 싸우고 돌아다니고 꼬붕 잡고 설쳐도 상관없는 곳
이곳은 학교 맞다.


그러니까 그 학교 급식실 비는 시간에
동료들끼리 싸대기 대회 벌이며 소일거리 삼아도
담탱이들이 아무 간섭이 없는 곳,
대한민국 고딩 세상같은 교도소 맞다는 거다.

거기서 재미난 놈 하나를 만났다.
남들은 다 속여도 내눈엔 딱 보이는 좇만한 노무 쉐키의 좇만한 주먹을...


그래놓고 꼼수 한번 성공했다고
세상을 다 가진듯 천진난만하게 웃는 저 얼굴...


깐족거리는 건 또 얼마나 얄밉기까지 하던지...


혁신적인 또라이다!


멍까지 예쁘다니...


앞으로 학교생활이 더 재밌어지겠다 .
이 녀석과 함께라면.

그러니 조심시켜야지.
내가 조금 일찍 출소하는데
이 녀석 너무 오래기다리면 안되니까
지금 재소기간 잘 지킬 것을 당부하는 이유.


이 삭막한 학교에
이쁜 놈만 새로 들어온 게 아니다.

어린 시절 단골 퀴즈 중에 하나.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정답은
둘이 싸울 일 없다
이다.
사자는 초원에 살고 호랑이는 밀림에 사니까.
그러나 오늘 이 좁디좁은 학교에
마약계의 호랑이와 조폭계의 사자가 만났으니
사이좋게 구역정리나 할려고 했다.


쪽팔리다.
사자던 호랑이던
사파리안의 천하였던 것.
사육사에게 이빨이랑 발톱 다 털린 이 몰골이
하필이면 저 녀석 앞이라 더 초라하다


그런데 왜 녀석은 저런 눈으로 나를 보는 걸까?
마치 걱정하는 듯이?
내 마음 다 안다는 듯이?


동정하는 거야?
내가 불쌍해?


나는 여전히 학교 안에 있다.
잊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시험도 있고 숙제도 있었다는 것을....


첫번째 시험문제.
굳이 감옥안에서까지 나를 죽이려는 이유가 뭘까?
원한이라는 윤리과목일까
이해득실이라는 수학과목일까?


두 번째 시험문제.
하필이면 너니?


내 직감이 역시 옳았다.


녀석으로 인해 내 학교생활은 여전히
아니 더욱 즐거워 질것이다.


이렇게 훅 들어오면 내가 깜짝 놀라쟎아!
아니지.
심장이 덜컹 했다구!


재밌다.
정말 재밌다.
이렇게 짜릿할 수 있을까?
내가 누군가의 머리에 의지해서
내일을 도모한 적 있었던가?
누군가와 뭔가를 꾸미는 일이
이렇게 신났던 적 있었던가?


두근두근.
녀석과 나의 합작품에 보안계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너무너무 기대된다.
이녀석.
이렇게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다니.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너밖에 없다.

덩치 앞에서도, 칼 앞에서도 ,
내 앞에서 뿐 아니라
보안계장 앞에서도 절대 쫄지 않는 녀석.
심지어 천연덕스럽기까지!

근데 저 이 핸드폰 반입도 신고하려고 했었는데.

그러니까 나를 형이라 부를 사람은
너밖에 없다구.


내 신박한 또라이 뺨따구에 불을 내다니!
이 썅놈이!


굴러들어온 사자의 삼일천하.
혁신적인 또라이가 이제 나의 천군만마가 된 것이다.


나는 덕분에 간만에 피맛을 보니 좋구나.


그러나 두려움에 떠는 녀석을 걱정하고 있는 나


이 희열을 되찾아준 녀석에게
일단은 고마움.
하늘에서 내려온 횡재수를 만난 듯한 황홀함.
그리고.,,
그리고....


모르겠다.
일단은 즐기자.
이 여유와 평화.
녀석과 함께 있는 이 순간을...


미치겠다. 이녀석.
그날밤엔 그렇게 벌벌 떨더니만
다시 내 앞에서 이렇게 해맑다니.
나와 같은 방도 쓰겠다며 꼬리까지 흔든다.
내가 사자도 잡던 호랑이인데
그 호랑이굴에 들어온다고?
니 속엔 도대체 뭐가 들었니?


