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드라마 홀릭

그날이 올것이다.파블로 네루다 「모두의 노래」ftr. 심훈의 그날이 오면, 문승현 그날이 오면 본문

책/책,책,책

그날이 올것이다.파블로 네루다 「모두의 노래」ftr. 심훈의 그날이 오면, 문승현 그날이 오면

혜성처럼 2022. 8. 27. 12:00




파블로 네루다 「모두의 노래」를 읽고 있다.
많으면 열 댓장, 어떤 날은 하루에 한 장씩
더디지만 열심히 손으로 '읽어가는'대장정.
전체 15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1장부터 15장까지 장엄한 서사시 자체다.
이제 막 3장을 마쳤다.
3장의 제목은 '해방자들'

앞선 2장의 '정복자들' 뒤를 잇는다.
아메리카 대륙의 평화와 독립을 콜롬버스에게 '들킨 ' 이후 수탈과 압제에 맞선 민족해방 투사들의 간난 신고가 그려져있다.
총 43개의 장으로 구성, 중간에 38부(?) 에선 또 9개의 시가 들어있어 시 갯수는 50개를 넘는다.

어찌보면 파블로 네루다 시인의 조국 칠레를 포함한 남미 대륙 전역의 민족해방 투사들이 영웅담같아 보일 수도 있다
가슴이 아팠다.
무엇보다 내가 지금 만난 이 투사를 이렇게 시 한수 읽고 끝난 것으로 망각의 저편으로 떠나보낼까 초조한 마음까지 들었다.
이 비극적 투사열전의 마지막은 브라질의 민족해방운동가 프로스테스.
그의 아내는 당시 나치 치하의 독일로 추방되어 가스실에서 살해당하고 프로스테스는 15년간 독방에 갇혀 살았단다.
겨우 석방되었음에도 당시 군부정권의 탄압은 여전해서 브라질 민중의 엄호와 은폐속에 간신히 버텨가고 있는 당시의 시대는 1945년 그 무렵.
시집에서는 프로스테스의 결말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음 4장의 제목이 '배신의모래'다 ㅠ
그래도 시인은 3장 마지막에서 희망을 붙잡았다
'그날은 올것이다.'
여기 그 전문을 따로 묵상해본다.


XLIII
그날이 올 것이다.

해방자들이여,
인적이 드문 어두운 아침,
여기 아메리카의 여명에서,
당신들에게 내 민족이 사는 드넓은 공간,
매 순간의 투쟁의 환희를 바칩니다.

세월의 저 깊은 곳에 있는
하늘색 경기병,
이제 막 수를 놓은 아침의 깃발을 든 군인,
오늘의 군인, 공산주의자, 광산의 급류를 상속받은 투쟁가,
빙하에서 온 내 목소리,
단지 사랑의 의무로
모닥불로 매일매일 올라가는
내 목소리를 들으시오.
우리는 같은 땅 사람들,
똑같이 박해받는 민족,
똑같은 투쟁이 우리 아메리카의 허리를 조이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형제의 어두운 굴을 오후에 본 적이 있습니까?
그들의 칠흙같은 삶에 닿았습니까?
버려지고 물속에 잠긴 민중의 조각난 마음!
영웅의 평화를 받아들인 사람은
자신의 창고에 그 평화를 가두었고,
그 누군가는 피흘려 거둔 수확의 과실을 훔치고,
적대적 경계선,
눈이 먼 황폐한 그림자 지대를 확정하면서
땅을 나누었습니다.

이 땅에서 고통의 어지러운 맥발,
고독, 타작된 땅의 밀알을 거두십시오.
깃발 아래에서 무언가가 싹을 틔웁니다.
그 옛날의 목소리가 다시 우리를 부릅니다.
광산의 밑바닥으로 내려가십시오.
황폐한 광산의 꼭대기로 가십시오.
이 땅의 인간의 투쟁을 보십시오.
빛을 보아야 하는 손들을 학대하는 순교를 통해.

투쟁하며 죽었던 이들을 당신에게 인도하는 날,
사양하지 마십시오.
이삭은 땅에 주어진 하나의 밀알에서 태어나고,
수많은 사람들은 밀처럼 뿌리를 모으고,
이삭을 모아, 고통에서 해방되어
세상의 밝은 곳을 향해 올라갈 것입니다.

(p228.그날은 올 것이다)



파블로 네루다가 바라고 바랐던 '그날' 은 어떤 날이겠는가? ㅠ
우리도 간절히 '그날' 을 바라고 노래한 역사가 있다.
1930년대 일제치하에서.
그리고 1980년대 군부독재 치하에서
우리의 시인들도
피터지는 마음으로 ' 그날' 을 소망했다.


심훈
그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그날이 오면-노래를 찾는 사람들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후에
내형제 빛나는 두눈에 뜨거운 눈물들
한줄기 강물로 흘러 고된 땀방울 함께 흘러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아 피맺힌 그 기다림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노래 '그날이 오면' 의 역사는 깊다.
다행히 아래 좋은 곳에서 잘 정리해둔 기록을
갈무리해봤다.


무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운영하는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라는 사이트다 ㄷㄷㄷ.
박정희 말기와 전두환 노태우의 신군부 독재
치하의 치열한 투쟁의 기록이 벌써 한국민족문화의 이름으로 기념되고 있다는 것!

http://encykorea.aks.ac.kr/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ncykorea.aks.ac.kr


암튼
우리의 심훈의 시도, 민중가요단의 후반부 장엄한 화음도 오늘 파블로 네루다의 시와 함께 나를 웅장하게 만든다.

아 온통 살해와 압제와 피로 범벅이된
남미의 역사.
거기 저항해온 진정 인간의 역사 ㅠ
모두의 노래를 읽고 있는 시간이 참 슬프다 ㅠ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