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홀릭
시카고플랜 044 볼테르.깡디드 Candide.1758.[캉디드/철학콩트].고원 옮김. 동서문화사 .2013 본문
볼테르.
시카고 플랜 44번째. 존로크 다음으로 만나는 그를 엄청 기대했다.
존 로크를 통해서 프랑스 혁명과 영국 명예혁명의 사상적 토대가 된 왕군신수설의 부정과 사회계약설을 배웠다.
이제 볼테르에 이르면 본격적으로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되어줄 사상에 대해 배우게 될 것이니 말이다.
실제로 볼테르는 프랑스 사람이었고 그는 프랑스 혁명 발발 10년에 죽었다고 한다.
막상 접한 그의 작품들은 철학적인 논쟁과 우화적인 비아냥이 가득하긴 하지만 나름 드라마틱하고 위트가 넘치는 소설들?!
동서문화사 『캉디드/철학콩트』 안에서 캉디드는 앞서 5권의 다른 중단편 콩트들을 읽어야 만날 수 있다.
모두가 나름의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듯 한편의 우화같이 담담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는데
세 번 째 「자디그 또는 운명 –동양이야기」는 그 스펙타클함과 버라이어티함 , 그 서스펜스 모든 단어 다 갖다대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박진감이 넘쳤다지!
문학적, 극적 감동과 재미는 확실히 「캉디드」보다 더하다고 강력 추천한다!
『캉디드』 본론으로 돌아오자.
주인공은 평화로운 독일 전원의 어느성에서 탁월한 철학자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이름 그대로 낙천적인 청년.
그러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으로 인해 이 낙원과도 같았던 성으로부터 쫒겨나 전세계를 여행하게 되는데
그 속에서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세상은 모두 선하다는 스승의 가르침은 옳았는가?’
등의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함과 동시에 사랑하는 여인에게로 기필코 돌아가겠다는 소망을 한시도 잊지 않았던 주인공이
마침내 믿음직한 동료들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주 소박한 곳에서 참된 행복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캉디드」는 대신에 더 재기 넘치는 만담집, 혹은 우화집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은 작가의 베베 꼰 찬사.
‘남작은 웨스트팔리아 지방에서 가장 권위있는 귀족의 하나였다. 남작의 성에는 성문이 하나이고, 창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p 158)
‘남작 부인은 몸무게가 150킬로그램이나 되어 그것 때문에 주위의 깊은 존경을 받았다. p 158
‘....판그로스 박사가 자기 어머니의 몸종으로 몹시 사랑스럽고 온순한 갈색머리 처녀에게 덤불 속에서 실험물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것을 직접 보게 되었다. ’ p 159
‘열정적이고 늘 배려하며, 친절하고 푸근한 데다 말을 잘하고, 붙임성이 있어서 낯선 사람들이 지나가면 잘 살폈다가 눈살을 찌푸릴 만한 소문을 떠들고 그들에게 쾌락을 꼭 제공하겠다는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p244
p158~159는 이 소설의 초반부에 등장인물의 배경과 전개과정 초입을 다룬 부분이다.
그리고 중반부에서도 한 단락 소개했는데 이런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방식의 묘사를 사용했다.
그래서 작가가 어느 배경이나 인물 그리고 이야기를 긍정적인 단어로 풍성하게 묘사를 했다면 기본적으로 그 속뜻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거 ㅎ
둘째, 주인공 캉디드는 프랑스인 볼테르의 소설에서 독일 출신으로 설정되었는데 독일은 그래서 시작점에 불과하고 서유럽 일대에서 대서양을 건너 남아메리카 3~4개국을 돌다가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지중해 일대의 여러나라들에서 마침내 대장정을 마친다.
캉디드의 여정을 보면 얼마전 읽은 「」『사피엔스』나 『녹색세계사』 가 떠오른다.
당시 발흥하는 자본주의와 융성하는 과학이 유럽을 팽창시켜 남아메리카로까지 진출하게 되는 시대상황과 궤를 같이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비단 무당파적인 세태비판이 아니라 분명한 시대성과 실천하는 지성으로서 자신의 시대를 방관하지 않은 지성인의 양심적인 시선을 느낄수 있는 여정인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이 만나는 각 제국의 군주들 사정 만큼이나 주인공의 조력자들이었던 노파, 여자 주인공 , 노비의 삶들을 통해 폭력과 약탈로 얼룩진 당시 제국주의의 참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볼테르는 이 모든 것을 묘사하면서 인간이란 어떠한 존재인가?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라는 의문을 제시한 것이다.
