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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린 왕자 • 에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이팝. 2021

혜성처럼 2022. 12. 22. 20:26

애린 왕자 · 에린 왕자




유튭을 통해 소개받았다.
전 세계인뿐만 아니라 전 세대의 스테디셀러 어린왕자를 우리나라 사투리로 번역한 책이라니.
이런 신박한 기획에 무한 칭찬을 드립니다.
바로 주문했다.
그리고 읽기는 오늘 하루만에 두 권 다 읽었다.

이렇게 신박하고도 기특한 기획에 대하여 정작 책은 그닥 너스레를 떨지 않는다.
최초 '갱상도' 버전이 출간되었고 , 이 책이 센세이션을 일으키자
전라북도 네이티브 스피커가 자원하여 2탄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과정들은 다 유튭 등의 별도 소식통을 통해 알게 된거고
1편이자 창시작 '갱상도' 편에선 다소 소박한 기획의도를 밝힌다.

" KTX 타면 포항서 서울까지 두 시간 반에 끊는 시대에 먼 사투리가 의미있나 싶다가도 실컷 사투리 씨다가 어디서 전화 오면 서울말로 확 바까가 말하는 기 현실아이가. 와, 좀 부끄럽나, 촌스럽게 빌까봐 걱정이가. 가가 가가를 표준어로 씨모 그 맛이 사나 함 물아보고 싶노.
『애린 왕자』는 골목 띠 댕기믄서 흙 같이 파묵던 시절 그리버가 같이 놀던 얼라들 기억할라꼬 내가 다시 써봤다. 두둥실 정겨븐 이 말, 이 사투리 이기 바로 내 친구들 그 자체다. 세월에 자꾸 열버지는 내 동심은 쪼매 달랐던 기지 이기 서울말 아니라고 틀린 거는 아니자나."(p 2)


사투리가 본연의 정서와 표현을 갖고 있는 또하나의 언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열버져 가는 동심' 만큼이나 퇴색되어가는 사투리를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리라.
이 기획을 살리는데는 동심이란 키워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고전 『어린 왕자』와도 환상의 궁합을 이뤘다.

참고로
나 어린왕자 오리지날? 표준어 버전도 여태 안읽은 사람이다 ㅋ
중학교때 사촌오빠 책장서 겨우 읽을 만하다고 하나 골라잡은 책이었는데
그 놈의 보아뱀 타령하는 데서 멈췄던 기억 ㅎ
그리고 오늘 이렇게 대한민국의 자랑 두 지역 사투리로 원작을 떼었다는 거!
사투리 버전의 흥미로운 미끼가 아니었음
나란 사람 이 책 평생 안읽어봤을거다.
그래서 참 고맙다.



『애린왕자 갱상도』 어린 왕자 갱상도 버전

이건 포항사람이 번역했다.
사투리 지역 어디나 안 그런데 없겠지만서도
경상도 사투리도 경북, 경남, 마산, 부산,대구 등등
각기 다른 데가 있다고
참 어지간히도 따진다.
그런 기준으로 치면 이건 포항말 버전이라 해야겠지
워낙에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사투리가 익숙한 것도 있고
또 친척들이 부산 사람이 많아가
내도 갱상도 말 익숙한 기 쫌 있는데
이따가 에린 왕자(전라북도 편) 를 읽고는
사투리의 맛 (보다는 세계라고나 할까) 에 더 빠지게 만든 건 오히려 전북 버전이었다.




『에린 왕자 전라북도 』 어린 왕자 전라북도 버전

갱상도 버전이나 전라북도 버전이나
어미의 차이 뿐 아니라 발음 자체가 별개인 어휘들이 있다.
복새라는 게 갱상도에선 모래더미를 말하고 전라북도에선 노을을 뜻한다.

'갱상도' 버전에서 번역자 최현애의 서문이 담겼던 페이지에
전라북도 버전에선 전라북도 방언에 대한 개괄을 담아놨다.


'전라북도 방언은 전남 방언의 한 갈래이다.
화자는 약 이백만 명 가량을 헤아리며 대부분 전락북도에 겆한다.
....
전라북도 방언에는 한국어 방언 가운데 가장 많은 열 개의 모음이 있으며
단어는 소리의 길고 짧음에 따라 뜻이 달라질 수 있다.
( 이 책에서는 긴 소리를 ':'로 표시하였다) "


등등으로.

말미의 문장이 읽는 이를 애석케 했다.
" 그러나 이와 같은 ( 발음의 장단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 특징은 주로 노년층 화자에게만 남아 있으며
나머지 연령층이 쓰는 말은 표준어에 빠르게 동화되고 있다. " (p 2)


난 전라북도 버전이 읽기 더 편했다 .
초반엔 장음 표시 의식해 읽느라 더디긴 했다만
바로 무시하고 읽어내려갔다.

갱상도나 전라북도나 구수하고 배꼽잡는 말맛은 한결같았다 .
그러다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그리고 마지막 화자와 어린왕자와의 대화를 보는 동안엔
내 마음도 끝내 먹먹해져왔다.

그리고는
전라북도 말도 이렇게 로맨틱하고 우수가득한 정서가 있었구나

그러니까
사투리라고 각 지방어에서 토속적이고 정겹다는
정서로 일반화시키는 것은
지극히 서울 중심의 편협한 오류일수도 있겠다 반성하게 되었다. .
마지막 어린왕자를 품에 안고 슬픔을 참던 화자의 진한 전라북도 말투에 결코 웃을 수가 없었다.
내가 전라북도말이 네이티브가 아니라고
그 말투의 차이를 깎아내릴 수가 없겠더리니까!




갱상도


전라북도

책은 얇고 가볍지만 이 책은 보다 원대한 기획 안에서 제작되었다.
사진에서 보듯 「어린 왕자」의 저작권을 가진 출판사에서 어린 왕자를 다양한 언어로 번역 출간해오고 있다.