알고 싶다.
내 앞에서보다 더 환하게 웃게 만든 너의 가족이,
너의 실체가..


내 옆에서 누가 이렇게 시시덥쟎게 촐랑이던 이 또 있었을까?


그러더니 내 시커먼 세계에까지 들어오겠다고?
진심이야?
누구냐 넌 도대체?


병갑이가 있었지.
그래.
녀석도 늘 내 뒤만 졸졸졸졸 따라다니며 나만 바라보는 바보같은 녀석이지.
그 녀석한테 혹시나 녀석의 뒷조사를 시켜놨지.


믿을 수 가 없다.
녀석의 정체가,
녀석 주위에 있는 나말고 다른 사람들의 정체가.


처음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재미있을거라고 기대했던 적이...


누군가로부터 사심없이 목숨을 보전받아본 적도 ....


경찰이 투입한 잡입조 한명은 이미 제거되었다지만
녀석만큼은 바로 죽일 수가 없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일단 내가 속은 데 대한 분풀이삼아
트라이란 걸 해보자.


녀석이 혼자 있다.


행복해 보인다.
이 감옥안에서 저렇게 맑은 웃음을 웃을 수 있다니..


그래 햇빛 죽인다.......


그리고 녀석이 운다.
어미 잃은 어린 짐승의 포효....


왜 굳이 달래주려고 했던지...


녀석이 지금 나한테 화내는 이유 뻔히 알면서...


그래도 나는 또 달래본다....


내 방식이 이것밖에 안되서..
이렇게라도 그의 슬픔을 멈춰보고 싶었다.


어미 잃고 발악하던 새끼에게
이제부터 모이주는 시간.


그렇게 내 품에 와 웅크리는 어린 짐승.


아직은 남아 있는 마음속의 응어리...
철들고 나서 고아된 내 사연을 먼저 털어놔 본적도 처음이다.


미안해 할 것 없어


이 이야기의 교훈은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자는 거야.

그러니까
너는 나를 믿어야해!
그래야 니가 살수 있어.


내가 너를 안버릴 거고
너도 나를 버리지 말라구!



나 경찰이야!


지금 너 뭐라고 했어?
경찰이라고 지금 실토한거야?
날 믿는 거야 정말?
이렇게 쉽게 믿어버리는 거야?
너같은 영리한 또라이가 속을 드러내 보이다니!



미치겠다 너땜에!


병갑이의 출소턱.
현수 녀석이나 병갑이나 다 애같긴 한데
현수는 순수한거고
병갑이 이 자식은 철딱서니가 없는거고.
낫살먹고 떡볶이 건져먹는 이 꼬락서니라니..아 짜증나


착한 놈.
현수놈.
그래.
가는거다.
현수와 함께 해보자.


그래서 나는 기다린다.


으리번쩍한 병풍과 스포츠카.

 


인간 두부와 함께
조현수 너를.


(간지)


하필 천팀장과 딱 마주쳐버렸다.


현수라는 칼이 잘 있는지
확인하려는 저 여우 속을 내가 모를 줄 알고?


이 칼은 내 손안에 있다
이쁜 칼이다.


날도 잘 서있고 ...
미치겠다
넘 번득번득 빛나잖아


으이구 이 철딱서니...
나말고 또 누가 달래줄수 있겠누


행복하다
녀석이 내 앞에서 저리 환하게 웃는다.


녀석 덕분이다
오늘날 이렇게 살아서 늙은 곰한테
선전포고도 할 수 있다는 거.


녀석이 처음으로 조직의 작전에
투입되었다.
안에서 이렇게 잘 하고 있는 줄 몰랐으니


애가 타고 초조해서
더는 못기다리겠다.
맛잡이 뜨러가는 길이 이렇게
심장을 조여오기도 또 얼마만이던가


자기야 내 왔데이


이뿐 놈!
고맙게도 넘나 잘 버텨줬구나!!!
너와 나 이제 제대로 한 편이구나!!


역시!
녀석은 녀석이다!!
야무진 놈


녀석이 도둑놈 조지는 모습 보고 있노라니
내 어린 시절 생각도 나고..
과연 저 녀석이 경찰 맞나 싶기도 하고 ...


