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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훔친 소설가 23.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The Mind of a Mnmeorist. 알렉산드로 로마노비치 루리야. 갈라파고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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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훔친 소설가 23.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The Mind of a Mnmeorist. 알렉산드로 로마노비치 루리야. 갈라파고스

혜성처럼 2021. 12. 23. 00:32

 

 

[뇌를 훔치는소설가]가 전하는 또하나의 명작. 

제목 그대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 대해 자그마치 30년간 취재하듯 연구하고 분석해낸 놀라운 

심층과학보고서.

 

저자에게 어느날 기자 한명이 찾아온다. 

자기 상사더러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오랬다고 하더란다. 

회의시간에 상사의 복잡한 지시사항을 적지도 않고 딴짓을 해서 혼냈더니

상사가 방금 한말을 토씨 하나 안틀리고 그대로 읊더랜다. 

그때 주위사람도 당연했지만 당사자도 함께 깜짝 놀랐다고 한다. 

 

왜들 이러세요?

다들 이정도 기억력은 갖고 있지 않아요? ㅎㅎㅎ

 

책에는 그의 기억 방식이 세세히 기록되어있다. 

히치콕의 [39계단]이 생각났다. 

아마도 히치콕도 당시 러시아의 대단한 기억술사 소문을 들었던지 실제 공연에 참가했던지 했을 것 같다.

기억술사가 기억쇼를 펼치는 모습은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실제 이 책의 주인공이 접한 기억쇼는 더 악몽이었던가보다. 

영화에서는 기억술사의 기억력을 테스트하기보다는 점궤를 맞추라거나 자기네집 양계장의 닭들이 폐사하는 원인을 맞추라는 둥 민중들의 삶의 애환을 토로받는 집단 심리상담사가 된 듯한 모습이 웃음 포인트였다. ㅎ

이 책의 기억술사는 갖은 고난이도의 암기테스트를 요구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이 기자와 심층 대담을 하며 여러가지 실험도 함께 한다. 

그리고 주인공의 기억의 매카니즘을 밝혀낸다. 

 

이 책은 한 인간의 뇌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일을 생생히 목격하고 정밀하게 관찰하며 심도있게 분석해냈다. 

안타까운 것은 저자의 다른 모든 신경과학 업적은 널리 인정받아 왔지만

저자가 쓴 또다른 책 [조각난 기억을 가진 사나이]와 함께 이 책의 가치는 평가절하되어왔다는 것이다. 

 

저자의 접근법이나 기술해낸 문장양식이 과학적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거다. 

내가 보기에도 대단히 문학적이고 인간미가 넘치는 글들이었다. 

나는 내가 아직도 석영중 저자의 책을 보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문장은 너무도 깔끔했다. 

명제를 던지고 이를 해석해낼때 읽을 독자와 공감하는 그의 글쓰기 방식이 정말 맘에 들었다. 

미국이고 영국이고 서방국가에도 샌님같은 편견이 과학계에 존재하는가보다. 

그러가나 말거나 

이 책의 가치를 알아본 이들이 많았으니 출간한지 50년도 더 된 책이 오늘날 한국에까지 전해질수 있었겠지. 

 

오늘날 이 책이 더욱 널리 익히기를 소망해본다. 

혹시 알아?

제2의 히치콕에게도 창작의 영감을 줄 지 누가 알겠노? ㅎ

 

저자 서문이 참 책과 기억술사의 결말을 예고하는 쓸쓸한 운치가 있어

전문을 싣는 것으로 독서 보고 시작한다. 

 

나는 이번 여름을 도시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보냈다....

내 책상 위에는 무척이나 낡고 누렇게 바랜 노트가 한 권 놓여잇었다. 

그것은 어느 특이한 인물과의 짧은 만남의 결실이었다. 

유대인인 그는 점은 시절에 음악가와 언론인으로 활동했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훗날 기억술사로직업을 바꾸면서부터는 저명인사들과 연달아 만날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런 한편으로 그는 평생 뭔가 정처 없는 사람, 즉 언젠가는 뭔가 더 좋은 일이 생기겠거니 기대를 품고 사는 사람일 뿐이었다. 

나와 내 동료들은 그에게서 무척이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책 역시 그의 기억력을 기념하는데 바쳐야만 마땅할 것이다. 

       A.R.L.

1965년 여름. 

