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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테르. 캉디드/철학콩트 본문
시카고플랜으로 달리기 45권째 볼테르의 『캉디드』를 픽하자니
동서문화사 『캉디드/철학콩트』 전권에 도전해야 한다는거.
계몽주의 사상가라 할 수있으려나 ? 그래서 복잡한 철학책인 줄 알았는데
자신의 철학적 사상과 가치관을 담은 재미난 중단편 소설과 콩트 모음집이었다는 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때로는 흥미진진하게 손에서 책을 놓을 줄 모르고 그렇게 읽었지.
『캉디드/철학콩트』 에는 총 10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있다.
이 중에 『자디그 또는 운명 –동양 이야기』를 강추한다!
저자는 이 책을 볼테르 혹은 자신의 본명 프랑수아 마리 아루에라는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이란의 어느 실제 시인이 번역한 고대작품이라고 가상의 설정을 했다.
그 무대는 고대 페르시아 제국인데 주인공 자디그가 겪는 파란만장한 모험이야기는 『천일야화』를 연상케 하고 실제 작품 안에서 언급하며 거기에 견주기도 했다.
인품과 지성 모든 것에서 탁월한 주인공 자디그가 바로 그 훌륭한 인품과 능력으로 인해 여러 문제들을 만나 자신의 불운한 인생을 한탄하면서도 끝끝내 시련을 이겨내는 이야기는 정말 천일야화처럼 버라이어티하고 교훈과 지혜가득한 에피소드들로 풍성하다.
그러나 나머지 9편의 이야기도 흥미롭고 풍자와 위트가 가득하긴 한가지다.
그리고 자디그와 마찬가지로 결국 이 콩트들에는 볼테르가 살았던 당대의 모든 것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고대로 담겨 있다.
볼테르는 소설의 힘을 빌어 당대 왕과 권력자 유력 논객들에 대한 비판과 야유를 거침없이 해대는 것이다.
모든 소설들에는 그에게 우호적이었거나 적대적이었거나 혹은 정적들이 실명으로든 비튼 이름을 갖고서든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날선 펜대의 대상은 볼테르의 조국 프랑스만을 향하고 있지 않다.
60여년의 세월동안 프랑스와 온 유럽을 향해 평생 일갈해온 이 위대한 지성의 모든 필적들은 가까운 영국, 독일, 멀리 러시아의 여제 예카테리나까지 팬클럽으로 묶는 기염을 발휘해간다.
그렇게 볼테르는 유럽 계몽주의의 사도가 된 것이다.
이제 마지막 딱 한편을 남겨 두고 지금껏 읽어온 소품들을 정리해본다.
1. 「미크로메가스-철학적 이야기」
비율로 보면 그림은 틀렸다.
키가 무려 38.9km의 외계거인이 그 보다 작은 토성인 (전신 1.9km)과 함께 지구별에 들렀다가 지중해에서 만나 과학자들에게 진리 한 수 가르쳐주고 떠난다는 이야기.
내가 환경이야기를 종교처럼 여기는 이유 중의 하나는
수만년 역사 (창조론에서 지구 나이는 1만년 안팎이다 )에서 지구별의 존폐자체가 흔들리는 이 거대담론 앞에서는 인간종이 아웅다웅 욕심내고 사는 꼬락서니를 성찰하게 하는 효과가 하나님 말씀 만큼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철학콩트 「미크로메가스」도 마찬가지 아닐까?
비록 거대 외계인에게 그 지적 우수성에 대하여 놀라움을 안겨주긴 하였지만 수천년을 살아온 시리우스별의 왕자에게는 개미같이 사소한 세계의 일.
거기서 탐욕과 살육과 시기와 전쟁을 벌이는 온갖 추태들이란.
그렇게 혀를 한번 차볼 수 있는 계기를 주자는 차원은 아니었을까?
읽다보니 걸리버가 후이넘을 경악시킨 광경을 떠올리게 했는데 실제 볼테르는 조나산 스위프트와 교류를 가졌다고도 한다.
2.「세상 돌아가는대로-바부크가 손수 쓴 환각」
아시아를 관장하는 이튀리엘 정령이 어느날 주인공 바부크에게 명령을 내린다.