재밌었다고?


넌 오늘도 나를 놀래키는구나!


왜 이래
내 넥타이 원래 반듯하거든.
넌 어디까지 날 놀래키는 거니
차라리 이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


왜 왔어?
우리 현수앞에 왜 또 나타난거야?


내가 너때문에 불안해 하다니...


니가 경찰이란 사실을 상기할 때마다
미칠 것 같아.
나는 무엇을 두려워 하는 것일까?
저들이 혹시 너를 내게서 빼앗아갈까봐?


아니면 니가 내게서 떠날까봐?
널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너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너에게도 설명할 수없는
이 감정...


온 신경이 너에게로 향해 있는 나를
너에게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래도 난 형 믿어요

날 믿는다고 했다.

안다.
내가 입힌 상처로
녀석이 날개죽지 꺽여 내게로 왔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에 있는거다.
나를 믿으니까.

그런데
오늘 또 나를 믿는다고 말해준다.


출세?

달콤하다.
나를 이렇게 달뜨게 만든 녀석..
그래
넌 끝까지 내 옆에 있는 거다!


디데이가 정해졌다.
복날의 개는 내가 아니고
늙은 곰 너다 이 늙은이야!


녀석이 또 사라졌다.
보나마나 또 경찰 제 식구들을 만나러 간거겠지
거기서 녀석은 무슨 말을 했을까?
나에 대해서 뭐라 말했을까?
아니,
저들이 현수한테 무슨 말을 할까?


나가자!


녀석이 날 부른다.


가자


날 믿는 녀석.
그 믿음의 대가로 초췌한 오늘의 이유..
그런 녀석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우울한 녀석의 얼굴에
이 불꽃처럼 환한 웃음을 되찾아주고 싶다.


그런데 웬걸..
불꽃놀이에 내가 더 마음이 들떠 버린다.
나 이대로 인간으로 살아볼까?
남들 하는듯이 살아볼까?


그러나
여전히 힘들어하는 녀석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린다.
내가 이러고 살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게 아니었지.
평범한 사람들처럼
인간답게 사는 게
내 인생에는 허락 받지 못한 사치.
그냥 지금 이대로 너만
내 옆에 있으면 된다.
지금처럼만


디데이.


화려한 블록버스터가 개봉되는 날


천팀장은 쪽박의 쓴맛을 보고


나의 늙은 곰은 한치앞을 모르는 축배를 든다.


오늘따라 녀석과 마시는 술이 더욱 땡긴다 이거지


삼촌 죄송해요


파티는 끝났다.
오늘의 주인공과 함께
진짜 파티를 벌여보자


넘나 이쁜 내 또라이
제 식구들 배신한 날
내 총구앞에 자기 살집까지 내어맡기는
그 온전한 믿음이
내 영혼에도 구멍을 내버렸다.


거기에 비하면
이 눈치없는 병갑이놈...
그래도 녀석은 나밖에 모르는 병신인 걸 알아서
옆에 두는거다.


그 등신 불알친구가
내 이쁜 또라이를 신고했다고?


그리고 또
우리 둘이 같이 뜨자고?

분명 내가 총쏴서 알리바이 만들어보냈는데
녀석의 목소리가 그새 바뀌어있다...

싸늘하다.
날 그렇게 믿어온 녀석에게
나도 믿음을 되돌려줄 수 있을까


어차피 병갑인 내게 필요없어졌어.
그 이유 뿐이야.
아직은
아직은


냉철하게
사업상의 이유로 과거를 청산한 것일 뿐...
녀석의 말을 믿지 못한들
내가 손해볼건 없지
그래
그런 거야


니가 우리 엄마 죽였다면서?


끝까지 모르지 그랬어?


난 다 준비하고 왔단 말이야
병갑이도 처치하고
약도 챙겨서
너랑 떠날 준비 다 하고 왔단 말이야
우린 대화가 좀더 필요해


그러니까
우리 사이에 걸치적거리는 것들은
제발 입닥치고 조용히 해!


그러나 너는 더이상의 대화를 거부하는구나
내가 너를 어떻게 죽여
못 죽여
널 죽일 타이밍을 놓쳤거든
나는..
나는...