(p 9)

 

제1장 프롤로그
제2장 기억술사와의 첫 만남
제3장 결코 지워지지 않는 기억
제4장 기억술사의 내면세계
제5장 기억술사의 정신
제6장 기억술사의 행동 조절
제7장 기억술사의 인성

 

제1장 프롤로그

 

이 책은 특히 예외적인 기억력으로부터 생성된 신드롬의 발생을 다루고 있다. .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다른 심리학자들이 이 밖의 다양한 심리학적 신드롬을 관찰하고 또 묘사하는데 있어 보다 활발한 활동을 별여 줄 것을 기원하는 바이다. (p 15)

 

Chapter 02 기억술사와의 첫 만남

 

루리야라는 러시아의 이 위대한 심리학자에게 찾아온 기억술사. 

저자는 그를 S라고 독자에게 소개한다. 

책 후반에 이 기억술사의 실제이름이 나온다. 

솔로몬 셰르솁스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서두에 그가 서른이 다 되도록 자신이 특출난 기억력을 가진 줄을 본인이 몰랐다고 하는데 

바로 이런 가정에서 태어난 때문이었나 보다. 

탈무드 교육으로도 잘알려진 전통의 유대인 교육. 

그의 부모도 그러하지만 위로 형이나 아래 동생들도 그렇게 영특했다고 한다. 

저자는 그와 만나서 실험을 하면서 이 기억술사에게 놀라고 심지어 당황하기까지 했던 그의 심정도

상세히 전한다. 

 

이런 실험을 하면 할수록 실험자인 내 쪽에서는 더욱더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S의 경우에는 기억용량은 물론이고 그가 획득한 흔적의 지속성 역시 무한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맣은 제시어로 구성된 긴 열이라도 거뜬히 재현살 수 있다는 사실이, 나아가 한 주, 한 달, 한 해, 

심지어 몇해 전에 제시된 열이라 하더라도 거뜬히 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p 24)

 

 

Chapter 03 결코 지워지지 않는 기억력

 

본격적으로 기억술사의 기억력의 실체를 파헤치다. 

 

우리가 보기에는 무의미한 숫자들의 배열.

기억술사는 이를 그저 보기만 하는 것으로 암기 끝. 

그는 이 보는 행위 하나만으로 눈앞의 정보를 사진을 찍어 뇌에 저장했다가 

바로 바로 꺼내 쓰는 듯했다. 

그래서 3장은 그의 기억력의 실체들이 세밀하게 분석되어나오고 그 예시 또한 풍부하다. 

 

 

1. 그저 계속해서 '바라보기' 만 하면 ' 읽어 낼 '수 있다. (p 34)

 2. 공감각 共感覺

   

 -그각 듣는 모든 소리가 곧바고 특정한 빛과 색 뿐 아니라 맛과 촉감까지 산출했다. (p 38)

  - 대부분이 시각과 청각, 촉각&미각을 청각과 구분하는 것과는 달리 S에게는 그런 경계선이

전혀 없었다. (p  42)

 

"제가 두 살인가 세 살 때, 히브리어 기도문을 배운 적이 있었죠. 

무슨 뜻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했기 때무에 그 단어들은 마치 수증기나 반점처럼 제 머릿속에 새겨졌죠. "

 (p 36)

 

초당 50사이클 높이의 소리를 100데시벨  진폭으로 들려주자,

S는 어두운 바탕 위에 나타난 갈색 띠를 목격했는데,

그 띠의 가장자리는 붉은색이어서 마치 혓바닥을 연상시켰다. 

달콤새콤한 순무 스프맛과 비슷한 감각을 혀 전체 에 느꼈다. (p 37)

 

무척이나 부드러운 노란색 목소리를 지니셨군요. (p38)

 

에이젠시테인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도화선을 따라 타오르는 불꽃이 곧장 제 앞으로 닥쳐오는 것만 갔았죠. 

저는 그의 목소리에 넋이 나갔기 때문에 그가 하는 말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p 39)

 

숫자 2는 납작하고 직가각형이고, 색깔은 희끄무레합니다...

숫자 5는 원뿔이나 탑의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

 숫자 8은 어딘가 소박한 느낌을 주고, 마치 석회석처럼 우윳빛 도는 청색입니다. (p 42)

 

3. 상기의 시각적 특성

 

-S가 들은 각각의 던어는 그의 머리속에서 특정 회화적 이미지 형성

 보통사람들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지속적이다. 