페르시아의 악행이 심하니 보다 자세히 조사해서 그 결과에 따라 멸망시킬지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것이다.
이에 바부크가 페르시아 군대에서부터 수도의 왕실세금징수원들과의 교류에까지 이르며 ㅎ페르시 수도 페르세폴리스의 여러 면모를 보고 격으며 마침매 결론을 내리길
‘모두가 선은 아닐망정 그럭저럭 괜찮기 때문이다’라고 하며 왕궁의 존속을 선택하도록 보고한다.
그리고 정령은 바부크의 결정에 동의하여 이로써 페르시아가 멸망의 화를 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는 볼테르의 조국 프랑스 파리에 대한 메타포적 풍자라고 하는데 어쩌면 볼테르는 자신이 비판을 하면서도 그것을 발전을 위한 비판이었지 파리에 대한 사랑은 포기할 수 없더라는 고백아니었을까?
고국을 향한 이런 태도는 이후 「바빌론 공주 이야기」 에서도 이렇게 표현되었다.
“ 게르만인은 유럽의 노인이에요. 엘비언(영국)의 주민은 장년이고, 갈리아(프랑스)의 주민은 어린아이죠. 그리고 나는 아이들과 노는게 좋습니다. ”
「바빌론 공주 이야기」까지 읽으니 확실히 볼테르는 영국에 대하여 열린 마음이었던 듯.
영국의 정치체제와 문화에 대한 찬미가 가득한데 조국 프랑스의 상태는 아주 끔찍하다는 것.
아는 만큼 보이고 이웃집 남편을 더 가정적으로 보게 되어있다는 그런 격언들이 생각난다 ㅎ
3. 「자디그 운명 –동양이야기」
천일야화의 여러 에피소드들은 오늘날 디즈니 에니메이션의 주요 소재가 되어 미국 헐리우드의 또다른 문화적 자산으로 축적되어있다.
원수의 나라 전설이 미국 자본의 힘으로 부활한 거지.
아무튼 자디그의 이야기도 충분히 에니메이션 소재가 될수 있지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러고보면 왜 이런 이야기를 어린시절 그 흔하고 흔한 소년소녀 전집 시리즈 등에서 발견 할 수 없었던 걸까?
초반엔 황당무계해 보이긴 하다.
바빌론이란 나라의 지극히도 훌륭한 자디그란 남자의 첫사랑과 첫결혼의 깨지는 과정을 보면 최소 15세 이상 등급도 매겨야 할 거이구 말이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진 부분은 자디그가 여러 어이없는 곤란들을 뚫고 왕궁에서 임금의 최측근으로 성공한 부분에서부터이다.
이 ‘성공’은 결코 진정한 성공이고 결말이 아니었다.
자디그는 여기에서부터 이전 시련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어마무시한 환란을 겪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자디그와 왕비와의 사랑이야기는 나름 애틋하기까지 하다.
자디그의 왕비와의 행복한 결합을 가로막는 사건들은 끊임없이 몰아친다.
이럴 땐 우리 대한민국의 막장드라마와 같다.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쉴새없이 이어 지는 것 ㅋㅋ
그 속에서 자디그의 기지가 발휘되는 부분들이 아동용 모험동화로 손색없으리라.
4. 「멤논 –또는 인간지혜」
멤논이라는 청년이 ‘완벽한 현자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 (p139)을 꾼다.
그리고 ‘방에 틀어 박혀 깨달음의 경지에 따르는 하챦은 계획(p140)을 세우자 마자 그 계획들은 어이없이 허물어지고 오히려 삶과 육신조차 망가지고 만다.
멤논이 이에 천사에게 하소연을 하는데 이 천사가 참 재미진 존재.
’미크로메가스‘가 사는 시리우스 옆동네에 사는데 주인공 멤논을 위로할 시간은 되지만 멤논의 형을 챙기느라 멤논을 불행에서 건질 시간은 없었다는...ㅋㅋ
이쯤되면 볼테르가 하나님이란 절대자에 대해 불만이 많았나 보다 싶은 거 ㅎㅎ
『캉디드』 에서처럼 「멤논」에서도 볼테르는 모든 것이 선하다고 하던 라이프니쯔의 주장을 비꼬고 있다.
