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홀릭
뇌를 훔친 소설가 19.마의산. 토마스 만 본문
『마의 산』 .
제 1장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 93번째 토마스 만의 『마의 산』
난 토마스 만이라는 그 이름뿐 아니라 소설 제목도 처음 들었다.
아니 제목은 친근한 느낌이야 있다.
강화 마니산이 연상되었거든 ㅎ
분량면에서도 결코 만만치 않은 이 낯선 소설을 읽어야 할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읽기로 ‘작정’했으니까!
“『뇌를 훔친 소설가』 시리즌 어떻게든 끝마쳐야 하니까 ;;;;;
두렵고 떨리는 마음에서 처음으로 사전조사를 해봤다.
책 뒷면 작가 연보를 꼼꼼히 읽었는데 유대인이 아니라 독일인이다.
(워낙에 서구문화사에 유대인의 역할이 컸으니까...특히 근현대사 이후로 )
그리고 직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었던 영향으로 토마스 만의 가계에 나오는 이름들이 전형적인 게르만 스타일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쯤에서 저자와 나치의 관계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당시 히틀러가 주동하고 독일 전체가 공모한 (방관도 죄지!)
유대인 추방과 학살에서 그는 자유로운지 살펴보니
‘너무도 감사하게도 ’ 그조차 반나치주의자로서 독일 정부로부터 핍박을 받아왔고 결국 미국으로 망명을 했다고 한다.
(ps 책을 중반까지 읽고 난 지금 저자가 확실히 계몽주의자 인본주의자 인 것을 알겠다 )
감사하다!
전력과 작품은 별개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김영랑, 이광수, 서정주 김동환 이 자들이 아무리 아름다운 시를 썼다 할지라도
그 시를 쓸 때 고통 당한 동시대 민족을 생각하면 결코 함께 아름다워 할 수는 없더라는 것....
(김동환 시인은 참 안타깝다 ㅠㅠ)
반민족매국의 돼지우리에 울려퍼지는 국화꽃 향기가 그리 고울 수 있을까?
하물며 인종주의와 민족학살의 구덩이 속에서 울리는 소나타에 누가 심취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이어서 구글링.
오~~~~~~~~
토마스 만을 혹은 이 작품의 팬들이 많다!!!!!!
팬덤까지 거느린 작품이었다니!!!!!
어찌되었건 토마스만은 이 작품은 아니지만 노벨상을 수상했고 독일에서는 괴테, 릴케 만큼의 문학사적 위인이라고 하니 내가 또 언제 이런 위인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겄노
감사히 도전해 보리라.
참!
여기 다보스 플라츠란 곳이 독일 어드메인줄 알았는데...
제 1장 첫페이지에 그 여행길이 묘사되기를 ‘여러나라를 지나 산을 오르내리고 ’라고 되어있었거든..
그래서 지도검색을 해봤다.
이런!
함부르크는 거의 독일 북쪽 끝이고 다보스는 유럽 남쪽 이탈리아와 경계를 둔 스위스다 ㄷㄷ
왜 유럽사람들이 이 높은 스위스에까지 와서 맑은 공기를 찾는가 했더니....
나 얼마전 『클라이브 폰팅의 녹색세계사』 읽은 사람이다 !!ㅋㅋㅋ
거기서 18세기 말부터 서유럽의 극심한 환경오염에 대해 집중 조명해 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알프스로 향했다던 , 이 소설에선 언급되지 않은 시대적 배경을 유추 할수 있어 무척 뿌듯했다네 ㅋㅋㅋ
아직 1장이다.
주인공 한스 카스트로프.
책에선 주인공 이름에 대한 오타가 잦다.
한스도 아니고 카스트로프도 아니고 주인공은 꼭 이렇게 풀네임으로 불린다..
거참 칸스트로프 발음이 입에 참 안붙는다
이제 갓 스위스 해발 1600M 고지에 있는 요양원으로 사촌 요아힘을 만나러 가서 거기서 첫날밤을 보냈을 뿐이다.
제 2 장
한스 카스트로프 .
그의 지난 삶을 잠시 돌아본다.
어머니에서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를 그 짧은 생애 7년 동안에 모두 잃은 고아.
그러나 잔혹동화 그림형제의 주인공과는 달리 한스 카스트로프는 적당한 유산과 능력있는 친척들 덕에 신흥공업도시에서 부유한 상류층 청년으로 훌륭하게 성장했다고.