 -무의미한 긴 단어의 열이라도 자기 머릿속에 특정 거리에 차례로 배치해 두는 것이

그의 암기 방식. 

 - 머릿속 산책 

=> 그의 기억용량이 무제한이고 기간도 거의 영구적일 수 있는 이유. 

 

4. 기억술사가 빼먹는 게 있다?

 - 기억력 부족이 아니라 지각력 부족 때문이다. 

 

 연필이란 단어를 어느 담장 옆에 두었습니다. ..

하필 그 이미지가 담장과 뒤섞이는 바람에 그 옆을 지나치면서도 눈치를 못 챘던거죠. 

계란도 흰색 벽 앞에 세워두었는데 담장 배경 색깔과 섞여버리고 만것이죠. 

 

5. S의 기억력의 결점

 1) 기억을 방해하는 이미지의 조건들. 

 단어의 이미지가 너무 작거나 주위가 어두울때. 

 S에게 시각화 되는 소리가  사물을 '가릴 ' 때. 

 

  말씀드렸듯이 소리는 무조건 방해가 됩니다. 

소리가 선으로 변하면서 혼동을 일으키는 거죠.  (p 56)

 

2) 제각각인 정보로 인해 이미지 배치 시스템의 작동오류

 

 일단 마야콥스키 광장에서 출발했을 무렵, '크렘린'이란 단어가 나오기 전에 저는 크렘린 쪽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다음에는 시라는 단어가 나오는 바람에 이번에는 푸시킨 광장에 와 있는 겁니다. 

만일 인디언이 나왔다면 저는 졸지에 미국에까지 갔다 왔을 겁니다. (p 57)

 

=>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이에 기억력 향상법을 도모하다. 

 

6. 직관 기법 1 : 방해 요소 제거

  

 -이미지를 크게 하거나 방해 요소를 아예 차단하기. 

 

 계란 같은 경우에는 워낙 작어서 못 보고 지나칠까봐 아예 크게 만들어서 어느 건물 외벽에 기대어 놓습니다. 

근처 가로등 불빛 덕분에 잘 볼수 있죠..(p 59)

 

7. 직관기법 ( 직관적 이미지의 기법) 2 : 기억의 속기술

 -각각의 이미지에 적절한 약어나 기호를 부여하기

 

8. 직관기법 3 : 무의미한 단어를 이해가능한 이미지로 변환시키기

 

 가령 '이비 베네 우비 파트리아'(Ibi bene ubi patria) 라는 뜻모를 구문이 나왔다고 해보죠. 

저는 '베냐'(Benya)(베네)와 그의 아버지(파테르 [Pater])를 떠올립니다. 

 

 어느날 S는 신곡 라틴어 원문 4절을 외워보라는 요청을 받았다. 

 

넬 메조 델 캄민 디 노스트라 비타

(Nel mezzp del cammin di nostra vita)

미 리트로바이 페르 우나 셀바 오스쿠라

(Mi ritrovai per una selva oscura)

체 라 디리타 비아 에라 스마르리타

(Che la diritta via era smarrita)

아히 콴토 아 디르 콸 에라 에 코사 두라

(Ahi quanto a dir qual era e cosa dura)

 

넬 (Nel) : 복도에서 회비를 내고 있다가, 문득 발레리나 넬리 스카야와 눈이 마주친다. 

메조 : 나 자신은 바이올리니스트다. 

         나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한 남자가 넬리스카야와 '함께'( 러시아어로 '브메스테 '[vmestel]) 

         있는 모습을 본다. 

델 : 그 두 사람 옆에는 '델리 표 담배 한 갑이 있다. 

킴민 : 난로 ( 러시아어로 카민[kammin])

디 : 그런 다음에 '문'(러시아어로 '드베르'([dver])를 가리키는 손을 본다. 

노스트라 :'코'(러시아오로 '노스'([nos])를 '문간'(tra)에 부딪힌다. 

비타 : 문턱을 넘어가면 생명의 상징인 '생기'( [vitalism]), 곧 아기가 있다. (p 65)

 

 

예시된 수식은 아무 의미가 없는 가짜 수식이라고 한다. 

 

 네이만(N)이 밖으로 나와 자기 지팡이( ∙)로 바닥을 두들깁니다. 

그는 마치 제곱근 표시( √)처럼 생긴 커다란 나무를 보고 이렇게 생각하죠....