이론! 난 라이프니쯔가 옳다고 믿기에 점점 라이프니쯔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ㅎㅎ
그리고 천사의 마지막 말에도 동의한다.
“ 우주 전체의 배치를 고려하면 그들의 주장은 매우 옳다 ” p 145
봍테르는 1749년 그의 나이 56세에 이 작품을 썼다.
당시 볼테르는 말 한마디 실수를 하여 루이 15세의 눈 밖에 나 왕궁에서 뿐 아니라 고향 파리에서 쫓겨난 신세였다.
이렇게 실각하여 정치적 망명자가 되는 불운을 막아주지 못한 그의 하나님께 불만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ㅎ
5. 「스카르멘타도 여행이야기 –그가 직접 쓴 원고」
이 이야기는 『캉디드』를 연상케 한다.
캉디드란 독일 청년이 지금껏 가장 이상적 공간으로 여겼단 고향에서 쫓겨나 유럽 곳곳과 남아메리카를 여행하며 겪는 갖은 고난속에 종교전쟁과 타락한 성직자들 , 부패한 관료와 왕실의 무능에 대한 목격담이 되는데 「스카르멘타도」 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차이가 있다면 ,
첫째, 당연히 『캉디드』의 축약판 같은 간결함과 짧은 분량.
둘째, 스카르멘타도는 그리스인.
셋째, 스카르멘타도는 이 편 , 저 편 들었다가 목숨만 위태해지는 그 극도의 분열과 전쟁의 시대에 그저 입 다물고 제 가정사에나 신경쓰고 사는 것이 지혜롭다고 아주 소극적 결론을 내렸다는 점.
어찌되었던 스카르멘타도나 캉디드나 둘 다 똑같이 맨 정신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거다.
볼테르가 겪는 당대의 사회상이 너무도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것일지니.
( 6.「캉디드」는 건너 뜀)
7. 「코시 생크터-우대한 선을 위한 작은 -악 아프리카 이야기」
’코시 생크터‘란 이탈리아어로 ’성녀가 되다‘란 뜻이라 한다. 그런 이름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
위대한 선을 위해서라면 작은 악은 허용된다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코시생크터라는 정숙한 미인이 등장한다.
정절 때문에 위험에 처하나 오히려 정절을 세 번 배반함으로 성녀가 되었다는 아이러니한 신탁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악은 어떤 모양이라도 취하지 말라고 씌여있는 성경을 또 비꼬는 이야기. ㅎ
우선 볼테르가 선이라고 제시한 여자의 정절이라는 전제부터 오류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들 여자의 성을 정복과 소유 또는 거래의 대상으로 취급한다.
볼테르 시대상이 그러했을 진대 사실 성경에서도 아브라함과 이삭도 이방나라를 여행하는 동안 아내로 인해 자신의 생명을 잃을까봐 아내를 누이라 속이는 비겁한 잔꾀를 부리는 믿음의 조상들의 모습이 소상히 기록되어있다. 무려 3천년 내내 그리고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영원히 ㅎ
여성을 함부로 여겼던 야만의 시대는 지금이라도 형편이 나아져 보이지도 않는다.
아무튼 코시 생크터의 우화는 여러모로 황당한 시트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수다 , 내게는.
8. 「접속곡」
동서문화사의 본 서는 역자 해설과 주석이 참 꼼꼼하고 해박해서 좋았는데 정작 이 제목의 뜻에 대한 해설은 한마디도 없다.
내용을 보아하니 예수그리스도의 생애와 복음 그리고 이후 사도행전의 세계를 비꼬는 우화적 인물들의 생애가 주요 소재가 되어 기독교를 조롱하고 비판하려는 이야기이니까 「접속곡」이란 이 제목은 「시편」 이나 복음서들을 꼬는 제목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읽는 내내 저자의 신성모독적인 내용에 불쾌감이 들기도 했다.