그의 약점이라면 머리는 좋았지만 특별히 의욕을 가졌거나 장래 희망같은게 없었다는 것인데 어린 시절부터 배에 대한 유별난 취향과 그의 후견인의 적절한 충고로 인해 조선소에서 일할 계획은 갖게 되었다.
때문에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위한 사전준비차 미리 요양을 하여 건강을 보충하려던 계획이 한스 카스트로프가 베르크 호프라는 스위스 다보스 플라츠의 요양병원에 들른 이유라고 한다.
사촌동생 병문안도 겸사겸사.
2장에서 내가 한스 카스트로프의 지난 삶의 모습중 따스함을 느낀 장면 하나.
고루한 옛 문화에 대한 보수적 취향과 신념을 가진 할아버지에게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세례반 (세례식 때 쓰는 대야 같은 그릇) 에 대한 설명을 조르는 손주가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
할아버지들이란 과거의 영광을 추억할 때만큼,
아니 그걸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을때만큼 행복한 노후가 또 있을까?
그리고 요양원에 있는 동안 수시로 그시절 할아버지를 그리워하곤 하는 한스 카스트로프.
제 3 장
여기 3장은 주인공 한스 카스트로프가 여기 요양병원에서 보낸 둘째날 이야기이다.
그는 두 번의 아침식사를 했고 점심식사를 또 이어 먹었으며 오후에 티타임시간도 식당에서 보내고 저녁식사도 갖는다.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고 난 다음마다 사촌과 함께 산책을 한다.
그리고 이 날을 통해 주인공은 요양병원의 많은 사람을 만난다.
초반 인물 소개란에 소개된 사람들부터 말하자면 이 병원 원장을 식당에서 처음 보는 주인공.
그리고 세템브리니라는 말 많은 이탈리아 시인.
그 외 대다수는 이 다섯 번의 식사시간동안 테이블에서 함께 앉은 수많은 환자들이다.
가장 인상깊은 인물은 소샤.
인물 소개란에 주인공 한스 카스트로프가 사랑에 빠지는 여자라 한다.
유부녀이고 독일어에는 서툰데 프랑스말을 익숙하게 하는 러시아 여자다.
앞서 한스 카스트로프는 식당문을 꽝꽝 여밀고 들어오는 누군가에게 본능적 격분을 한다.
한스 카스트로프는 예의 바르고 관용적인 성격이지만 이 예의없이 문 여닫는 소리에 대해서만큼은 질색팔색을 하는 성격이라고. 그렇게 몇 번의 충돌 끝에 문제의 주인공을 만난 한스 카스트로프는 그녀에게 강한 인상을 받고 이후 본능에 이끌리듯 그녀의 동태를 쫓는 습관을 갖게 된다.
여기까지가 3장이다.
앞서 2장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분량에
도대체 이 장은 주인공의 발병사실을 드러내놓고서야 끝날 것인가 압박감이 있었는데 아마 4장에서 병문안 와서 병을 제대로 걸려버린 불운한 신세가 되는 것이 공개될 것인가보다.
엔지니어씨, 내 생각에 신랄은 암흑과 추악의 힘에 대한 이성의 무기, 가장 빛나는 무기입니다. 신랄은 비평 정신이며 비평은 진보와 계몽의 근원입니다. p 86.
시간은 길다고 생각하면 길고 짧다고 생각하면 짧아. 사실 얼마만큼 길고 짧은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p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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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장
4장에 내 나름으로 제목을 지어본다면 ”두 가지 열병“ 이라 할 것이다.
4장의 관건은 처음에는 단 하나였다.
주인공의 폐병이 언제쯤 드러나게 될 것인가?
그러나 두 번째 관건 곧 주인공이 러시아 여인 소샤부인에 대한 감정을 언제쯤 자각하게 될 것인가?
일견 4장은 이 두 번째 문제가 중심 이슈가 된 듯 해 보였다.
한스 카스트로프는 여자를 어디서 보았던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답답해 한다.
그러나 평소와는 달리 무리한 산책 길에서 영감처럼 기억을 떠올린다.
13살 소년시절 동경했던 어느 친구.
같은 슬라브 혈통을 공유하고 있어서인지 외모가 똑닮았더라고...