내가 여기다 집(dom)을 두 채 (d2)나 짓기 저누터 있던 나무니까. (p 71)

 

 

 

 

1. 마바나사나바(MAVANASANAVA) 

  제가 바르샤바에서 머물던 슬리츠카야 거리의 하숙지 주인 아주머니( '마바'[Maval])가 마당 쪽으로 난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있습니다. 

아주머니가 왼손으로 방안('나사'[NASA})(러시아어로 '나샤'(nasha) 는 '우리'를 뜻함)을 

가리키고 잇습니다. ...

(p 76)

 

이상 S라는 기억술사가 의미없는 음절들의 나열을 기억하기 위해 사용했던 일종의 연상법을 책에서 소개한대로 나도 옮겨 보았다. 

이거라면 우리도 익숙히 알고 있는 의미화 연상작업인 것 같은데. 

그래서 우리도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획기적인 기억력을 가질 수 있을 듯 보일 것이다. 

나는 오히려 매번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 내 뇌가 혹사될 것 같다!

무엇보다 S의 기억이 놀라운 건 이런 이미지 치환술의 효과가 평생을 가더라는 것이지. 

그 이미지 치환작업도 머릿속에서 거의본능처럼 빠른 시간에 처리되고 말이지. 

나라면 치환 과정 자체도 엄청 오래걸렸겠지만 막상 치환해놓고 나중에는 금새 까먹을 게 뻔하다. 

 

9. 따라서 S의 이미지 치환술은 오히려 단순한 논리 배열을 인지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이 순서를 못알아보고 '한참이나' 머릴 굴려

외웠더라는 !!!

 

10. 가장자리 현상과 회고현상의 부재

 -가장자리현상 : 숫자나 문자열의 맨 처음이나 끝을 잘 기억하는 현상

 - 회고현상 :  보통 잊은 줄 알았다가 짧은 휴지기를 거쳐 다시 기억나는 현상.

 

 => S 에게 한번 '보이고', 그리고 나서 '읽혀진' '이미지'는 영구적으로 

S의 머릿속에 남아있기 때문. 

 -> 그가 기억을 잘 하기 위해선 그저 잘 보도록 주의집중력만 필요할 따름이다. 

 

11. 망각을 필요로 하는 기억술사. 

 보통사람과는 다른 기억방식.

  무제한의 용량과 무제한의 저장기간. 

  보통사람과는 다른 기억방식- 음절과 단어 하나하나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가 고정되어 

통합적인 이미지와 개념 생성이 불가능. 

 

 사실 어느 누가 파도의 움직임에 있어 그 변동내역을 모조리 '상기' 할수 있겠는가?(p 90

 

 지금까지 저자 루리야가 이 희귀한 기억술사의 기억력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을 보아왔다. 

이때가 1930년대였는데 그 당시에는 당연히 뇌 단층촬영 기술 이런게 없었겠지?

오늘날 뇌에 대해서 말할 때 뇌 단층촬영 정보등이 기본처럼 제공되는데 

이렇게 신기한 뇌를 가진 S의 뇌활동 사진을 찍었으면 도대체 어떤 그림이 나올까 넘나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 놀라운 기억술에 대해 부러운 마음을 가졌었는데 

S같은 기억력이라면 사양하고 싶어졌다.

아니,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력이 너무 좋다면 새로운 것을 알아보고 이해하려 애쓰는 수고와 그 성공의 맛을 절대 알리가 없지 않겠는가. 

삶이 얼마나 단조롭고 무미해질까 안스럽기도 했다네. 

그러나 앞으로 나올 이야기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 무한 기억술이 주인공 S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나온다. 

 

04 기억술사의 내면세계 

 

 

이 장의 키워드는 기억술사의 내면세계를 채우는  두 가지. 

첫째. 강렬하지만 실체를 모르는 영유아 시절의 기억. 

둘째. 의미보다 음성과 발음에 더 민감한 기억력. 

 

주인공 S는 유아 침대에서 오줌싸고 똥싸던 시절까지를 기억하고 있다!

그 때야 당연히 언어도 , 배움도 없었기에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해석할 능력이 못되었겠지. 

때문에 그저 모든 것의 이미지가 흐릿하고 불분명함에도 

자신의 주위에 있었던 모빌과 유아침대 ,그리고 자신을 감싸 안는 엄마와 아버지의 존재를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발음에도 의미와 이미지를 부여한 기억력 

 " 가령 마요네즈를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가더군요.  

   그 단어는 바로 '즈'(z) 음절 때문에 완전히 맛을 버렸거든요. 