당시 구교 카톨릭이 점유한 권세가 어마어마해서 그 비리의 냄새도 지독하였을 것이니 예리한 지성 볼테르가 이를 곱게 보지 않았으리란 것이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만....
그러니까 종교가 권력과 밀착해서는 결코 아름다운 본보기가 될 수 없다는 거지!
기독교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되려던 사정이 아니었음을 변론부터 해본다.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예수에게 무릎꿇고 기독교를 공인했을 때 교회는 오히려 황제에게 황송해 했던 정황이 분명 존재한다.
물론 콘스탄티누스 대제 또한 순전한 신앙의 열정으로 당시 기독교의 분열을 막기위해 고군분투 했음도 인정한다.
문제는 그가 세계제일제국의 최고 통치자였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오늘날 비극의 씨앗이 되었다고 본다, 나는!
어찌 되었건 예수가 전한 가르침은 이후에 무수한 분파들을 낳았다.
큰맘먹고 이단도 한 분파로 친다면 말이다.
나도 예수쟁이이지만 세상 어떤 종교도 우리 기독교만큼 교리가지고 시끌벅적한 ’종교‘는 없을 것이다!
진짜에게는 늘 가짜가,
단순한 것에는 늘 꼬려는 것들이 꾀게 마련이라고,
그것이 죄인된 인생들의 실상이라고 헛헛한 자위를 해보는 거다.
이 모든 것들이 볼테르에게 납득이 되지 못했으리란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분명 초기 교회 역사에서 이단과의 싸움은 그렇게 폭력적이지 않았다.
기독교 (혹은 구교)가 권력의 맛을 본 뒤엔 종교적 열심을 빙자한 독선과 아집이 판을 쳤다.
그리고 오직 하나님만이 아실 그 깊고 깊은 속에는 권력, 돈 , 모든 것을 향한 탐욕이 도사리고 있었다.
난 정말 순수한 종교적 열정이란 어불성설이라고 본다.
극좌와 극우가 통하듯이 인간의 종교적 열성 그 어디메엔 그 인간의 고유한 속성이 함께 발휘되게 마련이다.
종교에 극렬한 인간은 인간관계도 극렬하게 한다.
종교에 상식적인 사람은 인간관계도 상식에 근거한다.
종교에 소심한 사람은 인간관계도 소심하다.
종교에 냉철한 사람은 자신에게도 냉철하다.
아, 하나님 나라의 이 어두운 뒷골복을 끄집어내는 일은 정말 가슴아프다.
다시한번 볼테르가 어찌되었건 기득권자였단 가톨릭을 백안시하는 이유를 충분 이해한다.
그나저나 「접속곡」 이 콩트는 그 구성이 참 특이하다.
아까 말한대로 예수그리스도를 희화한 폴리시넬과 그 사기인형극단에 대한 이야기 속에 화자는 이 주인공 폴리시넬고 무슨 상관이 있는 지 모를 또 무수한 인물들을 만나며 볼테르 자신의 정치적 식견과 여러 논쟁적 화두에 대한 입장을 설파하고 있다.
얼핏 보면 두서없이 산만한 전개 같아 보이는데 이런 방식 조차 성경을 빗댄 것 같아 보이긴 하단 말이시
뒤에 나올 「바빌론의 공주」에서는 특히 그런 혐의를 발견할 수 있었다. ㅎ
’ 이런 놀라운 사실들이 이집트역사책에 남아 있지 않은가? ‘p394
구약 모세5경에 특히 나오는 표현들이다. 역대지략에 기록되었지 아니한가 ㅎ
9. 「바빌론의 공주」
앞서 소개된 콩트들은 그 집필 의도가 분명한데 대망의 바빌론 공주의 이야기는 다소 모호하다.
읽는 내내 도대체 바빌론 공주는 그녀의 연인 아마잔을 어디에서 만나는거야?
공주가 세계를 다 돌고난 뒤에나 결혼을 하게 된다고 했으니까 중국도 다녀온 공주 일행이 이제 아프리카랑 아메리카 대륙까지 갔다와야 하는거야?