이런게 사랑이지 싶다.
어디서 봤더라 관심부터가 치명적이었지.
거기다 정말 닮은 사람이 있었다면 그 친밀성으로 마음은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 감정을 자각한 주인공은 평소의 그였다면 결코 시도하지 않았을 갖은 엉뚱한 짓들을 벌인다.
여자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거나 여자의 눈에 띄려드는 바보짓도 서슴지 않고.....
그의 고민을 누구에게 털어놓을까 이 사람 저사람 물색하는 와중에서는 세팀브리니 박사의 설교를 한참 듣게 되기도한다.
이래 가지고는 이 번 장에서 첫 번째 관건 폐병 이야기는 다음장으로 미뤄지는가 했는데
이 병원을 책임지는 베렌스가 애초에 확신했었다 했듯이 그의 감기는 단순 감기가 아니라 심각한 폐병 질환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고 만다.
그런 주인공에 부원장이 친절하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장이 끝난다.
환자를 환대하는 전형적인 미소를 지으며 ㅋㅋㅋㅋㅋ
나는 어떤 사람이 어리석고 동시에 병에 걸려 있다는 것이 아주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p133 병과 어리석음은 조화가 되지 않습니다. p 133 병에 걸린 어리석은 인간을 대하는 일은 딜레마입니다. p 132 병들고 어리석다! 이것은 결국 비참한 것으로 단순한 문제입니다. 즉 연민과 멸시에 대항할 뿐입니다. p 135 우리가 ‘지루하다’고 부르는 현상은, 사실은 오히려 생활의 단조로움 때문에 오는 시간의 병적인 단축으로, 많은 시간이 단조로운 생활의 연속 때문에 많은 시간이 위축되고 만다는 사실을 뜻한다. p 141 어느 하루나 똑같은 나날의 연속이라면, 그것을 모두 모아 둔 것도 하루와 같을 것이다. 매일이 똑같은 나날의 연속이라면, 가장 긴 일생도 아지랑이와 같은 일생처럼 느끼며, 눈깜짝할 사이에 끝나 버리는 것이다. p 141
(음악에서) 일분 일조차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우리는 거기에 기대어 있을 수 있습니다. p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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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장
드디어 5장이 끝났다.
우선 5장은 앞선 4장보다도 더 폭발적인 분량 때문에 진저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거.
점진적으로 아니 폭발적으로 분량이 확대되어 7장에서 끝나게 되있는 전 917장의 거의 절반을 마친 셈.
5장의 주인공은 한스 카스트로프와 세템브리니다.
한스 옆에 늘 함께 하는 사촌 요아힘과 한스가 오매불망 빠져있는 여인 소샤부인은 확실히 조연이다. 불쌍하기는 요아힘이었다 ㅎ
드디어 한스 카스트로프는 폐에 대한 심상챦은 상태를 진단받고 요양병원에서의 체재를 기약없이 연장하게 되는데 이런 그에게 세템브리니는 본격적으로 인문학 스승으로 자처하고 나선다.
그래서 세템브리니는 이 착하고 순종적인 24살의 청년을 붙들고 인문학에 대한 장황한 괴변을 늘어놓는데 이에 대해 반항 한번 제대로 못하는 주인공.
세템브리니가 늘어놓은 괴변의 가장 핵심적인 논지 하나는 병은 신성한 것이 아니라 방종이라는 주장.
한스 카스트로프는 소샤 부인에 대한 초상화를 계기로 의학에 갑작스레 몰두하는데 생명의 정의와 신비에 대한 의학적 해설을 한참이나 전개해 나간뒤에 병을 방종이라한 세템브리니의 말을 받아들이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그는 ‘스승’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요아힘을 이끌고 직접 죽어가는 환자를 위로하는 이벤트를 벌이면서 죽음의 숭고성을 체험하는 요란스런 학문활동을 해댄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그렇게 오매불망하던 소샤 부인에게 무릎꿇고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에 그의 스승이 그렇게 애써 주지시키고 자 했던 생명과 죽음에 대한 인문학적 태도를 날려버리고 감상적이고 웅변적인 입장을 천명하는 것.
그러니까 5장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이 빠져 있는 여인과 어떻게 밀당을 해서 사랑을 쟁취하는 가 이런 것이 주가 아니라 세템브리니와 한스 카스트로프간의 길고 지리한 논쟁의 한판상을 보는 것이다.
