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동네 극장

Zone of Interest 존 오브 인터레스트 . 아이히만의 평범한 악이 스크린에

혜성처럼 2024. 6. 5. 19:39

 


오늘따라 메가박스에서 사용만기가 가까와온 포인트 알림에 주의가 갔다.
무려 4000포인트라니!
마침 시간도 됐다.
무슨 영화를 볼까?
딱봐도 예술스러운 느낌이다.
조큼은 머리를 쓰기도 해야 할 것같은?





요즘 머리가 너무 가벼워지고 있던 차에 잘됐다 싶다.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그저 포스터만 보고 골랐다는 거다.

예매를 해두고 잠깐 영화홍보문구들을 읽었다.
아!
홀로코스트 영화다 ㄷㄷㄷ

그런데 포스터가 이렇게 예쁘고 평화로와?
앤디 워홀의 그림같은 이 포스터는 무슨 의미고?




아우슈비츠 담당 군인 가정의 평화로운 일상과 대비되는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다룬 영화라고!!!
봐야 한다!
정말 잘 선택했다
가슴이 뛰었다.





초반 10분을 놓쳤다 ㅠ
일찍 도착했는데 광고 보는 중에  졸음이 오는 거라 ㅠ
할 수없이 팝콘과 자몽에이드를 사들고 온사이 이런 장면을 놓쳤다.


드디어 입장했을 때 앞전에 아이들이 아버지의 선물로 카누같은 배를 만들어 깜짝선물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남편은 멋진 말을 타고 ' 직장' 으로 출근했다.
남은 아내는 다섯남매중 막내를 안고 정성껏 가꿔온 정원의 꽃이름을 아이에게 일러주는 것으로 하루를 이제 막 시작하는 중이다.
두사람 뒤로 긴 담장이 보인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담장이다.
쿵쿵 소리와 총소리와 비명소리가 이쪽에선 아득하게 들린다.


산드라 휠러.
독일의 대단한 배우인가보다.
공식 트레일러에 댓글을 단 외국인들이 이 배우에 열광하더군.
걸음걸이가 특이했다.
큰 키 때문인지.
암튼 그녀의 표정하나 몸짓하나 제대로 리얼리즘이었다.


그리고 남자주인공 크리스티안 프리델.
딱 배나온 중년아저씨 그대로인데
섹.시.해!!!!

그 얼굴과 그 몸매로
「예루살렘의 아히히만」 에서 언급된 악의 평범성을 연기로 보여주었다.
효율좋은 화염실로 유대인을 최대한 많이 죽이는 이 놈의 일에 대해 업무적 스트레스는 많지만 집에서는 자상한 남편, 다정한 아빠다.
벌어들이는 돈에대한 탐욕과 풍요로운 삶을 놓칠 수 없어 상부의 전출명령에 전전긍긍해하는 것을 보면 평범한 월급쟁이가 따로 없다.
그리고 오입질도 어찌나 깔끔하게 하던지.


가장 슬프고 아이러니한  순간이었다


친정어머니가 딸의 ' 성공' 을 보고 흐뭇해하신다.
친정어머니는 나치 등장전 유대인 집의 가사도우미로 살았던 하층계급이었다.
나치시대 이후 유대인들은 평범한 모든 독일인의 밥이 되었다.
친정어머니도 쫓겨난 유대인가정의 고급 커텐을 건지지 못한 걸 아쉬어했다.

「기억을 찾아서」(에릭 켄델) 가 떠올랐다.
저자는 나치를 피해 오스트리아를 탈출했다.
오스트리아는 딱 제2의 독일이었다.
가난한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한밤의 쿠데타를 일으켰다.온 오스트리아 민족이 마치 집단 발작을 일으킨듯 유대인을 공격하고 재산을 찬탈해갔다
역사속에서 이 밤을 ' 크리스탈 나흐트' 라고 불렀다.
뜻은 예쁘게도 ' 수정의 밤' 이란 뜻이다.
나치 친위대가 조장한 어용테러로 밤새 유대인이 약탈과 살해를 당했다
그때 깨어진 상점 유리조각이 오스트리아 거리를 반짝가리게했대서 지어진 이름이다.
상업분야에서도 잘나갔던 유대인을 질시한 오스트리아 그리고 독일국민들은 유대인의 민족적 비극에 범국민적으로 무시했고 오히려 협력했다.