셋째 이 방대한 배경과 스토리임에도 이야기는 너무나 단순하다.
그래서 별 서스펜스를 느끼지는 못하고 그저 흐뭇하고 유쾌함만 가득하다.
주인공은 너무도 끔찍하고 참혹한 일들에 처하는데 그 때마다 천우신조를 만난다.
그리고 여행의 여정에서 그는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 같은데 사실은 헤어진 줄 알았던, 죽은 줄 알았던 , 혹은 떠난 줄 알았던 그 모든 사람들이 여정 중간에 다시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기 일쑤다.
분명 목매달아 죽은 걸 보았던 사람, 분명 내 손으로 죽인 걸 보았던 사람인데 어느새 그들은 생존해서 감동적 해후를 한다.
결국에 드라마는 시작점이었던 웨스트 팔리아의 툰다 텐 트롱크 성에서 헤어졌던 모든 이들이 콘스탄티노플에서 재회했고 여기에 냉철한 마르틴과 방탕한 수도사 한명, 지혜로운 노파와 충직한 부하 카캉보가 추가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모여든 이들은 지나온 그 다사다난했던 경험들을 추억하며 작가가 전하고 싶은 주제를곱씹는다.
읽는 내내 볼테르는 라이프니쯔의 낙천주의를 반대하고자 하였는가본데
(라이프니쯔. 시카고플랜 104번째 『형이상학』으로 만날 예정 ㄷㄷ )
캉디드는 젊은날 고향에서 쫓겨난 이후 유럽의 역사와 궤도를 함께하는 험난한 인생여정을 겪으면서 세상은 선하다는 이 철학자의 가르침에 결국 확신을 하지 못하게 된다.
볼테르는 마르틴과 판그로스등의 등장인물의 대화를 통해 이렇게 이 인생철학을 비꼬아왔지만 그 결론은 희한하게 변증법적이다.
주인공들은 그래서 세상이 악하다고 하지도 못하고 세상이 선하건 악하건 성실한 노동을 통해 참된 행복을 이룰 수 있다는 명제를 보였는데.....
책에 나온 그의 연보를 제법 꼼꼼하게 읽었는데 망명길에 올라서도 그는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당내 내노라 하는 논객들과 거침없는 논쟁을 벌이며 시류의 중심에 있었던 그다.
연극, 저서작업, 논객활동 다양한 활동을 해오면서도 그는 꽤 세상에 까칠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없는 사람이나 억울한 일 당한 사람들에게는 함께 나서서 목소리를 내주었지만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한 사상이나 논객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비판한다.
캉디드에서는 그의 그러한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있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캉디드의 여정에 이탈리아 베네치아 의원이 나오는데 그의 모습이 저자 볼테르가 많이 투영되어있다고 번역자의 주석을 보았다.
볼테르는 이걸 그의 나이 65세에 완성하여 세상에 내놓았다.
나는 아직 이르지 못한 나이 , 65세. 공자는 50이 되면 천명을 알고 60세가 되면 거기에 순응하게 된다고 보았는데 서양의 볼테르는 60이 넘어서도 이순하지 못하고 오히려 계속해서 불혹하는 모습을 보였도다.
살아생전 그의 펜대가 향한 날카로운 비판의 대상은 왕, 기독교, 당대 유행하는 철학, 문학 등 장르와 대상 불문이었다.
그로 인해 풍자되는 절대권력과 막강한 성직자들 , 사법체계 등을 보며 민중으로서는 권력이란 것도 별게 아니구나 거리감을 지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프랑스 민중이 그저 빵이 부족해서 폭발했다고 단순화하기엔 오랫동안 내재되어있던 피지배민중의 패배주의, 두려움등을 불식시켜 혁명의 주체로 의식을 각성시키는데 그의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볼테르의 캉디드가 로크의 사회계약론 다음에 위치하는 이유로 추정해 본 근거이다.