물론 서브 주제도 있었다!
주인공이 자신의 짝사랑을 여기 저기 흘리고 다니며 온갖 뻘짓을 해댈때는 읽는 독자인 내가 다 민망할 정도였다.
그러니 그 모든 순간에 한스 카스트로프에게 끌려다녀야 할 사촌 요아힘은 오죽했겠는가?
그의 뻘짓의 절정은 베렌스 고문관이 소샤 부인 초상화를 그렸다고 하니까 그걸 보러가서는 소샤부인 초상화를 들고 손에서 놓지 않고 돌아다니는 광경이다.
초상화라 하지만 실물과 전혀 닮지 않았음에도 그것이 소샤부인인 것을 알아본 주인공은
명색이 아마추어 화가의 기술을 발휘하여 피사체의 피부를 제대로 표현해낸 것을 놓치지 않고 알아보아 그 그림에 넋을 잃은 모습이라니...
그 그림을 들고 정작 본인은 관심이 없는 척 의사에게 온갖 의학적 호기심과 소양을 늘어놓고 의사를 붕 뜨게 만드는 그의 참 얼간이 같은 어리버리함이란 ㅎㅎㅎ
그래서 그 모든 광경을 목도하고도 아무 말 안하는 요아힘이 정말 성자같이 느껴졌다.
5장은 확실히 주인공의 좌충우돌 독무대였다!
사랑에 빠진 남자가 혹은 어느 사람이 그 대상의 주인공을 의식하며 그 눈길 그 곁 한번에 모든 것을 걸고 저돌적으로 구는 모습은 사실 참 사랑스러웠다.
24살 청년의 순수함이고 풋풋함 아닐까?
역시 20대 초반의 나이는 이렇듯 눈에 한번 콩깍지가 씌이면 뵈는게 없는 나이 맞는가보다 ㅋㅋㅋ
사촌 요아힘과 참으로 의젓한 대화를 하는 둘인데 사촌 앞에서 어찌나 어리석은 속내를 다 들키고 다니던지 ㅎㅎ
우연히 식후 대화를 나누는 공공의 장소에서 곁에 있는 그녀를 의식해서 다른 여자를 끌어들여 시끌벅적 허풍을 치는 모습 ,그런 그에게 슬쩍 비웃음의 눈초리 한번 보낸 것 뿐인데 순식간에 바람빠진 풍선처럼 맥을 잃어버려 횡설수설해대다가 이틀간 꼬박 그 눈초리에 눌려 낑낑 앓는 강아지 같았던 우리의 주인공 ㅎㅎㅎ
부끄러움은 보는 사람 몫이라 했지만 그래.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내가 이해를 못하겠는건
전혀 생각지도 못한 폐병의 발현에 (그 발견에 ) 주인공이 전혀 놀라거나 당황해하지 않더라는 것.
그는 단지 자신의 요양과 더불어 사촌의 문병을 온 것 뿐이고 3주를 마치면은 고향으로 돌아가 취직을 하기로 예정된 곳이 있던 터였다.
그러함에도 아직 결과는 확실한 것도 아니라는 둥, 기한이 언제라고 정해진 것도 아니라는 둥
정작 사촌이 미안해하고 안절부절해 하는데 본인은 이렇듯 태평한 것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그러고 보니 2장에서 드러난 주인공의 성격이 그런가보다.
특별히 뭐 하고 싶어하고 벼르는 천성이 아니라 그런가보다.
미래에 대한 악착같은 조바심같은 게 없어서 그런가보다.
나라면 병원에서의 다섯끼의 식사와 강제 안정요양시간 (베란다에서의 일광욕 같은거다 ) 등등 이 무료하고 무기력한 병원생활이 지루하고 절망적이라 낙담할 법도 한데 ....