그 소리는 전혀 구미가 당기지 않아요. "(p 115)

 " 그리고 '돼지' ( 러시아어로 [svinya]라는 단어가 있죠. 

'스비느야', 얼마나 훌륭하고 우아한 발음입니까?

돼지에는 [ khavronya 하브로냐]  나 [ khazzer 하체르]가 딱이지 않습니까?

 '흐'(kh) 발음은 저로 하여금 비계가 두둑하게 붙은 배, 그리고 진흙이 잔뜩 말라붙어 있는 거칠거칠한 가죽을 연상시킵니다. "(p 121)

 

 

영유아 시절에 대한 기억에 대해서는 나도 있다. 

내가 옛날 우리 살던 집 안방에서 선 채로 똥을 쌌나 보다. 

날 둘러보던 되게 덩치 큰 어른 여자들이 박수를 치던 모습이 생생하다. 

이것을 기억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 단짝 친구에게 이 사실을 말했던 장면도 기억한다. 

그 일을 계기로 이 일을 기억하는 일이 두고 두고 내 뇌리에 남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내겐 아주 우연일 뿐이었지 기억력 좋은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소리.  

하지만 그 뿐이다. 

저자는 나보다 더 생생하게 그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다만 저자의 기억을 그대로 믿는다면 우리가 육아책에서의 몇마디가 진실인 것을 확인하는 계기는 되겠다. 

 

''어머니에 대한 느낌은 이러했습니다. 

제가 어머니를 알아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건 단순히 어떤 기분에 불과했지요. 

가령 '기분이 좋아' 이런 식으로요. 

어떤 형체도, 얼굴도 없고 단지 뭔가가 제 위로 몸을 굽히면 바로 그것으로부터 

뭔가 좋은 게 다가왔죠. 

정말 좋더군요. .." (p 108)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좋고 싫음, 쾌&불쾌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아이의 기본적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 아이 복지의 기본 of 기본이라는 점 등 말이다. 

 

그런데 z 발음이 거슬려 마요네즈 맛있는 줄 모르겠다는 , 오히려 혐오감까지 느낀다는 S.

음절과 음성에 대해서까지 생생한 공감각력을 갖고 있는 이유 때문이란다. 

나는 돼지가 돼지다운 이름이라 생각하고 꾀꼬리는 꾀꼬리답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느낀 것은 돼지와 실제 돼지의 이미지를 한가지로 연결해서 오랫동안 뇌속에 각인해온 효과였겠지. 

만일 S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ㄷ' 이나 '돼' 등에 대하여 각각 갖는  이미지와 '돼지'로 합쳐진 

이미지를 다르게 갖고 있음으로 인해 이미지의 혼선을 겪어 '돼지'의 온전한 느낌과 개념을 

갖기 힘들었다 이 이 뜻인건데....

이 책을 통해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만일 주위에 z 발음이 구역질나서 마요네즈가 싫어 이런 소리 하는 

사람 있으면 절대 상종하기 싫었을 것 같다 ㅎ

 

 

05 기억술사의 정신

 

앞장에서 살핀 이 기억술사의 내면. 

그로인해 자연스레 예견되는 그의 정신세계의 모습을 상세히 들여다볼 것이다. 

과연 어떻게 배움을 획득하고 사고를 하는 지에 대해서 말이다. 

 

1. 회화적 통찰력

 이를 다른 말로 구상적 통찰력이라 해야 겠다. 

 구상화의 반대는 추상화. 

추상화는 점, 선 ,면 등으로 실물의 개념을 상징화한 그림들을 말한다. 

그 반대 구상화는 산, 강, 꽃, 여인, 새, 개 등의 실물이 분명하게 묘사된다. 

그러니까 S는 자신이 보는 모든 사물과 소리를 선명한 구상화로 머릿속에 기억한다는 것. 

그래서 그는 추상'화化'가 불가능하다. 

이런 그의 기억력 강점 3가지 사례

1) 소설이 설정 오류 간파 

 -앞에선 봄가을용 외투랬다가 후반에는 겨울용 외투라고 말한 점은 

그가 말의 앞뒤가 차이나는 점을 인지해서가 아니라

앞에서 봄가을용 외투로 그림을 그렸다가 뒤에 겨울용 외투가 나온 것에 이미지 불일치를 느꼈기 때문이다. 

 2)  문제해결에 빠름.