날 믿는다고 했지
날더러 출세했다고 했지

황홀했었다
미치게 자극적이었다.

다 꿈이었다
이렇게 깨지 않기를 얼마나 바라왔던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현수도 알고 있을까?
부디 그래야할텐데...


현수는 알고 있구나
너는 나처럼 실수하지 않을거지?


그렇다고 고개 끄덕여주는 현수.
현수 답다.
녀석은 결코 어리석지 않지


너와 함께한 지난 삼년여의 시간이
해처럼
달처럼 못했어도
저 헤드라이트 불빛처럼은
뜨거웠을거야..
딱 그만큼은 빛났던거야


잘 있어라
내 사랑



=============================
이상 재호의 이야기.
그냥 평소처럼 장면 장면 묵상하려했던 것을
어느새 나는 또 재호가 된다.
재호의 두근거림,기대 , 설레임, 비통함, 당혹감, 불안감 그 모든 것들이 화면 밖으로
아직도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그래서 나도 미치겠다.

영화의 전개와는 별개로 재호의 시간중심으로 재구성해봤다.
감독은 기막힌 화면의 조련술사다.
그의 화면안에서 카메라나 배우나 절대 정적인 적이 별로 없다는 놀라운 사실.
역사적인 싸대기 씬 이후 야외 운동장 그 아침에 멀찍이 조우하는 재호와 현수.
내가 이 장면을 0.25배속으로 돌리며 처음 재호의 시선에 등장할 현수를 그렇게 찾았는데
끝내 절라도 파의 시선처리 이후에 등장한 현수.
도대체 카메라를 어떻게 돌린건지 ㄷㄷㄷ

그리고 최선장파와 전투때.
재호를 따라 들어왔던 카메라가 또 한참 재호와 조직원들 비춘 후에 나온 현수의 말이었던지라
현수가 그걸 재호보고 한 소리인줄 못알아봤다.
난 갑자기 신세계 황정민이 생각났다 ㅎ
드루와 드루와

카메라가 멈추면 이번엔 재호가 야구공을 그렇게 튕겨댄다.
내가 색을 평하고 음악을 논할 경지는 못되지만
그의 영상은 관객을 절대 심심하게 하지 않을 부지런함의 결실이다.
영화가 아니라면 화가로서도 능력을 보일 만한 섬세한 손길,
장인의 손길이다.

늘 사실주의 영화만 해온 설경구는 감옥세계의 설정에서 의심을 품기도 했었다지.
이 해에 조작된 도시도 그러하였다 ㅎ
그러니까 이감독이나 저감독이나 대한민국의 감옥은 그저 강화된 확교 같은 이미지로서 필요한 설정일뿐이고.
때문에 시사성 역사성 전혀 없는 이 판타지의 세계관은 중국 고대로나 중세 유럽으로나 근미래로나 가져가도
절대 이질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 감독의 페르소나로 제대로 기능해준 설경구 배우.
그의 옆을 지나간 당대의 쟁쟁한 여배우들보다 임시완 앞에서 최고의 매력을 보인 그의 나이 당시 51세 ㅎ
설경구 배우 목소리가 이렇게 낮은 허스키보이스였던가
늘 내지르는 큰소리만 들어왔고, 그의 날카로운 눈빛만 인상에 남았어서
재호가 툭하면 짓는 낄낄 너털웃음이 낯설다.
그러나 큰 몸짓과 발성보다
넥타이 각잡는 손짓 하나, 거친 숨결, 그 흔들리는 눈빛 하나가
장면을 꽉 채우는 긴장감을 준다는 거!
절대 꼼수란 걸 부리지 않는 이 진중한 천상 배우의 성실함이
이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킹메이커 개봉까지 이제 엿새 남았다



제가 취직하겠습니다.
그랬더라면 냉동고에 들어갈 건 현수 너였겠지...


난 대한민국 마약반 소속 경찰.
담력, 전투력, 기지, 전술 운용능력
아직 인정받을 경력은 많이 없지만
경찰학교에서나 훈련원에서 했던 이상으로
내 능력을 펼칠 곳이 많은 이 대한민국 아니던가.
그런데 감옥으로의 잠입이라니..
간지나는 현장요원으로 써도 부족함 없는 내 실력을
3년간 조폭 비위맞추며 썩히고 있으라니...
어머니 신장 이식수술만 아니라면...
엄마 옆을 떠나있어야 하는 이 미션을 절대 수락하지 않았을 거야.
회사를, 팀장님을 믿어보자...