그랬던 주인공이 오로지 한 여자에 반해서 그녀의 언저리에서 쭈뼛거리며 얼쩡대는 모습을 보니 인생에 열정이란 그래서 꼭 필요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기다린다는 것은 앞질러간다는 것을 의미하며, 시간과 현재를 귀중한 것으로 느끼지 않곱 ᅟᅡᆼ해물로 느끼며, 시간과 현재 자체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그것을 무시한 채 마음 속에서 뛰어넘어 버리는 것이다. p 311
공간이 많은 곳에는 시간도 많습니다. p 316
죽음은 생의 논리적 부정에 불과하지만, 생명과 생명이 없는 것 사이에는 과학이 아무리 노력해도 다리를 놓을 수 없는 심연이 입을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p 356
생식의 목적 때문에 발달한 요소인 생식세포가 체내에 형성되어, 생명 쇄신의 성적 행위에 다시 도달한 순간에 새익의 순환이 완결되는 것이다. p 359
백혈구가 구원하러 달려오지만 응고에 따른 사멸이 촉진된다. 그 사이에 세균의 가용성 독소는 신경 중추를 마비시켜 버리고, 유기체는 높은 체온을 띠고 , 가슴은 파도처럼 떨리면서 비실비실 파멸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이것이 병리학, 육체의 고뇌 증대에 대한 학문이다. p 367
나는 옛날부터 당신을 알고 있었어요. 당신을, 당신의 기울어진 눈을, 당신의 입술을, 당신이 말하는 목소리를 훨씬 이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나는 당신에게 연필을 빌려 쓴 일이 있었어요. 나는 이성을 잃을 정도로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전에도 병을 앓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흔적은, 그때 온 흔적입니다. 당신에 대한 나의 묵은 사랑이 남긴 흔적인 거에요“ p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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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장
소샤 부인이 떠났다.
축제의 밤 몽당연필의 추억과 흉곽 뢴트겐 사진 한 장 남기고....
그리고 이어진 역시나 무지막지한 분량의 여섯 번째 무대에 새로 등장한 인물은 나프타.
예수회 예비 수도사.
여기 6장에서 드러난 충격적인 사실인데 세템브리니 이 완고한 계몽주의자가 실상 프리메이슨 회원이었다고!
6장 내내 이 둘의 격렬한 논쟁이 펼쳐진다.
그 논쟁이란 잠시 양쪽의 입장을 분류, 정리를 해보았는데 결국엔 중간에 들었던 한스 카스트로프의 평가대로 양층 모두가 자가당착의 오류를 갖고 그저 지적 허영을 만끽하는 시간들에 다름 아니다!
이런 논쟁 현장에 묵묵히 방청하는 한스 카스트로프와 요아힘.
그리고 요아힘이 떠난 후에 한스 카스트로프를 숭배하며 동행하는 베잘과 페르가 등은 도대체 무슨 낙으로 그들 곁을 지켰던 것인지.
그래 요아힘.
6장에서 마침내 결실을 이루나했던 한스 카스트로프의 짝사랑이 바로 이별로 전환 되었을때도 그리 슬프지 않았는데 오로지 군인이 되고 싶어했던, 천상 군인같은 성정의 올곧은 요아힘이 주치의의 강력한 권고를 무시하고 퇴원을 해서는 요양원에 다시 돌아와서 결국 숨을 거두었을 때.....
요아힘과 요아힘의 죽음의 순간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마지막 죽음의 순간인 바로 그현장에 나도 있는 듯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났다.
이제 요아힘도 병원을 떠난 지금 진리를 찾기 위한 다양한 모색을 시도한다.
그는 우선 세템브리니와 나프타의 그 가공할 논쟁에 열린 마음으로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방청하는가 하면 ,
스키를 배워 스스로 고독과 탐색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 세템브리니의 프리메이슨 전력이 들어났을땐 작가가 이로써 보여주려는게 무엇인가 새삼스레 고민을 하게 된다.
분명 작가는 세템브리니와 같은 계몽주의 입장이 있는 듯하고 그래서 글을 쓰는 스타일도 과학찬미가 넘치는데 그러나 아무래도 당시 지성계의 허울좋은 현실도피적 관념적인 소모적 그런 분위기에 대해 개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참 충격적인 사실이긴 하다.
그렇지 않아도 프랑스 혁명에 프리메이슨이 개입했다는 소문에 대하여 (거의 도시전설급의 )믿을까 말까 하고는 있었는데 볼테르가, 이 계몽주의의 전사가 프리메이슨이었다니...
깡디드에서도 볼테르는 예수회를 그렇게 비난했는데.
프리메이슨 단원 세템브리니도 예수회 수도사 나프타와 그렇게 싸운다.