『캉디드』
이걸 써낸 볼테르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볼테르는 문학사가 아닌 사상사에서 그의 위치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부유한 집안 환경의 혜택을 누리며 천재적 재능을 발휘하여 당대 주요 현안에 자신의 목소리를 낸 오피니언 리더였다.
그는 85세 장수를 누렸는데 그는 꽤 이른 20대 초반에서부터 반항하는 청년으로서 세간의 이목을 샀다.
볼테르 그의 모든 작품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고 아직은 특기할 만한 그의 사상의 논지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현재 시점에 나는 발칙한 추측을 해본다.
볼테르 그의 활동 기간이 3~40년에 그쳤다면 오늘날 역사적 평가와 지위를 누릴 수 있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는 무려 60년 넘는 세월동안 끊임없이 프랑스를 위해 발언하고, 유럽의 세태를 고민하던 지성으로 살았다. 어쩌면 프랑스와 유럽은 그의 어느 특출난 사상에 동의하기보다는 볼테르란 한 지성을 예수 이후에 새시대를 소망하는 모든 이에게 시대의 멘토로써 우러렀지 않았을까 하는 거다.
볼테르는 죽은 뒤 10년후 발발한 프랑스 혁명기에 소위 민중장을 새로 치르며 국민의 영웅으로 부활한다.
프랑스가 사랑했던 위대한 지성이요, 예언적 혁명가였다는 것이다.
궁금하다.
캉디드 보다 볼테르를 더 알고 싶어졌다.
시카고플랜 92번째에 그의 『철학사전』을 또 만날 예정이긴 하다.
여기까지 읽으면 내가 아까 추측했던 가정이 확신으로 다가올수 있을까?
“낙천주의가 뭔데요? 아, 그거? 순조롭게 돌아가지 않는데도 모든 것이 선이라고 주장하는 미친 열병이야 “ p 231 “그렇다면 이 세상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진 걸까요? ”우리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기 위해서지요. “ p 240 ”인간은 언제나 거짓말을 하고, 속이 시커멓고 남을 배신하고 은혜를 모르며, 악당에 심술궂고 변덕쟁이에 비겁하고, 질투심 강한 먹보에 주정뱅이이고, 노랑이, 야심가, 피를 보기를 좋아하고 밑도 끝도 없는 중상모략을 일삼으며 방탕자에 광신적이고, 위선자요 얼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럼 당신은 지금까지 독수리가 비둘기를 보기만 하면늘 잡아먹었다고 생각합니까?“ ”그럼 지금까지 독수리는 전혀 성질을 바꾸지 않았는데. 인간은 왜 그 성질을 바꾸었다고 믿고 싶어하지는지요“ p 242 ”그의 서사시 <아이네이아스> 제 2권과 4권, 6권은 훌륭해요. 그건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 신앙심 두터운 아이네이앗, 용감한 크로안토스, 친구 아카테스, 아들 아스카니우스, 그리고 어리석은 라티누스 왕과 아내인 아마타와 매력 없는 라비니아에 대해서ㅏ면 이보다 생기가 없고 불쾌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닷소가 쓴 것이라든지 졸음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아리오스토의 엉터리 이야기가 그나마 나아요. “ p 268 ”저분이야말로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이란 것은 당신도 인정하시겠지요. 왜냐하면 그는 자기가 소유한 모든 것에 무심하니까요. “ ” 그는 자기가 지닌 모든 것에 진력이 난 것 같지는 않습니까? 옛날 플라톤이 말한 것처럼 모든 먹을거리를 내치는 위장은 튼튼한 위장이 아니거든요. “. p 271 판그로스는 자신은 줄곧 가혹한 일을 겪어왔음은 인정했지만, 일단 모든 일이 더할 수 없이 순조롭다고 주장한 뒤로는 여전히 그렇게 쭈장했다. 그러면서 자기 주장을 전혀 믿지 않는 것이었다. p 288 ”인간이 에덴동산에 있었던 것은 우트 오페라레투르 에움, 즉 일하기 위해서였거든.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휴식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매우 적절하게 증명하지 않는가!“ p 292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뜰을 가꾸어야만 합니다. “ p292 우트 오페라레투르 에움 Ut operetur eum 일하기 위해서 p2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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