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시카고플랜 위대한 책

아리스토파네스 희극.아리스토파네스 지음.천병희 옮김.단국대학교 출판부.2000.시카고플랜 051

혜성처럼 2023. 2. 20. 22:49

목차
001. 구름 ...11
002. 새 ...101
003. 뤼시스트라테 ...207
004. 개구리 ...287



시카고플랜 51.아리스토파네스 희곡 「 여인의 평화」「구름」.
이 둘이 한꺼번에 묶인 책이 없어 각각 다른 책으로 읽음.

「여인의 평화」뤼시스트라테
(Lysistrate / 라 Lyisistrata)



그래서 아리스토파네스의 명품 희극 여섯번째다.
똑같이 천병희 번역.
나중에 도서출판 숲에서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을 작정하고 출간하기 한참전에 미리 그의 희극의 정수로 꼽아둔 네 편인가 보다.
여기에 「평화」가 빠졌다.
아니 기본적으로 「구름」,「새」「뤼시스트라테」「개구리」이 네 편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 (위 작품의 주제를 보면) 우리는 그가 냉소적인 익살꾼이 아니라 뜨거운 가슴을 가진 평화주의자이며 조국의 미래를 진심으로 염려하는 진지하고 줏대있는 작가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p 6. 머리말 중에서)

작가의 그런 진지한 작가성을 드러내는 작품이 이것뿐인 것은 아니쟎은가.
여기서 개구리만 아직 안읽었다.
어쩌면 번역자 말대로 앞선 세작품은 아리스토파네스의 전 생애를 장악했던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의 조국을 염려하는 마음에서 나온 작품들이다.
전쟁을 종식시키길 간절히 바라온 작가의 열망이
쇠똥구리를 타고 신들께 하소연하러 가는 농부 (구름) , 넌더리가 나는 인간계를 벗어나 새들의 나라 공중나라를 짓고 싶어한 노병 이야기( 새) 그리고 어리석은 전쟁이나 결정내리는 민회 회원들인 남편을 잠자리 파업으로 징계하며 휴전을 요구하는 아테네와 스파르타 여인들의 단합( 뤼시스트라테) 등 기발한 희극으로 발현된 것 같다.
앞서 다른 버전으로 안읽고 이 책으로 「구름」부터 순서대로 읽었다면 번역자의 책 선정 의도와 작가의 마음을 좀더 확실히 느낄 수 있었을 듯.

음탕하고 외설스러운 이야기의 결정판

읽다 읽다 혹시나 이거 당시 배우들 진짜로 홀딱 벗고 연기한 거 아닐까?
거 왜 고대올림픽 제전때 선수들도 실제로 다 벗고 뛰었다잖오.
다행히(?) 번역자 주석에서 실제로 벗지는 않았을거라고 정리해준다.
물론 무대복장 부터가 거대한 남근을 대롱대롱 달로 나오는거란다
앞서 도서출판 숲 버전을 통해 용두질이란 단어를 처음 만났다.
그 책에선 「아카르네나이구역민들」이 젤로 외설스럽다고 호들갑을 떨었었다.
웬걸!
「뤼시스트라테」에 비하면 거긴 양반이었었어
여기선 ' 요분질' 이란 단어도 만났다.문맥상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그런 걸 표현하는 순우리말도 따로 있었다는 거다ㅋ

음담패설이 다가 아니라서 요망스러운 작품
.
그때나 지금이나 전쟁은 미치광이 남성성의 결정체같다고나 할까
물론 전쟁은 남녀 모두를 희생제물로 삼지만 전쟁을 결정하고 제일 앞장서 싸우며 용맹 등의 가치를 자신들의 전유물로 삼는 건 남자다.
그리고 거기 가장 희생당하는 여자들이고.

이게 BC 411년에 상영된 연극이다.
그 시절에 아테네 여자들이 들고 일어섰다.
그들의 동맹자는 남자들의 숙적 스파르타의 여인들이다.
그리고 선언한다.

전쟁은 여자들의 소관이라오.(p243

그리고 여자들은 서약을 한다.