살짜기 지루하기도 하였다는 소리 ㅎ
캉디드나 스카르멘타도처럼 포르모잔토 공주와 아마잔 이 두 주인공들도 볼테르의 지휘하에 당시 구교와 프랑스 정치체계를 비판하는 역할에선 빠질 수 없다는 거다 ㅎㅎ
특히 볼테르는 예수회를 무척 증오하고 또 경멸하였나 보다.
바빌론, 스퀴티아, 이집트 (돌산의 나라 ㅎ) , 불사조, 유니콘. 인도, 강가리드의 신비한 나라 등등
유럽에게 있어 동양은 이렇듯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아닌 환상의 나라다 .
그리고 운명처럼 만난 두 연인이 정조와 사랑을 향한 불굴의 의지로써 길고 긴 방랑과 추적을 거쳐 마침내 사랑을 이루고 정의를 실현시켰다는 환상과 모험의 세계 ㅎ
「바빌론의 공주」의 세계로 오세요~~~~~~~~~~~★
10. 「이성에 바치는 역사적 찬사 –어느 지방 아카데미에서 M …연설」
제목에 달린 부제처럼 M …이라는 사람이 어느 지방 아카데미 자리에서 연설하는 내용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연설문 형식을 빌린 어느 여인의 일대기.
한 옛날 ‘이성’이라는 그 연원을 알수 없는 여인이 딸 ‘진실’과 함께 살았더랬다.
연원을 알 수 없다는 것은 로마제정시대 이전에는 분명 멀쩡히 잘 살고 있었나본데 카이사르 시대이후에 ‘음험’과 ‘욕심’의 정치로 ‘무지’와 ‘광신’과 ‘격앙’이 휘몰아치는 유럽을 피해 어느 깊은 우물을 은신처로 삼으며 세상속에서 숨어버렸다니까 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 모녀는 우물을 벗어나 러시아 폴란드 스웨덴을 거쳐 영국과 프랑스에 도달하여서는 작금의 프랑스가 자신들이 다시 양지로 나와 살만한 곳이라고 평하며 정착하기로 하였다는 이야기다.
이성을 의인화 시켜 지난날 유럽의 역사를 비이성의 시대로 규정하고 이제 이성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저자 볼테르가 소망을 가득담아 예언적으로 선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마지막 장에서는 당시 프랑스에서 여러 가지 법적 제도적인 규제철폐와 개혁이 이뤄지는 희망적 징후들을 실례로 들었다.
이 작품을 써서 발표한후 3년 뒤 볼테로는 꿈에 그리던 고향 파리에 금의환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것이 그의 마지막 생이 되었는데 이로부터 또 10년후에 파리에는 민중혁명이 발발하고 볼테르는 민중의 영웅으로 다시금 부활하여 팡테옹으로의 이장이라는 민중장을 치루게 된다. 볼테르의 예언이 실현된 것이다. ‘이성’과 ‘진실’ 모녀는 그때까지 오랜 시간 프랑스에 머물렀던 셈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역사대로라면 이 ‘이성’모녀는 프랑스 혁명 후 얼마 안있어 떠났을 것이다. 공포정치가 있었고 나폴레옹이 제정을 부활시키며 역사의 반동이 일어났으니까.
2021년에 이 모녀는 어디에 있을까?
대한민국에는 들렀다 갔을까?
대한민국을 뭐라 말할 까?
스웨덴 왕가의 개혁에 감탄했던 만큼이나 우리 정부에 감탄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 땅에는 검찰이라는 예수회가 권력 곳곳을 장악하고 있다. 이 신종 ‘예수회’의 추종자들은 사법부도 언론도 제 맘대로 부려먹으면서 내로남불의 법을 휘두르고 있음에 ‘이성’과 ‘진실’모녀는 뭐라고 개탄해주었을지 몹시 기대된다네.
볼테르가 만일 오늘의 대한민국에 살았다면 ‘열석윤’과 ‘수명금金’이 쿵짜쿵짜하는 것이며 ‘계산틀기계’앞에서 활자흑마술을 펴는 사악한 프레스 추종자들에 대해 신랄한 콩트를 써주었겠지 ㅎ
진짜 지성은 이렇게 실존하는 정치 현실에 바른말 공명정대한 일침을 제때 제때 날려주는 것이다.