그렇게 밀수꾼이 되는 것...
톤은 높이고 이빨에 신빙성을 더해


관객 한재호 앞에서 최고의 배우가 되는 것.


이걸론 약해.
우선 난 감옥안에서부터 살아남아야 해..


진짜 이놈의 경찰질 드럽게 빡세네 ㄷㄷㄷ


어찌되었건
결과가 나쁘지 않아 다행이야.
난 그저 춤을 추었을 뿐이고
그는 나의 팬이 된게 확실해....
나야말로 당신이 징역깨지 말고 무사하길 바라.
그리고 나를 고병철에게로 이끌고 가라구.


이빨빠진 호랑이라면 이제 내가 다가서도 의심하지 않겠지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난 당신이 그저 무사히 감옥을 나가길 바라는 사람이야..
당신 편이길 바란다구...


나 잘한걸까?
피에 굶주린 호랑이같은 저 사람을 과연 내가 콘트롤할수 있을까
작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엄마가 신장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다!!!


회사 덕에 엄마에게 효도할 수 있어 기쁜 날
까짓거 회사에 더욱 충성하는 것 쯤이야.
난 미끼를 던져 본다..
한재호,
제발 나를 물어!


회사.


엄마..


그리고 한재호...

참 하늘 파랗다..
내가 조금만 더 고생한다면
앞으로 내 인생이 저렇게 오늘처럼 파랄 수 있겠지.....


살면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게 대부분 뒤통수에서 오게 돼있거든.
절대 눈앞에서 오는게 아니야.


그래도 이건 아니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어떻게 그 하늘이 이렇게 순식간에 무너져 버리는 거냐구...


하늘도 무너지고
믿었던 회사마저도 내게 칼을 쑤신다.
아프다.
이건 정말 심장이 뚫리는 것같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내가 무얼 잘못한거지?
아무리 곱씹어봐도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게 다 한재호 너때문이야
너희같은 마약쟁이 새끼들 때문이야
니들같은 버러지 범죄자들이 우리 엄마 죽인거야.
엄마도 죽었는데
너같은 게 살아서 뭐해.
다 죽어버려.
작전이고 뭐고 개나 줘버려
다 사라져 버리라구!!!!!!!


한재호가요?
팀장님이 못한 일을 한재호가 했다구요?
나 엄마 마지막 가는 길 볼수 있다구요?


미안해 엄마...
엄마를 지켜주고 싶었는데 ...
엄마가 이렇게 됐는데도 나는 아무것도 못했어...
나같이 무능한 놈따위....

미안해 엄마
미안해......
아 엄마......


그리고 ...
당신도....


일단 고마워요...
우리 엄마 마지막 가는 모습 지켜보게 해준거 잊지 않을께요....


지난 번엔 정신 번쩍날 주먹으로 날 달래더니
오늘은 자기 흉터 드러내며 제대로 내 속을 만져준다....


드디어 나를 물었다.
저렇게 쑥스러워하며 자기 사람이 되어달라 손을 내민다..


미친짓인줄 아는데
더는 형을 속이면 안될 것 같아.
미안해요.


그렇게 그사람은 나의 형이 되었다.


난 형과 한패다.


내가 이제 걸어야 할 새로운 길에 놓인
빨간 꽃...


가보자. 이 길의 끝까지...

살면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게 대부분 뒤통수에서 오게 돼있거든.
절대 눈앞에서 오는게 아니야.

뒤는 보지 말자.
앞에 형이 있다.....


팀장님,
아니 아줌마...
난 당신과 오늘 처음 만난 거야...
당신이 예전에 알던 조현수가 아니라구.


형의 옆자리.
이거 재밌다.
그 자리를 선점하고 있던 너란 인간도 참 재미지구...


내 눈앞에 저 형이 있는 이 인생...


전혀 기대밖의 이 짜릿함...


그리고 또 시험...


이것도 어렵지 않았다.
형이 있으니까...