<여인들의 맹세>

애인이든 남편이든 어느 누구도 꼿꼿이 세우고 나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2

집에서 나는 성적 접촉없이 지낼 것이며 ×2
사프란색 가운을 입고 화장을 하고 ×2
남편이 나를 몹시 열망하도록 하겠습니다. ×2
나는 결코 자진하여 남편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며 ×2
완력으로 강요한다면 ×2
나는 재미없게 해주거나 요분질도 하지 않겠습니다. ×2 ( p.224)

이것이 그 서약문이다 .
옮겨적느라 귀찮어서 한번씩만 적었는데
저 말을 선창하고 복창하는 여성대원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ㅋㅋ

여자들이 단순히 남편들 전쟁터로 보내고 독수공방하기가 싫어 치맛바람 날리며 남편들을 닥달하는게 아니다.

여자들도 충분히 국제정세와 국내 정치 돌아가는 판을 다 보고 있다.
것도 아주 예리하게 말이지.


● ) 먼저 양털을 물에 담궈 양의 오물을 씻어내듯이 그대들은 도시에서 양털을 털어내고 엉겅퀴들을 가려내야 하오.
그리고 함께 들러붙은 자들과 관직을 노리고 모전처럼 응결되는 자들을 빗어내고 그 끄트머리들을 뽑아버려야 해요

그런 다음 모두를 상호간의 선의라는 바구니 안에 빗어 넣되 재류외국인들과 동맹자와 나라의 친구도 함께 섞어야 하며 누가 나라에 빚을 졌다하더라도 이들도 섞어 넣어야 해요.
그리고 제우스에 맹세코 이 나라의 식민지들인 도시들도 여기저기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대들을 위한 양털이란 걸 알아차리도록 하시오.

이들 모두를 모아가지고이 곳에 한 데 쌓아 놓으시오.그런 다음 큰 양털 실뭉치를 만들어 거기서 백성들을 위해 외투를 짜시오.(p245
)

어제 읽기를 마친 「고릴라 이스마엘」이 떠오른다.
거기서 언급한 「성배와 칼」의 여신들이 지배한 리버들 세상이야기.
혹은 호전적인 테이커와 세상 단순하고 욕심없는 리버들 모습.
이럴땐 여자들의 정치도 그리 복잡해보이진 않는단 말이시.
자고로 여인의 이미지는 풍요와 평화를 상징하지만...
아냐 아냐 여기 아테네의 전쟁 주관자는
여신이라고!! 군신 아테네다 ㄷㄷㄷ

오오 제우스여
저 사악한 여자를 회오리바람과 태풍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하늘 높이 날렸다가 떨어뜨려주소서.
떨어져 나의 이 말뚝에 꽂히도록 말입니다.(p268)



이건 마침내 강제금욕으로 눈이 돌아간 남자들 모습이다 ㅎ

"죽을 지경이오
무슨수를 써서라도 휴전을 해야겠소(p273)"


그리고 스파르타도 항복선언을 하기 직전이다 ㅎㅎ
여자들의 각방선언으로 양국의 남자들이 화해를 한다
너무도 꿈결같은 세상의 이야기다 ㅎ
아리스토파네스 이 자는 천재다 ㅋ


개구리 Batrachoi / 라 Ranae


먼저 읽은 숲 출판사 버전과 달리 여기 단국대학교 출판부 버전으로 읽은 천병희 번역의 아리스토파네스 마지막 희극.
오늘은 숲 버전에는 이야기 줄거리를 미리 소개해주었는데 여기엔 그게 없으니까 이번 장 개구리에서는 특히 그게 아쉬웠다.
도대체 이야기 흐름을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희한한 플롯

다 읽고 나니까 주인공 디오니시스가 저승가서 아테네를 구원할 시인을 데려오려는 이야기인 것을 알겠다.
그전까지는 저승 가는 길에 동행한 노비 크산티아스와의 갈등이 한참 이어진다.
뭐 사정에 따라 앞뒤말 바꾸는 지배층의 허위를 폭로하는 건가?
노비 크산티아스는 주인이자 주인공 디오니시스가 대사칠때 옆에서 그렇게 궁시렁 궁시렁 자기 말이 많은 캐릭터.
그러다보니 크산티아스의 존재로 플롯이 헷갈리는 부작용이 있었댈까?
그나저나 여기서 개구리는 주인공이 저승가는 배 타는 잠깐만 나온다.
뭐 플롯에 특별히 영향을 주는 역할은 아니다.
그냥 저승가는 길에 개구리를 만났대더라 ㅋ 그런 역할이다 ㅎ
지금껏 만나온 아리스토 파네스 희극이 이렇듯 관객들 정신줄 빼놓는데 뭐 있긴 하다 ㅎ