그리고 한스 카스트로프도 그렇게 정죄하기를 종교재판의 이름으로 그토록 잔악하게 화형으로 신교를 탄압했던 스페인을 엄숙주의의 나라로 인식하는 것도 캉디드 속 주인공의 여행에서 보여준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계속 ‘이 위의 세계’로 명명되는 스위스 고지에서 계절의 변화나 가치관의 흐름 따위가 평지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 스위스 고지 별천지에서 주인공의 탐구생활은 여전히 계속되는 중이다.
6장 마무리하며 6장에서 지리멸렬하게 계속된 나프타와 세템브리니의 그 지독한 논쟁들 중 한 대사 소개한다.
아이고...
이 온통 관념어 투성이들 ..특히 뭔 주의, 주의 , ~적, ~적 ...ㅋㅋㅋ
" 인도적 자유주의도 역시 개인주의를 주장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며 단ㄷ 주장하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입니다.
개인주의는 개인의 무한한고 우주적인 중요성을 믿는데, 이 신념에서 영혼 불멸설, 지구 중심설, 점성술이 생기는 점에서 낭만적이고 중세적입니다.
한편 개인주의는 자유주의적 인문주의의 경향을 띠고 있으며 이것이 무정부주의로 나아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개인주의적 인문주의는 개인을 집단의 희생물이 되는 것에서 지키려고 합니다.
이렇듯 두 가지 개인주의 중 어느쪽도 모두 개인주의로서 , 사실 내용이 다른 것을 동일한 명칭으로 부르고 잇는 것입니다. ......" (p 890 나프타의 말)
시간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수수께끼로 , 실체는 없지만 전능한 것이다. 이것은 현상계에 존재하는 하나의 조건이며, 공간 속에 존재하는 물체와 그 물체의 운동과 관련되고 혼합되어 있다. 만일 운동이 없으면 시간도 존재하지 않을까? 시간이 없으면 운동도 없을까? 시간은 공간 작용의 하나인가? p 442
여름이 찾아오고 겨울이 찾아온다는 것, 그전에 여름 또는 겨울이 있었기 때문에 그 다음에 오는 계절이 가장 알맞은 것으로 느껴지고, 이번의 여름 또는 겨울이 신선하고 고맙게 느껴지는 거야. 이로 인해 생명을 느끼는 거지. p 530
자연의 힘에 완전히 안기는 것이 파멸을 의미하며, 동시에 그런 자연과의 가벼운 사랑놀이가 감격에 찬 행복을 의미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p 606
신의 자식인 인간의 위치와 본성에 대해, ‘술래잡기’를 하는 의미를 가지게 된 인간에게 있어서 자연은 그것에 알맞은 무대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p 607
나는 착한 마음씨를 갖도록 힘쓰자. p 630
사랑은 죽음에 대힙하는 것이다. 사랑만이 죽음보다 강한 것이다. 사랑만이 올바른 생각을 주는 것이다. 형식도 사랑과 착한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다. 분별있고 우정 있는 공동체와 아름다운 인간, 국가의 형식과 예절, 피의 향연을 조용히 염려하다가 나는 이처럼 확실하게 꿈을 꾸고 멋지게 술래잡기를 한 것이다. p 631
신을 삭제한다는 것은 대단히 가톨릭적이라고 생각합니다. p 656
우리는 여기서 일단 막을 내리도록 하자. 그러나 막이 천천히 내려가는 동안ㅇ ㅜ리는 이 위 세계에 남은 한스 카스트로프와 함께 , 면 평지의 축축한 묘지에 눈을 돌리자. 그 묘지에서 군도가 번쩍이면서 들리는 호령 소리와, 근인 요아힘의 나무뿌리가 엉킨 묘지위에 낭만적인 조례로 울려 퍼지는 세 번의 소총 사격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기로 하자.p 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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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장
대망의 7장.
한스 카스트로프가 언제까지 여기 머물것인지, 한스카스트로프의 끝이 어떠할 것인지, 그래서 이 이야기는 어떠한 그림을 그릴 것인지 아직까지 가늠이 안되는 때 맞이하는 마지막 장.
오~~~그녀가 돌아왔다.
클라브디아 소샤 .
그런데 이럴 수 있나!
함께 한 남자가 있다!
러시아에 있다는 본 남편은 별개로 여행지에서 만난 소샤부인의 남성 편력이 이렇듯 다채로와서야....