낙원이 따로 없구나

친정어머니가 한 말이다.



이제 그들은 기로에 놓였다.
이 풍요로운 천국을 포기하고 떠나야 한다.


내내 얌체같긴 해도 큰 트집없던 안주인이 집에서 일하는 유대인 가정부들에게 무시무시한 히스테리를 보였다.
이때 부터 배우의 포스가 보였다.

남편한테 말하면
너 같은 건 쥐도새도 모르게 재로 만들수 있어


 


악은 평범했다
이 어린 아이들은 학살과 반인륜이 만연화된 곳 바로 옆에서 그 모든 정황과 실태를 다 보고 자라면서도 건강하고 착한 장난꾸러기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극장에서 기념품으로 줬다.
쩝.
홀로코스트 기념품같다 ㅠ




Zone of Interest
그러니까 우리의 관심영역을 어디로 할 것인가 화두가 주어졌다 .
당장에 이태원에서 159명이 서서 깔린 채 죽었다.
당시 경찰들은 마약기획수사와 용산 대통령실 경호에 총집중되어 이태원에서 오는 위험신호를 무시했다.
작년 해병대 사단장은 사병들에게 구명조끼도 안입고 폭포같은 급류로 들어가라 명령했다.
채수근 상병은 그러다 사망했다.
이걸 수사하려는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대통령 심기를 거슬려 '집단항명수괴죄' 로 기소되었다.

젊은 생명들이 이렇게 무시되고 죽어가는데도 언론이 , 국민의 힘이라는 여당이 높다란 아우슈비츠.감옥처럼 윤석열 검사대통령을 호위하고 있다.
그런데도 잘못한 거 없다고 한다 ㅠ

우리의 Zone of Interest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어디에 있을까? ㅠ

 
 
 

햇살은 따스하게 퍼지고 우리의 몸은 젊고 늙었네

비록 우리
몸은 여기 갇혔으나 그 마음만은 식지 않았네
영혼은 태양처럼 활활 타올라
고통을 이기고 날아오르네
우리 곧 보게 되리
나부끼는 깃발을
아지 오지 않은 자유의 깃발을

-아우슈비츠 제3수용소 유대인의 시

 
한번 더 봐야겠다.
해석되지 않은 장면이 공포영화같은 영화다.
그리고 투박한 피아노반주에 시라고 자막이 나왔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다?
찾아봐도 안나온다.
영화 한 번 더보고 와서  보충해야겠다.
 
이 영화로 홀로소코스트이 참상을 알게됬네.어쩌구 하는 말은 구라다!
유대인의 비극은 철저히 담장너머로 차단되어있다.
 
주인공의 장화를 씻을 때 나오는 핏물,
아이들이 갖고 노는 금이빨,
낚시터에서 건져올린 뼈.
아이들 씻긴물에서 계속 건져지는 검은 재,
 아이히만.
수송업무.
남편이 유대인을 통해보내온 출처불명의 고급 밍크코트.
그 속에누가 쓰고 집어넣었을 립스틱.
 
그리고 계속 들려오는 총소리 비명소리 
.
 
그 모든 것들이 살짝살짝 힌트가 되어 주어질 뿐이다.
내게 참고가 된  영화와 책 리스트를 소개한다.
 
<쉰들러리스트 > : 제대로 홀로코스트 참상을 알 수 있다.
<조조래빗> 나치 독일 치하의 평범한 독일국민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600만 유대인을 효율적으로 학살한 독일 군부의 끔찍함과 그를 감당한 한 평범한 독일인의 변명
<기억을 찾아서> 오스트리아 혹은 독일인들이 유대인과 유대인이 당한비극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사전 정보가 있었기에 이 영화는 그저 조용히 이 ' 평범한' 가족이 벌이는 찬혹코믹극으로 즐길 수 있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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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한 번 더 보구 왔다.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졸리기 시작했다.
왜 나는 ㅜ
그래서 커피랑 팝콘을 들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