아리스토파네스와 펠로폰네소스 전쟁

아리스토파네스 출생 BC 446
「아카르나이 구역민들 」 BC 425
「구름」 BC 423
「새」 BC 414
「뤼시스트라테」 BC 411
「개구리 」 초연 BC 405
펠로폰네소스 전쟁 BC 460 ~ BC 404
아리스토파네스 사망 BC 385

아리스토는 그렇게 길고도 길었던 조국의 전쟁의 시작과 끝을 다 보고 산 것이다.
특히나 피끓는 청년이 때로 들어서는 무렵에 전쟁이 발발했으니 조국 아테네를 염려하는 열정이 오죽했을까?
결국 「개구리 」 도 조국의 난맥상을 해결할 영도자를 선택하는 문제를 관객에게 화두로 던져준것이다.
지금 아테네는 제대로된 지도자가 없다는 소리다

아리스토파네스식 예술론 「개구리 」

마침내 저승에 도착한 디오니시스는 아이스퀼로스와 에우리피데스에게 누구 비극이 더 훌륭한가 토론 배틀을 중재한다.
실상은 누구 비극이 더 엉터리인가 까내리기 경쟁이다 ㅎ
앞서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속에서 에우리피데스는 여러번 조리돌림당하고 패대기쳐진 상태인데 여기서는 더욱 확실하게 그를 압살시켜버린다.
그간에는 그냥 감정적인 비아냥과 비난 뿐이었다면 여기서는 이제 구체적으로 에우리피데스가 얼마나 형편없는 극작가(당시는 시인)인지를 상대편 선배 극작가 아이스퀼로스의 말을 빌어 조목조목 비평을 했기 때문이다.
작품가지고 비난하는 것을 감당할 예술가가 어디이겠노 ㅎ
거기에 생과 사까지 걸려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에우리피데스 이 위대한 비극작가를 죽이고 또 죽였다.
거의 부관참시급이다 ㅎ

한편으론 그만큼 예술가의 사회적 책임을 웅변한 명작

시인(극작가 혹은 모든 예술가)은 당대의 현실 속에서 공동체의 인민을 이끌어야한다는 것이 아리스토파네스의 예술론이렸다.
그러니까 조국이 이렇게 위태위태한 전쟁기인데도 한가로운 소피스트들이 그렇게 미웠다는 거다.
그들의 허무맹랑한 논리싸움이 지긋지긋했다는 거다.
거기서 애먼 소크라테스까지 덤터기쓰고 같이 욕먹었다는 거다.
여기 「개구리 」 에도 소크라테스를 야유하는 멘트가 나온다.
안타깝다. 희대의 희극작가와 시대의 지성 소크라테스가 만났더라면
더욱 위대한 작품이 나올수도 있지 않았을까
뭐, 역사에 가정이란 늘 어리석은 짓이긴 하지...


● 그대는 무엇때무에 시인이 경탄의 대상이 되는지 대답해 보시오
시적 재능과 조언, 그리고 우리가 시민들을 더 나은 사람들로 만들기 때문이오. (p 353)

● 아이스퀼로스 : 시인이라면 사악한 것은 덮어야지.
우리는 유용한 것만을 말해야 하는 것이오
에우리피데스 : 우리는 인간답게 말해야 할 것이오.
아이스퀼로스 : 위대한 사상과 의도는 그것에 걸맞는 표현을 낳아야 하는 법이오
(p357)

● 우리가 시민들 중에 지금 신뢰하는 자들은 불신하고
지금 쓰지 않는 자들을 쓴다면
우리는 아마도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이오.
우리가 현재의 방침으로 말미암아 실패하는 것이라면,
그와 정반대로 하는데 어찌 구원받지 못하겠소 .(p 381)


도금양 도금양 하길래 뭔가 검색해봤더니

목: 도금양목
과: 도금양과
속: 도금양속
종: 도금양

이 식물의 열매가 석류와 비슷하다.
그리스에선 이 도금양 꽂가지를 손에 들거나 머리에 화관으로 만들어 썼다고 한다.
아리스토파네스 덕에 처음 들어본 꽃도 만난다

이제 아리스토파네스 안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