그러나 이 드라마가 단순한 치정 삼각관계가 될 수 없기에 더욱 비극이었고 한스카스트로프의 사랑이 아름다웠다.
한스카스트로프.
이 순진하고 세상에 열린 감각을 가진 청년은 자신의 연적에 순수하게 동화되길 원하고 경애의 마음을 품는다는 것.
그걸 거부할 수 없도록 페페르코른이라는 이 남자 또한 지금껏 한스 카스트로프가 겪고 관계를 맺어온 인물과는 차원이 다른 인물이었던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가 없었으니까!
7장에 이르면 한스 카스트로프가 관계 맺어온 7명의 인물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베르크 호크라는 요양병원에는 무수한 많은 환자들이 있지만 한스 카스트로프는 그 중에서 원의 핵심이 되어 주위로 다양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중에 세템브리니와 나프타는 서로간에도 이미 논적이지만 한스 카스트로프라는 이 온유한 성격의 젊은이를 두고 경쟁적인 스승들이 되어 있다.
그리고 베잘과 페르게가 있다. 베잘도 소샤부인에 음험한 욕망을 품고 있던 남자인데 어쩌다 한스 카스트로프의 추종자가 되어 있다. 남자들 세계의 묘한 서열과 복종 본능이랄까 ㅎ
여기에 페페르코른과 클라브디아 소샤가 함께한 페페르코른의 마지막 소풍.
모두들 병 때문에 쫓겨온 별천지이지만 그곳 나름의 질서와 작동원리로 나름 그렇게 잘 살아내는 모든 멤버들의 모습을 볼 때 어찌보면 짠하기도 하면서 또 어찌 보면 인간의 생명력 적응력이란 놀라운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페페르 코른의 자살이라니!!!
그렇게 생을 찬미하고 생에 대한 정력 충만하던 그가 어떻게 그렇게 처참한 결정을 내렸을까?
나중의 나프타의 죽음과 같은 이유였을까?
병든 육체로는 , 문제가 생긴 물질로는 정신의 생명을 , 관념의 승리를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일까?
하여 7장에서 내게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 페페르 코른의 죽음이었다!
페페르 코른 곧 사랑하는 여자의 남자가 죽음으로 인해 여자도 결국 확실하게 한스 카스트로프를 떠났다.
한스 카스트로프가 페페르코른에게도 문제제기하였길 여자의 사랑이란 남자보다 수동적이라는데 때문에 겉으로는 한스카스트로프와 소샤부인 사이에 아무런 종속적 관계가 없는 듯 보였지만 여자도 한스의 사랑에 마음 깊이 요동이 있었던 것, 그래서 새 남자와 공식적인 관계가 되었어도 한스 카스트로프가 있는 이 곳 요양병원에 다시 돌아왔다는 것인데...
그런 희망이 있으면 무엇하나
페페르 코른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였거늘...
이 소설이 한스 카스트로프의 로맨스를 기준으로 본다면 참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 장면.
페페르 코른의 주검 앞에서 둘이 사연많은 입맞춤을 나눈 장면.
말그대로 입맞춤.
거기에는 드디어 클라브디아 소샤가 한스 카스트로프의 사랑을 받아들였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리고 둘이 이 번 생에 더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이별을 선포하는 것이기도 하고.
이렇게 새로운 죽음과 이별을 경험한 한스 카스트로프는 병원 선임의사가 걱정할 정도로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지만 그는 여러 가지 계기로 잘 극복한다.
한때는 음악에 빠지기도 하고
죽은 자와 교감하는 소녀의 능력으로 요아힘의 영혼을 보는 환상을 체험하기도 한다.
결정적인 것은 나프타와 세템브리니의 결투. 그리고 나프타의 참혹한 선택이다.
그 어느 것도 한스 카스트로프를 이곳 요양병원, 곧 마의산이 있는 별천지로부터 그를 떼어놓지 못할 것 같더니 청천의 벽력이 들이닥쳐 한스 카스트로프를 전장으로 끌고 가버린다.
그러니까 나란 독자는 한스 카스트로프의 생애를 이곳 스위스 별천지에서 내내 봐왔다가 그 지옥같은 1차세계대전 프랑스와 독일의 고지전에 마지막을 고하는 것.