마무리는 내가 해야지.
형이 마약밀매일을 하는데 위조도장이 꼭 필요하댔으니까.
이까짓 시계따위야


정말 재미있었어요...
보람있었다니까..
마약반 경찰이 마약상 뒤통수친 도둑놈 때려잡아 장물 찾아주는 이 일,,,
새로운 적성 찾았쟎아...


그래.
가보는거야..
난 지금 혼자가 아니야.
형이 있잖아.
경찰로서의 내 모든 능력, 내 경력 다 걸어볼 만한 가치가
그에게 있어.


까짓거
경찰 그 까이거..
한재호 당신만 잘하면 돼.
당신이야말로 천팀장 같이 내 뒤통수 치지나 말라구.


뭐지?
왜 갑자기 날 의심하는 거지?
아직도 내가 경찰이라는게 신경쓰인거야?


미치겠다.
내가 경찰질을 때려 쳐야 하나?
형을 배신해야 하나?


뭐야?
불안했던거야?
나한테 확신을 바랬던거야?
날 그렇게 믿었어?


그래.
나 형 믿어.
지금 나한테 형 뿐이라구.
내가 여기서 어딜 더 갈수 있겠느냐고


엄마가 떠난지도 한참이 지났는데
나는 아직 엄마가 옆에 있는 것 같다.
이 바람 소리가 엄마 숨소리처럼 나를 편안하게 해.
여기 있으니까
내가 경찰인지, 한재호의 조직원인지
잊어도 될 것같은 편안함..


한재호가 정말 나를 배신했다고?
무섭다.
한재호가 저렇게 불로 사람을 담궜더랬는데..
나도 저렇게 뜨거운 불로?
과연?....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이 5초의 짧은 순간
나는 한재호를 믿는데 내 목숨을 건다.

한재호가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최선장 건에서나
지난번 변태로 몰아 형이 민철선배 폭행한 일로 의심을 샀구나.
나 이제는 회사로부터 의심도 사고 있구나.
이런 대접까지 받고 있구나...


내 회사는 나를 의심하고 배신하는데
내가 한재호를 믿었더니
한재호를 향한 그 믿음 때문에 내가 살았다는 ...
이 아이러니...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야하나?
이 길의 끝은 어디인가...
(오 g.o.d여 내게 길을 불러주소서)


하다 하다 이젠 불꽃놀이까지..
한재호...
나도 당신 옆이 재미있는 줄 알았지만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놀래킬 줄은 몰랐어.


그러니까 형.
이제 형이 이길에서 멈추는 거 어때?
나는 이제 형을 떠날 수 없는데
그러자면 내가 회사를 배신해야 하는데..
난 이길이 자신없는데...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형이나 나나 똑같이 뒤통수 맞고 여기까지 왔으니...

살면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게 대부분 뒤통수에서 오게 돼있거든.
절대 눈앞에서 오는게 아니야.


팀장님.
당신에겐 미안한 거 없어.
당신 덕분에 나도 그렇게 배웠거든

살면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게 대부분 뒤통수에서 오게 돼있거든.
절대 눈앞에서 오는게 아니야.


이 순간 가장 희열에 젖어 있을 당신 얼굴을


금새 일그러뜨려놓고
저렇게 당신 등을 토닥이는 그 사람이
가르쳐줬거든.


3년이란 시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더라구..


다 당신 덕분이야.
톤을 높이고
이빨을 갈아서
난 더 좋은 배우가 되어 돌아왔다구..


총 두방이 대수야?
한재호가 머리통 날리지 않았으면 다 구라야!!!!!


그러니까 조현수
그게 한재호의 실체야!
그런 한재호랑 붙어먹고 내 뒤통수를 쳐?


나쁜 년!
넌 한재호보다 더 나빠!
니가 한재호한테 나를 붙였쟎아!
한재호는 내 엄마만 죽였지만
넌 나랑 엄마를 둘 다 죽인거야!!!



한재호..
당신은 더이상 내게 호랑이가 아니야!
넌 그저 피만 보면 달려가는 늑대새끼일 뿐이야!


그래..
오늘은 나를 믿어!


내가 오늘 너희들 씨를 말려버리겠어

 


어서와 한재호.
빨간 스포츠카도, 병풍도 없지만
총든 살수랑 시커먼 생수차를 준비했어.