명예와 자리 때문에 눈을 감고 혀를 비틀어버리는 게 아니고 말이지!
이로써 볼테르와의 1차 만남이 끝났다.
시카고플랜 6년차 92권째에 「철학사전」으로 또 만날 예정이다
그때의 만남은 더욱 찐할 것이리
읽는 차원을 넘어 철학사전 전권 발췌하라네 ㄷㄷㄷ
이번 만남도 쫓기듯한 만남이었지만
이 동서문화사 본의 책이 훌륭해서 많은 부대지식들도 얻을 수 있었고 볼테르의 관점과 포인트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어렵지 않게 접근할 계기가 된 것 같다
자연을 창조한 자는 이 우주에 엄청난 다양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어떤 종류의 감탄할 만한 유사성도 주었어요. 예를 들면 사고하는 모든 동물은 생김새는 다르지만 사실은 하늘이 내린 사고력과 욕망에 있어선 모두가 비슷하다는 것이지이요. p 18 「미크로메가스」 중에서 말하자면 인간의 변덕이야말로 산업을 일으키고 섬세한 취미와 자본 유통, 그리고 풍요를 보장해주지요. p 46 「세상 돌아가는 대로」 중에서 당신은 다른 나라 분입니다. 악습은 당신의 눈앞에 떼 지어 나타났지만 선행은 숨어 있는 데다 때로는 악습 자체에서 생겨나기도 하기 때문에 당신의 눈에 띄지 않는 것입니다. p 50 「세상 돌아가는 대로 」 중에서 갓 말타기를 배운 주제에 어느새 재판관의 직위를 사는 청년 사법관이 막상 법정에 나와 보면 건방진 언행 때문에 꽤나 우스꽝스럽다는 것과, 부정에 늘 따라다니는 부도덕한 점을 남김없이 드러내리라는 것을 당신도 인정했으면 합니다. p 51 「세상 돌아가는 대로 」 중에서 왜냐하면 모두가 선은 아닐망정 그럭저럭 괜챦기 때문이다. p 55 「세상 돌아가는 대로」 인간은 감각도 관념도 자기 자신에게 줄 수가 없기 때문이야. 인간은 모든 것을 받지 . 고통이나 쾌락은 인간존재와 마찬가지로 외부로부터 그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야. p 124 「자디그」 중에서 왜 두더지는 최대 이익에는 그토록 눈이 어두우면서 치소 이익에는 살쾡이의 시력을 갖추는 걸까? p 316 「접속곡」 중에서 (인간들의) 모순을 빠짐없이 상세하게 정리한 훌륭한 책이 위를 위해 나오면 좋겠는데. 방향계를 보면 돼. 그건 부드러운 산들바람 한 줄기에도 회전하지만, 사나운 북풍에도 회전하지. 그게 인간이라는 존재야. p 317 「접속곡」 중에서 게르만인은 유럽의 노인이에요. 엘비언(영국)의 주민은 장년이고, 갈리아(프랑스)의 주민은 어린아이죠. 그리고 나는 아이들과 노는 게 좋습니다. p 385 「바빌론의 공주」 중에서 로마에서는 ‘정치’가 세력을 휘둘렀습니다. ‘정치’는 ‘음험’과 ‘욕망’이라는 두 자매를 대신으로 삼았습니다. ‘무지’와 ‘광신’과 ‘격앙’이 명령을 받고 온 유럽을 휘저었습니다. 그들에게는 곳곳에서 ‘가난’이 붙어 다녔습니다. ‘이성’은 딸 ‘진실’과 함께 우물 안에 숨었습니다. 그 우물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누군가가 그 우물을 발견한다면 , 분명 우물 안으로 내려가서 딸과 어머니를 베어 죽이겠지요. p 399 「이성에 바치는 역사적 찬사」 중에서 |
ps 「오헨리 단편선」을 읽는 중에 접속곡이란 단어가 나왔다 .(p309 「카페 안의 세계주의자」)
보통명사였구나
검색해보니 소위 메들리를 말하는 거였다.
아!
정말 메들리처럼 여러 이야기가 접붙혀진 콩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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