 물론 실용적인 대안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어떤 구태의연한 상황에서 한눈에 막힌 퍼즐같은 상황을 해결할 대안을 떠올려냈더라는 S

물건 담는 자루가 자꾸 열리는 광경을 보고 자루를 여며 고정할 대형 고무링을 떠올린 사례. 

 그는 자루를 묶어야 겠다는 합리적 대안을 생각한 게 아니라 자루를 보는 순간 전에 보았던 

묶인 자루 이미지가 연상되었기 때문에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 

3) 수식이 아닌 이미지로 하는 연산

 보통은 공책에 연필로 방정식을 써놓을 법한데

그는 단박에 머리속에서 조각을 맞췄다. 

 

   2. 회화적 통찰력이 주는 약점

   " 다른 사람들은 자기가 읽는 내용을 생각하지만, 나는 읽는 내용을 모두 본다."(p 160)

" 따라사 어떤 한 문장을 이해하는 것, 즉 그 문장 속에 담긴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S에게는 자신의 정신 표면에 연달아 떠오르는 이미지들과 끝없이 싸워야만 하는,

정말이지 고통스럽기 그지없는 과정이 되었다. 

 결국 이미지들이야말로 S에게는

학습의 도구인 동시에 정말로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장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

(p 161)

 

- 한 문장속 각각의 단어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문장 자체가 형성해내는 이미지가 충돌하는데 서오는 곤란

 - 그리고 한 문장안에 과거의 비슷한 문장이 주는 이미지가 겹쳐 올때 오는 혼란. 

- 새로운 학습을 방해하는 영구적 고착화된 누적된 이미지들

=> 일상에서도 과거의 누적된 이미지들이 사고의 진행을 막음. 

 

3. 이미지에 지배되는 사고와 인지

 1) 언어의 관습적 용법 이해 불능

   : 보통사람은 맥락과 상황 속에서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지만

  S는 동의어와 동음이의어, 은유등을 이해 못함. 

 "실상 시야말로 그가 가장 읽기 힘든 것이다. "(p 171)

 

 

위에 건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단 두 줄짜리 시. 

그리고 아래는 S의 독해문이다 ㅎ

감상문이 아니라 저 두 줄 이해하고 쓴 해석문이란 거다 ㄷㄷㄷ

 

 

 

 

" 용기 위에 이산화탄소가 있는 경우, 압력이 높아지면 이산화탄소는물에 더 빨리 녹는다"

라는 짧은 문장을 S가 받아들이고 머리속으로 이미지적으로 '이해'한 내용이다 ㄷㄷㄷ

=> 시각적 이미지는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까닭에 

그저 의식의 주변부에만 남아 있게 된다. (p 190)

 

이 장에서 S의 이런 정신 구조를 분석하며 맺은 저자 루리야의 결론을 고대로 옮겨본다. 

루리야가 S를 통해 한 인간의 놀라운 정신 구조를 파헤쳤는데

실상을 가까이 접하고서는 과학자이기 이전에 동료 인간으로서 S에 갖는 안타까움이 읽혀졌다. 

나 역시 이런 S가 가까이 있다면 어떻게 대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될 것 같다. 

 

' 그래도 전반적으로 보자면 S는 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배워야 할 것들을 대부분 습득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처럼 초보적인 이해 수준이라는 불안정한 언덕을 넘어 그보다 높은 차원에 속하는 인식의 고지대로 나아가 보려고 했던 그의 시도는 매번 좌절로 끈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옮기는 한 걸음 한 걸음이야말로 무수히 흘러넘치는 이미지며 감각과 벌이는 투쟁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S의 조형적이고 공감각적인 사고방식이 장점은 물론 단점까지 지니고 잇음은 분명하며, 

그 두가지가 뚜렷한 위력과 한계 모두를 지니고 있음 역시 의심의 여지가 없다. (p 195)

 

문득 S는 자기 목소리의 색과 맛을 어떻게 보고 느꼈을까 궁금해졌다. 

 

06 기억술사의 행동조절

 

상상력으로 신체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알아본다. 

 

1. 관념 운동성 : 독심술의 비밀

 - 관찰 대상인 인물의 상상력으로 인해 피관찰자의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을 상대방이 읽어내는 것. 

  - 중세시대 상상력으로 성흔을 만들어내던 여인의 기록.

 - 인도 요가 수행자의 체험 연구. 