감옥에서도 그렇게 빛이 나던 당신이었지만
오늘은 진짜 구리다.


왜 날 못죽이는 건데?
왜?
설마 나하고 정분이라도 났던거야?
내 엄마를 죽여서라도 내가 그렇게 특별했던거야 당신한테?


진짜야?
정말?
당신이 ?
나를?
그랬어?



살면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게 대부분 뒤통수에서 오게 돼있거든.
절대 눈앞에서 오는게 아니야.

당신 눈앞에 나도 내마음을 쏟아놓는다.
우리의 끝을
3년이란 시간의 알싸함, 그 미세한 희열과
뱃속 깊숙히 고여온 전율 그 모든 것의 추억을.
우리에게 예정되어 있던 미래를


잊지 않을께 .
당신의 이 눈빛도.
손끝에 전해져오는 당신의 모든 생명과
......
.....
사랑도...


그리고 나는 또 태어나는 거야.
진짜 내가 누구인지도 모를 새로운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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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마무리 못한 이야기.
이제 현수의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하루종일 현수랑 재호가 다시 보고 싶어서
폰을 들여다 보고싶은 거 꾹 참느라
혼났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저던 의문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기대, 총애, 혹은 애정을 받는 기분이 어떤 걸까?
현수는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재호는 누가 봐도 악당이다.
잔인하고 악랄하다.
병갑이란 인간보다 더 끔찍한 건
머리도 좋고 추진력있고 힘까지 완벽하다.
그의 오야지 병철이 그를 제거하려들만 했다.
그는 누구 밑에서 만족할
여우따위가 아니다.
제왕이고 호랑이다.

그런 한재호의 마음을 사는 일이
작전의 일부이긴 했지만
막상 한재호의 호의는 기대수준 이상이다.
그 옆에서
나라면 어떤 포지션을 취할 수 있을까?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어색해하지 않을까

그래서 고딩때 나를 그렇게 이뻐했던 선배를 떠올렸다.
정말이지 이유없는 총애였고
무제한의 관심이었다.
그러고 보니 난 그 애정을 즐겼던 것 같다.
으쓱해졌고
마구 까불고 싶어졌었다.
무슨 짓을 해도 귀엽다 봐주는 선배가 있으니까마구 기가 살았다.

그러니까 현수도 재호가 싫지 않았던 거다.
재호에게 온 마음이 활짝 열렸겠구나
그러니까 현수에게 재호는
더이상 타겟도, 마약밀매범도, 살인자도 아니었구나.
인간 한재호를 보면서
재호의 세상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겠구나

그런 현수의 진정을 알아채지 못할 재호가 아니었으니
재호는 더욱 현수를 깊이 생각했고
현수는 재호를 뜨겁게 믿을 수 있었구나...

그런 현수의 심경의 변화를 연기하는 임시완 배우를 새삼 다시 보게된 계기였다.

방금전 동료에게서 시계를 받아들고
재호와 함께
키득거리며 올라탄 엘리베이터 장면.
갑자기 재호로 인해 분위기 싸해지는 그 순간부터
임시완의 모든 눈짓과 표정은
몇번을 다시 봐도 감탄이 나온다.
어떻게 연기를 저렇게 정확하고 섬세하게 할 수 있는지!

설경구를 누르고 있던 임시완 배우의 옆모습
그때 난 분명 눈물 한방울 떨어질거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설경구 배우가 아닌
카메라 앞에서 재호를 떠나보내고
천천히 몸을 세우는 그 순간.
그제서야 임시완 배우 오른쪽 눈에서
또르르 흐르는 한방울의 물줄기!

아름다웠다.
새드엔딩의 슬픔을 달래라고
관객들에게 던져주는 선물같았다.

임시완배우
싸대기대회에서 사기주먹의 성공으로
히히 웃으며 어깨 들썩이는 그 모습을 보면
그게 임시완배우 본인의 모습같이
날 행복하게 했다.

연기력과
배우 본연에게서 나오는
매력과 사랑스러움이 충만한 배우
임시완에게 감사하다.


이제
불한당을 떠나보낼 수 있을 것같다.

부디 잘 살길 바라 조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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