그리하여 1차 세계대전의 비극성을 고발하자는 주제인걸까?
세상의 모든 관념론자들이여 정신을 차려라!
세상은 너희들이 규정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곳, 함부로 도단하지 말지어다!
그저 생을 던져라! 부딪쳐라! 우리의 주인공처럼!!
뭐 그런 이야기일까?
다 읽고 한스 카스트로프의 삶을 본다면 그의 순수함이, 그의 치열함이 부럽다.
그게 젊음이다!
그러보니 소샤부인을 좋아하면서 그가 얼마나 어리석고 유치하게 굴었는가를 보니 그것조차 젊음의 눈부심이었다.
이 청년에게 세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드디어 그 모든 고뇌를 끝내고 현실에 발을 디뎠는데 전쟁이라니...그렇게 장렬한 산화라니..
한스 카스트로프에게 7년의 마의 산의 삶이 무의미하지 않겠는가!
이 책이 왜 『뇌를 훔친 소설가』 참고문헌에 들어있었는지 알것같다.
책의 주제와는 별개로 소설에서는 시간에 대한 개념과 현상에 대해 자주 언급된다.
객관적으로 시간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별개로
시간에 대하여 주관적인 평가는 정말 주체마다 다르다는 점이, 이 뇌과학적인 현상이 책에서 언급된 것이 아닐까?
“ 우리는 엄밀히 말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네.
단 하나의 속성도 말할 수 없는 대상을 도대체 어떻게 계산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시간이 경과한다고 하지.
그러나 시간을 계산하기 위해서는,,,,,시간이 계산될 수 있기 위해서는, 시간은 균등하게 경과해야만 하네.
그러나 균등하게 경과한다는 것이 어디에 씌어져 있는가?
우리의 기분으로는 신간이 균등하게는 지나가지 않네.
의식적으로 그렇다고 가정하고 있을 뿐.
우리의 시간 단위란 단순한 약속인 것이야. ” (한스 카스트로프. p93)
이번에 다시 뇌를 훔친 소설가를 읽어야겠다고 다짐하는데 그럼 벌써 세 번째다...나 드라마도 어지간해선 세 번이상 안보는 사람인데 ㅎㅎ
한스 카스트로프를 더 추억하고 싶은데 너무 오래 이 책을 붙들고 있었더니 도서관에서 난리가 났다 ㅎ
이만 그를 떠나보내야 하겠다.
오늘 하루 내내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머물러야 한다.
이야기는 시간을 채운다. p 686
어떤 조건에서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자기 나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우리 내부에 시간의 경과를 느끼는 감각 기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p 688
인간의 무력함은 혼미상태에서는 시간을 현실보다도 길게 느끼지 않고 오히려 극도로 단축하여 경험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p 689
문명이란 이성과 웅변적 냉철의 선물이 아니라, 오히려 흥분, 도취, 활기있는 감정에서 생긴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p 722
생에 이르는 길은 두 가지가 있는데, 그 하나는 직선적이고 일반적인 큰 길이고, 다른 하나는 죽음을 뚫고 가는 뒷길로서 이것이야말로 천재적인 길입니다. p 760
언어가 모든 종류의 사랑에 대해 하나의 말만 가지고 있다는 것, 극히 근엄한 사랑에서 극히 관응적이고 정열적인 사랑까지를 사랑이라는 하나의 단어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은 멋지고 좋은 일이 아닐까? 왜냐하면 사랑이란 불확실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확실한 것읻기 때문이다. 사랑은 아무리 근엄한 사랑이라 해도 육체적인 면이 있고, 아무리 관능적인 사랑이라 해도 근엄한 면이 있다. p 765
의미가 애매하기 때문에 사랑은 생명이 있고 인간적이다. p 765
육체가 이토록 육체를 갈망하다니, 그것도 자신의 육체가 아니라 남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츅체라는 것을 이렇게 갈망하다니! p 788
육욕은 대상을 정하지 않고 전전하면서 옮겨갑니다. 그러나 하나의 얼굴을 가진 어떤 인간에게 고정되어 버리면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p 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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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카스트로프가 병원에 새로 들어온 축음기를 통해 특히 탐닉한 음악 3
1. 오페라 베르디의 아이다
2. 드뷔시 <<목신의 오후 >>
3. 비제의 카르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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