 

2. 상상만으로 체온을 조절하는 S

 - 상상만으로 예민해지는 촉각

 

3.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잃어버린 S

- S에게는 이미지 조성이 상상. 

- 조성된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를 구분 못하는 S

- 상상으로 현실을 바꾸었다는 마법을 믿기까지. 

 

 

07 기억술사의 인성

 

1. 기억술사의 인성을 논해야 하는 이유

모든 것을 '눈으로 보고' 인생을 공감각적으로 경험하는 인물이라면

결코 우리 대부분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물을 파악하지는 못할 거이며,

우리 대부분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경험하지도 못할 것이다. (p217)

 

2. 몽상가 S

 ' 이 소년은 몽상가였으며, 그의 상상은 너무나도 생생한 이미지들과 결부되어 있었다. 

그는 현실과 '생각'을 종종 분간하지 못했다. '(p 218)

 

3. 게으르고 충동적인 S

 '눈앞에 펼쳐지는 생생한 이미지들이 실제와 상충됨으로써,

만약 그렇지만 않았더라도 그가 미리 잘 준비해서

제대로 완수할 수 있었을 만한 행동을 못하게 방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p 224)

 

" 저는 책을 많이 읽었고, 항상 저 자신을 영웅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여겼습니다. 

왜냐하면 아시다시피 그들의 모습이 제 눈앞에 보였으니까요. "(p 226)

 

' 현실생황에서 행동하기보다는 오히려 몽상하고 '눈으로 보는' 쪽에 더욱 전념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모든 문제를 풀어주고, 그의 삶을 보다 간단명료하게 만들어 줄 뭔가가 조만간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감각을 평생 동아니안 유지하고 살았다.'(p 226)

 

=> S는 계속해서 무계획적으로 살아가고, 직업을 열댓 번이나 바꾸었으며, 그 모두가 그저 '일시적'인 일에 불과했던 것이다. 

 우리는 다음 두 가지 가운데 과연 어떤 쪽이 그에게 더욱 현실적으로 여겨졌는지를 선뜻 이야기 할 수가 없다. 

하나는 그가 살아가는 상상의 세계이고, 

또 하나는 그가 일시적인 손님의 자격으로 살아가는 현실의 세계이다. "

 

이제부터는 여기 6장이자 본 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전체의 주제이기도 한 

저자 루리야의 짧은 소회글을 옮기며 책 리뷰를 끝마치려 한다. 

아마 이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나서 이 책 전체에 대해 내가 경건한 감동을 느꼈었던가보다. 

그의 여러 연구가 이후 '두뇌심리학'이라는 분야를 창시하는 밑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함에도 그의 책에 담긴 인간 인지와 심리에 대한 의학자( 기초과학자)의 기본 태도는

인간의 깊은 심리 밑바닥은 온전히 헤아릴 수 없다는 겸손함이 배어 있다. 

그저 자신의 연구가 인간 행동과 심리를 이해하려는 연구에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는 진지함만 있을 뿐. 

 

'심리학의 심도있는 발전은 후세의 몫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만 그것이 성취될지를 단언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인성에 관한 과학적 심리학을 이룩하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내야만 한느 과정들은 주류 연구로부터의

수많은 일탈이며, 

접근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것으로 판명될 수 많은 탐구의 영역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의 발달 국면에 있어 어떤 부조화가 인성 구조의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즉 '신드롬'(증후군)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한 연구가 기존의 접근 방법에 있어 한 가지 중요한 방법을 형성한다는 것은 두발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모든 것을 눈으로보는 한 인간에 관한 이 저술 역시 우리 앞에 놓여진 그 어려운 길을 헤쳐 나가는 데 작게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p 229)

 

 

이제 루리야의 보고서는 끝났다. 

남은 장은 S로 명명된 실제 주인공 솔로몬 세르솁스키의 삶에 대한 부연정보가 있다. 

그리고 번역자 제롬 브루너의 해제문이 1967년 초판 본과 87년 재출간에 맞춰 각 각 두 개 실려 있고. 

한국어 번역자는 루리야의 러시아 원서가 아니라 제롬 브루너의 영어 번역본을 가지고 번역했다. 

제로 브루너도 유명한 인지심리학자라고 한다. 

 

박중서라는 전문번역가의 관심을 끌면서 한국에 소개된 명저. 

그의 관심덕에 오늘날 이 한국인 한명 크게 감동받고 기뻐하였도다. 

부디 부디 이 책이 더욱 널리 읽히고 전파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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