현재(2021년 12월 전라북도 편 1판 2쇄 출간 당시) 까지 총 156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리스트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이 중에 희한한 문자들이 눈에 띄었다 ㅎ



47번 모르스 부호는 양반이었다 ㅋ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버전의 어린왕자라 ㅋㅋㅋ



젤로 놀라운 건 65번 ㅋㅋㅋㅋ
Aurebesh 가 뭔가 찾아봤더니
영화 스타워즈 속 우주어였다 ㅋㅋㅋㅋㅋㅋ
정말 깜찍한 책이다 ㅋㅋㅋ
오레베쉬어의 「어린 왕자」는 어떻게 읽을까? ㅋㅋㅋ

이제 본격
경상도와 전북의 어린왕자들을 만나러 가볼까나? ㅎㅎ


내사 마 가가 철새를 따라 지 별에서 나온기라 생각칸다.


난 아:가 지: 벨에서 떠날라고 철새 떼거리가 가는 걸
써먹었을 거랴 생각을 혀


내가 기릴 수 있는 가 초상환데, 이기 최선이다.


이놈이 내가 낭:중에 갸:를 그:린 놈 중에 제:일로다 잘 된 초상화구만.


바오밥나무 뭉티


바오밥 낭구 ㅎ


활화산을 암사바시 쓸았데이


지: 활화산을 꼽꼽:허게 씰어 냈구만


내사 마 이 일을 모해 묵긋따.


내가 허는 일:은 겁:나게 징상시런 일:이여


예를 들모, 오후 4시에 니가 온다카믄 나는 3시부터 행복할끼라


에를 들어 니가 오후 네:시에 온다 허믄 난 세:시부텀 기분이 좋:아질 것이여


● 이 군대들이 움직기리는 기 오페라의 발레단이 칼군무 추는 거 맹키로 빈다카이 ( 갱상도. p 59)

● 북극하고 남그게 하나뿌인 가로등 키는 사람은, 노났지, 1년에 두 번 만 일하모 되이까네 천하태피로 살았다쿠네.
( 갱상도, p 59)

● 나는 미구라카눈데.
여와가 내하고 놀자.
내가 마이 슬프거등 ( 미구 ; 여우. 갱상도 . p 68)

● 그랄 수 있제. 지구 우엔 밸 일이 다 있다 아이가....(p 69)

● 사막이 아름다븐 기는 어딘가 웅굴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데이.(p 갱상도 p 78)

● 근디 인자 신통허게 우리 쩨:깐헌 십장님 낯빛이 밝아지는 거여. ( 전라북도. p 15. )
갱상도선 '감독관 ㅋㅋㅋ

● 그니까 인자서야 야: 존재의 비:밀에 빛이 비친 거 같은게 나도 물:어본 거여. ( 전라북도. p 16)

● 아:따, 에린 왕자야! 나는 자네 짤룬 인생이 쓸쓸: 허단 걸 시나브로 이해를 헌 거여.
자네는 잔잔:헌 저녁 북새밲에는 소일거리가 없:었은게. ( 전라북도.p 26)

● 한번 물:어 쌓기 시자:작허믄 저얼대로 관:두덜 않는 에린 왕자가 또 물:었어. ( 전라북도 p 46)

● 야:는 한번 멀: 물음 평상 절:절대 그만 두덜 않은게 .(전라북도. p 56) ㅋㅋㅋㅋ

● 아: 믄 ( 전라북도)



처음엔 이렇듯 뿜어버릴 만큼 포복하게 만든 갱상도 절라도 사투리들 ^^
그러나 어린왕자와 여우와의 대화, 그리고 어린왕자와 주인공과의 이별 장면에서는 더이상 웃음이 안나왔다.
물론 갱상도를 두번 읽게 되었다면 갱상도 말에서도 비감함을 느끼게 되었으리라.
비록 다른 지역어였어도 같은 책을 연달아 읽다보니 격하게 몰입이 되는거라.
이래서 어린왕자를 두고 그리들 슬프다고 했었던 거구나 ㅠ
그래서 어린왕자가 두고두고 명작에 좌정하고 있었던 거구나
길들이고 나만의 별 이야기 등은 하도 유명해서 진즉에 알고 있었네만
그 유명한 '오후 3시'의 출처가 어린왕자였다니 !!!
불륜남녀들의 시간 ;;;;;;;


저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서문과 갱상도 어린왕자와 전라북도 어린왕자의 이별사등을 온전히 실어두고 싶은데
그닥 두껍지도 않은 책 너모 베껴놔서 미안키도 하고.
나를 먹먹하게 만든 그 순간만은 간직하고 싶어서
전라북도 버전의 몇마디 담아놓는다.
에린 왕자 이제 안녕.

" 다시 한 번 돌이킬 수 없단 생각에 몸이 굳어 버린 것 같애.
그리고 다시는 야:가 웃:어 싼: 걸 못: 듣는다 생각이 든게로 맴:이 시리단 걸: 시방에사 이해허게 된 거여.
그건 나헌티는 사막으 시암 맹이였은게" (p86)

" 그러믄 부:탁 좀 헙시다. 나 혼차 맴: 시리게 놔: 두덜 말고잉.
갸:가 다시 왔다고 나헌티 얼릉 펜:지 한 통만 좀 써 주게잉..." (p 94)

인터파크 같은 데서 엥간허면 두 권 다 묶음으로 팔기다.
다음엔 어느 지역어가 출간될꺼나?
제주 편이 넘 기대된다.
이건 뜻 설명을 따로 실어야 할지 모른다.ㅎ


다시한번
애린 왕자, 에린 왕자 모두 모두 바이바이

2022.05.03